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을 읽고...

깃또리 2018. 10. 2. 09:00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을 읽고...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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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옛날에는 읽고 싶은 책을 구할 수 없었지만 이젠 너무 넘쳐나 책의 홍수에 어느 책을 읽어야 좋을까 망설여진다. 그래서 책 고르는 일도 쉽지 않다. 서점에 가면 역사관계 책도 펼쳐보고 소설분야도 기웃거려보고, 외국서적코너도 지나쳐보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언젠가 읽고 싶던 차에 사무실 직원이 빌려줘 읽었다. 나는 어떤 책은 읽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쓰라려서 읽기를 중단하고 다른 책으로 눈을 돌리거나 하루 정도 지나서 다시 보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김훈이 쓴 <남한산성>이 그랬다. 청나라 말발굽 아래 조선 강토는 초토화 되었고 무력한 임금과 조정대신들은 갈팡질팡하여 피난처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며 죄 없는 백성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갖은 고초를 당하는 부분에서 차마 더 이상 글을 읽을 수 없었다. 아마 김훈의 빼어난 글 솜씨도 한 몫 했으리라.
 
 이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두 번이나 책을 덮고 마음을 진정시켜야했다. 첫 번째는 마리암라일라가 내전 와중에 총알과 포탄으로 옆에 있던 가족이 죽어 시체가 되어 나뒹구는 이 참담한 현실에 더하여 포악한 남편의 구타와 매질이 이어지자 남편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카불을 떠나려고 그간 모은 돈으로 파키스탄 행 장거리 버스표를 구입하였다. 그러나 버스에 오르기 직전의 상황묘사에 너무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는데 결국 버스 타기 직전 발각되어 다시 집으로 끌려와 남편에게 가혹한 매를 맞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라일라가 두 번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소독약과 마취제도 떨어지고 아수라장이 된 병원에서 태아가 거꾸로 있어 할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참혹한 장면 묘사였다. 출산 예정일을 며칠이나 넘기고 사경이 된 산부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취하지도 않고 배를 가르는 처참한 장면 부분은 차마 그냥 읽을 수가 없었다.


 부유한 아버지였지만 아내의 위치에 놓일 수 없는 어머니 때문에 사생아(하라미) 취급을 받고 자라 가난하고 폭력을 일삼는 나이 많은 구두장이와 살게 된 마리암,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 중학교를 다니고 한참 꿈을 키우던 시기에 성전에 참가하여 전사한 두 오빠, 이어서 내전의 소용돌이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포탄으로 팔다리가 흩어져 시신도 제대로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참상에서 겨우 살아남은 15살의 라일라는 먹을 음식과 잠잘 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두장이의 둘째부인이 되는 비참한 운명에 마주하게 된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나이 차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첫째와 둘째 부인의 사이로 반목하였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서로 이해하고 위로하며 살아가지만 폭력이 심해지는 남편 라시드의 라일라에 대한 매질을 말리다가 결국 마리암은 남편을 죽이게 된다.  여성의 지위가 극도로 낮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아내가 남편을 죽인 사건은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마리암은 재판을 받고 즉시 사형선고를 받아 총살당한다. 겨우 살아 남은 라일라는 이웃나라에 피신하여 옛 중학교 시절 좋아했던 남자 친구 타리크를 만나 재혼하여 잠시 행복한 시기를 맞고 다시 고향 카불에 돌아오는 길에 마리암의 우정과 희생을 잊지 않고 마라암이 생전에 이야기해주었던 그녀가 살던 시골 움막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소설은 마리암이 태어난 1958년부터 2003년 4월까지 이며 마리암이 태어난 도시 헤라트와 수도 카불을 배경으로 하였으며, 시대적 배경을 살려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철수와 탈레반이 날뛰던 내정의 와중에서 두 여인의 기구한 삶 속에서 꽃 핀 아름답고 헌신적인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라일라는 안정을 찾아 프랑스 NGO 구호단체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프카니스탄은 혼미한 상태이다. 가난과 무지, 외침과 내전으로 점철된 아프카니스탄의 실상을 가감 없이 묘사한 비참하고 우울한 소설이지만 잠시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라일라와 타리크가 함께 영화관에서 페르시아어로 어색하게 더빙된 소련 로맨스 영화 관람에서 남녀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사춘기인 라일라가 일으키는 미묘한 심리적, 육체적 반응을 작가는 퍽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 제목은 17세기 사이브 타브리지라는 아프카닌스탄 시인이 평화로운 카불을 노래한 <카불>이란 시의 어느 한 싯구에 따온 것이라 한다.‘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은 셀 수 없고/ 벽 뒤에 숨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들은 셀 수도 없으리’


 소설에서 교사였으나 해직된 책읽기와 책 자체를 무척 좋아하는 라일라의 아버지가 라일라에게 어느 날 이런 말을 한다. “하루 종일 카불에 관한 한 편의 시가 머리에 떠돈다.”라며 이 시를 소개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요 몇 년 사이에 이슬람세계와 이슬람 국가에 관련된 이런저런 책을 여러 권 읽은 셈이다. 먼저 2008년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가 프랑스인이지만 아내의 나라 모로코를 사랑하여 모로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황금물고기>이다. 모로코 역시 이슬람 문화권이어서 이 주인공 소녀의 이름도 라일라였다. 라일라의 의미는 “밤”이라 한다. 올 여름 휴가 때 읽은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또한 600년이란 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슬람 여행가가 이슬람 권역과 중국까지 여러 나라들을 견문한 이야기이다. 또 몇 년 전에 <이슬람, 부제: 이슬람 문명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읽어 이슬람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었으며 <이스탄불>이란 책은 터키의 이스탄불도시를 소개한 책이었다. 그리고 2009년 여름휴가로 이스탄불과 터키를 여행하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1970년 말에서 1980년 초 약 4년 가까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했던 경험이 나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아 이슬람 세계에 대한 친근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프카니스탄도 이슬람권이며 이 책을 읽다 보니 아프카니스탄 사람들이 페르시아어, 파슈토어, 우르두어, 아랍어 등을 쓰는 사람들로 혼재해 있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종족 갈등이 심하여 끔직한 내전이 길게 이어졌고 여기에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복잡한 양상으로 변해 비극이 그치지 않는 것 같았다. 국가란 민족, 종교, 사상이 가능한 한 하나로 묶여 국민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외세의 대응에도 방어하는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이런 문제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단지 사상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공상주의 사상도 이미 폐기되어가고 단지 위정자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불쌍한 주민을 볼모로 삼아 폐쇄사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도 않아 우리나라의 장래는 아프카니스탄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낙관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 작가 할레 호세이니는 1965년 아프카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하여 산타클라라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의과대학을 다시 졸업하여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로 활동하여 틈틈이 소설을 썼다. 2003년 첫 소설 <연을 쫒는 소년 The Kite Runner>을 발표하여 공전의 히트를 하였으며 다음 발표한 이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또한 <해리포터>를 밀어내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 성공을 얻은 작품이다. 지금은 난민을 돕기 위한 NGO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