독서 후기

<크기의 과학, Why size matters.>을 읽고...

깃또리 2018. 10. 31. 13:29

<크기의 과학, Why size matters.>을 읽고...
존 타일러 보더 지음/ 김소정 옮김/ 보더 그림
이끌리오
2016. 12. 24.


 그간 내가 손에 들었던 책 중에서 겉표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약 2.5mm 쯤 되는 두꺼운 하드커버에 표면도 가는 수직과 수평 돋을 줄무늬로 일반 종이가 아닌 마치 고급 천 같아 보여 고급스럽다. 요즘은 세상의 모든 일이 내용보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경향이라 책의 표지도 갈수록 멋있다. 그러나 책 어디에도 저자의 소개가 없다. 이런 책은 전공자를 위한 내용이 아니므로 최소한 일반 독자를 위해서 저자의 약력도 소개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표지만 좋으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짐작키로는 생물학자나 아니면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기자가 아닌가 한다. 왜냐면 '크기'란 동식물, 무생물을 포함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 해당되지만 이 책에서 크기를 다룬 대상이 주로 살아 있는 유기체 그 중에도 생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로 어렸을 때 H. G. 웰즈와  G. P. 웰즈 그리고 줄리언 헉슬리 세 사람이 쓴 두꺼운 생물학 책인 <생명의 과학, The Science of Life, 1931>을 보았던 일이라 한다. 이 책에 동식물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어느 한 페이지에 크기를 다룬 그림이 있었으며 저자는 자신의 책에 이 페이지를 그대로 실었다. 그림 속에는 가장 큰 식물인 세퀘이어(Metasekaieo)와 동물은 흰수염고래(Blue Whale), 조류로는 날개 길이가 3미터가 넘는 신천옹(Albatross), 그리고 기린, 코끼리, 대왕오징어 등과 함께 바다 속 식물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긴 무려 41미터 길이의 갈조류가 보인다. 중간 중간에 사람도 그려 넣어 크기를 비교가 쉽도록 하였다. 식물의 크기에서 꽃 이야기를 하면서 말레시아와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라플레시아(Rafflesia)는 다섯 장의 꽃잎으로 최대 꽃잎 길이가 90센티미터이고 꽃 하나 무개가 무려 7킬로그램이나 된다 한다. 잎이 없이 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꽃이 피면 고기 썩는 냄새를 풍겨 꽃가루를 운반하는 파리 떼를 부른다 했다. 그러나 단 4일 정도 화려한 개화를 보이고 시든다 하였다.


 이 대목에서 라플레시아를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사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1986년 국내 건설회사 쌍룡건설이 싱가포르에 당시 아시아 최고층인 지하 7층 지상 72층의 호텔을 포함한 복합건물을 준공하여 한국 건설기술을 자랑하여 건설 기술자로 가슴 뿌듯한 적이 있다. 이 건물이 레이플즈 시티(Raffles City)였다. 여기서 레이플즈 또는 라플즈(Sir Thomas Stamford Raffles, 1781 –1826)는 영국인으로 이 지역을 탐험하고 정치적으로 독립을 지원한 인물이기 때문에 건물이나 도로이름에 들어 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꽃 이름에도 나오니 반갑다. 대개 꽃 이름은 최초 발견자나 식물학에 공헌을 한 사람의 이름에 '-ia'를 붙이는 관례가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 거대한 크기의 반대 개념인 작은 유기체에 관해서도 다양한 명칭이 나온다. 곰팡이 포자, 원생동물, 섬모충, 짚신벌레, 세포, 세균, 정자, 난자 등인데 생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구별이 어렵다. 폐렴의 원인인 기생성 미생물 마이코 플라즈마(mycoplaszma)는 세균보다 몇 배나 작다 한다. 반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작은 물고기 내장에 살고 있는 신기한 세균도 있다 하였다. 세균은 이 지구 어느 곳에도 존재하여 깊은 바다 속인 심해해구, 어두운 탄광의 바위 틈, 뜨거운 온천물 속에서도 살며 인간의 내장 속에도 1023 개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다 한다. 조금이라도 쉽게 구별해 볼까하여 영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세균/bacterium, germ, virus, bacillus, bacterial. 곰팡이/funger, mold, mould. 세포/ cell. 포자/a spore, a cyst. 난자/sperm, 정자/ an ovum, an egg cell 등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쓰는 박테리아, bacteria는 복수이고 단수는 bacterium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단수인 박테리아를 주로 보고 듣는다. 세균 이야기 중에 뇌가 없는 세균이 어떻게 이동하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퍽 흥미로워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았다.


 "세균의 이동수단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설명하려면, 우선 수중 세상에서 세균이 방향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유영하는 세균이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독성물질이 있는 쪽은 피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세균 표면에는 특정한 외부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분자가 있다. 이 분자들은 세균이 먹이가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회전자를 돌게 한다. 또한  세균이 먹이가 있는 쪽에서 멀어져 먹이에게 퍼져 나오는 분자의 양이 적게 감지되면 방향을 바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분자들은 멈추거나 돌게 하는  방법으로 세균을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운이 좋다면 방향을 바꾼 세균은 에너지가 풍부한 먹이 쪽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세균은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쪽으로 선택해서 나아갈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흔히 우리들은 이런 일은 뇌가 하는 줄 알고 있지만 생물계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였던 비상한 방법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고 종족을 번식하고 있다.


 저자가 사물 또는 생물의 크기에 관심을 기울였듯이 오래 전부터 인류는 크기에 깊은 호기심을 기울여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였고 레벤 후크는 현미경을 발명하여 미시의 세계를 탐험했다. 작가들은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작품에서 크기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실례를 들며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크기에 관련하여 물리현상, 진화, 분업, 크기와 시간 등 일반 책에서 볼 수 없는 주제가 많이 나오지만 그 동안 내가 읽은 책들의 주제와 내용이 퍽 달라 끝까지 읽느라 인내심이 필요하였다. 처음 이야기처럼 내게는 책의 겉 하드커버가 훌륭하지만 내용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조금 아쉬웠으나 그런대로 흥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