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재즈 에세이, Portrait in Jazz>를 읽고...

깃또리 2018. 10. 25. 10:23

<재즈 에세이, Portrait in Jazz>를 읽고...
와다 마코토 그림/ 무라카미 하루키 글/ 김남주 옮김
2016. 12. 04.

포트레이트 인 재즈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양장)


Jazz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1. empty rhetoric on insincere or exaggerated talk.
2. a genre of popular music that originated in New Orleans around 1900 and        developed through increasingly complex styles.
 
한글사전에는,
1. 유럽음악 화성구조에 아프리카 음악의 복잡한 리듬이 합쳐져 만들어진 미국의 음악     양식.
2. 흑인들에게서 비롯된 즉흥성이 가장 큰 특징.


 사전에 나온바와 같이 1920년대 흑인 음악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많은 미국 백인들도 좋아하여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유년시절 시골에서 자랐고 청년시절도 대부분 지방 건설현장에서 보낸 탓에 재즈 음악과 만날 기회가 드물었다. 막연히 미국 흑인들이나 하층민들이 두서없이 요란하게 부르거나 연주하는 음악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재즈와 관련한 몇 차례 기억에 남을 경험이 있다.


 첫 번째로는 약 18년 전, 1998년, 영문 산문집에 지금 제목은 잊었지만 미국 음악에 대한 대여섯 페이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미국 음악은 재즈라 하며 역사적 유래부터 시작하였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 노예들이 부르는 영가에 남북전쟁 당시 남군에 소속되었던 흑인 병사들의 군가가 혼합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남부 뉴 올리언즈에서 서서히 재즈 음악이 탄생되었다고 했던 것 같다. 흑인과 하층계급의 즉흥연주 음악이었기 때문에 처음 백인사회에서 멸시를 받았으나 소위 '영혼을 뒤흔드는 음악'으로 강력한 호소력이 담겨 점차 백인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한다.


 이 시기에 수많은 기악 연주, 성악가들이 명멸하였으며 1920부터 1929년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를 'Jazz Age, 재즈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두 번째는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족과 함께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집 근처'Barns and Noble'에 들러 미국 서점은 정말 근사하다고 부러워하였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서점도 미국 서점에 뒤지지 않는다. - 같이 갔던 아들 녀석이 기념으로 사준 책이 <Miles Davis>였다. 꽤 두껍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변변치 않은 영어 실력에 페이지마다 재즈에 관련한 생전 처음 보는 단어가 줄줄이 나와 책을 읽는지 사전을 읽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몇 페이지를 읽다 그만 두었다. 지금 기억으로 조금 두꺼운 사전에는 아예 재즈 용어라고 전문용어임을 별도로 표시하였다. 꽤 비싸게 주었던 책이라 버리기도 아깝고 누구에게 선뜻 주기도 망설여져 아직도 내 서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세 번째는 2006년 동료 세 명과 함께 유럽 출장길에 독일 밤베르크에 갔었는데 밤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찾아 간 재즈 바가 <Blue Moon>이었다. 당시 깜짝 놀랐던 일은 그 재즈 바에서 동행했던 동료의 조카를 만났던 일이다. 마침 그 사진작가였던 조카도 밤베르크에 왔다가 저녁을 먹고 갈 곳이 없어 들렀다 하였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그 곳에서도 재즈 음악이 애조를 띠고 있어 집 이름, ‘Blue Moon’과 정서를 같이 하였다.


 네 번째는 2008년 내가 텍사스 주 행정수도인 오스틴에 며칠 묶게 되었는데 초저녁 주말 도시 풍경은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어둡고 한산하였다. 그러나 안내하는 사위가 아내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작은 재즈 바였으며, 제법 사람들이 많아 만석에 가까웠으나 다행히 자리를 잡고 연주를 듣고 볼 수 있었다. 4명으로 편성된 밴드였는데 내가 재즈에 문외한이라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흥겨우면서도 슬픈 느낌이 들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이후 내가 동숭동 설계사무소에 9년 가까이 일하면서 퍽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천년동안도>이라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재즈 바에 몇 차례 가기도 하고 집에서 가까운 로데오 거리의 <Once in a Blue Moon>이란 재즈 바도 몇 차례 갔었다. <천년동안도>은 비교적 수수한 느낌으로 대중적이었고 <Once in a Blue Moon>은 조금 호사스런 분위기로 각자 특색이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신촌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재즈 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이 집들이 문을 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이 책 <재즈 에세이>의 재즈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사실 재즈 때문에 구입한 책이 아니다. 1997년이니 내가 부산에서 일 할 때 -어언 19년 전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을 찾아 읽다가 무심코 서점에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매년 이름이 오르지만 올해는 미국 팝 가수 Bob Dyllan에게 돌아갔다. 하루키는 재즈뿐만이 아니라 클래식컬 음악에도 지식이 풍부하여 내심 존경하고 부러운 사람이다.


 책 내용은 그야말로 미국 재즈역사에 기라성 같은, 또는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26명이 등장한다. 책을 읽다보면 일단 재즈 뮤지션은 연주 악기로 섹스폰, 트럼핏, 코넷, 드럼 그리고 팀파니 순서로 자주 언급되고 성악 vocalist들도 있지만 숫자가 적다. 재즈 뮤지션들이 간혹 80, 90세까지 장수한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 50을 넘기지 못하고 심지어 30세 전에 요절한 사람도 많다. 주로 과다한 마약과 술로 몸을 버리고 몇은 자살하는 등 그들의 삶이 대체로 불우하다. 또한 흑인 뮤지션이 대부분이지만 몇 걸출한 백인도 있었고 여성으로는 성악 뮤지션 Billie Holiday가 유명하다. 재즈를 잘 모르는 나도 오래 전부터 루이 암스트롱, 냇 킹 콜, 듀크 엘링톤의 이름은 익히 알고 특히 암스트롱의 L. P. 판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암스트롱은 어린 소년일 때 작은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에서 지내면서 소년원 밴드에서 팀파니, 드럼을 치다가 트럼핏을 불던 소년이 자리를 비워 대신 트럼핏을 불게 되었는데 그 누구보다 그가 연주하는 소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어 트럼핏을 불기 시작하였으며 점차 명성을 쌓기 얻기 시작했다 한다. 트럼핏의 전설이라고도 부른다.


 하루키는 일찍부터 재즈를 좋아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아예 작은 재즈 바를 운영하며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마음껏 들었다 한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명반을 가지고 있다 한다.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도 넘쳐나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하며 마라톤 완주를 할 정도로 건강도 특출한 사람이다. 정말 복도 많은 사람이다. 이제 노벨 문학상 타는 일만 남았으나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써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