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깃또리 2018. 8. 29. 15:49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요나스 요나슨
열린책들
2016.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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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에서 하루 동안 겹치는 일이 이상하리만치 자주 일어나는 특별한 날이 있다. 오래 전 어느 날 아침 신문에 내 이름과 같은 김동욱이란 사람의 기사를 읽고 출근하여 업무 상 처음 방문하는 설계사무소에서 만난 담당자가 김동욱 건축설계과장이었으며, 퇴근 길 우리 아파트 경비실 창문에 경비원 김동욱이 잠깐 자리를 비운다는 메모를 본 적이 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 겹침이 심하여 집에 들어와서도 한 참을 생각해보았으나 별다른 해석이 나오지 않아 '우연의 일치, coincidence' 경우라 치부하고 말았다.


 이틀 전인 4월 29일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봄이 무르익은 시점에 1박 2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면서 배낭에 반 쯤 읽다 만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 소설책을 넣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스웨덴 출신으로 56 세이지만 신인 소설가인 요나스 요나슨이다.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판매 1위를 했던 소설책이다. 모임 참석을 위해 나는 사무실에서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려니 차량 사정이 마땅치 않아 다른 회사 소속의 과장에게 버스 정류장까지 부탁을 했는데 버스 정류장 대신 평택 터미널까지 고맙게도 데려다 주겠다하였다. 차를 타고 가며 지난 몇 달 동안 보이지 않았었는데 어디 갔었느냐고 묻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4개월 경영학 공부를 하고 왔다 했다 한다. 의사가 직업인 이모와 역시 의사인 스웨덴 이모부가 그곳에 살고 있어 전에도 간 적이 있었다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으나 시간이 모자라 다음에 더 듣기로 하고 전주 행 버스에 올랐다. 전주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 자리에 조금 기다리니 이런 자리에 잘 나오지 않던 친구 박헌주가 보였다. 조금 생각해보니 그간 공직에 있었으나 이제 어느 대학 겸임교수로 한가해지자 이제 이런 모임에도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 그날은 '스웨덴'이 우연히 겹치는 날이었다.

 다음날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18명의 친구들이 몇 명은 늦게까지 아니 새벽 서너 시까지 카드놀이 를 한 탓에 아침 식사 전 편백나무 숲길 걷기를 대부분 포기하여 너 댓 명 친구들이 아침 산책에 나섰다. 나는 친구 둘이서 걷다가 혼자 숲길을 걷는 박헌주 박사를 만나 스웨덴 이야기를 시작하여 이런저런 그곳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북유럽 4개국의 국가명칭과 수도 이름을 짝지어 말하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스-스, 노-오, 핀-헬로 외어 두고 덴마크는 수도, 코펜하겐이 쉽게 떠오른다고 하였다. 친구와 이야기 중에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어 동쪽에 위치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위치가 잘 구별되지 않았으나 스웨덴이 세 나라의 중앙이라고 알려주어 기억해두기로 했다. 아무튼 북유럽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들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5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이야기책이다. 1905년 태어난 알렌 엠마누엘 칼손이란 사람이 2005년 5월 2일 100세 생일을 맞아 문득 따분한 삶이 지겨워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하여 여러  가지 기행을 한다. 그러나 책 내용은 탈출 이후의 이야기보다 태어나서 어린 시절 고생하다 외국으로 나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겪은 엄청난 이야기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 사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한 점은 인정하지만 너무 현실에 크게 벗어나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주인공 칼손이 활동하는 지역과 인물들을 역사적 사실에 일치시켜 이야기를 전개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저자 요나슨이 치밀한 세계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다는 말이다. 그래서 책 뒤에 '복습 해보는 알렌의 100년 연보'까지 실려 있다. 이를 그대로 옮겨본다.
 
1905~1929 0~24세
5월 2일 스웨덴 플렌 시의 소읍 윅스홀트에서 알렌 엠마누엘 칼손 출생. 열 살의 나이에 폭약 회사에 취직. 부모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열다섯 살에 자신의 회사 <칼손-다이너마트>사를 창립. 폭약 실험을 하다가 정신 병원에 수용됨.
1913~1918 제1차 세계 대전.
1917 러시아 혁명으로 레닌의 볼세비키가 세계 최초의 공산정권 수립.
1918 로마노프 왕조 최후의 차르 니콜라이 2세 처형.


1929~1939 24~34세
고향을 떠나 헬레포르스네스 주물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 그곳에서 스페인 사회주의자 에스테반을 만나 스페인으로 떠남.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 폭약이 설치된 다리를 건너려던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함.
1936~1939 스페인 내전. 프랑코 장군이 인민전선 내각에 맞서 반란을 일으킴.
1939 1월 프랑코군 바로셀로나 점령. 3월 마드리드 입성.


1939~1945 34~40세
미국으로 건너가 핵폭탄 개발이 한창이던 로스앨러모스의 국립 연구소에서 웨이터로 일함. 부통령 해리 트루먼과 친구가 됨.
1943~1845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핵폭탄 연구 진행.
1945 7월  미국 세계 최초로 핵 실험에 성공. 4월 1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망. 해리 트루먼 부통령 대통령직 승계.


1945~1947 40~42세
쑹메이링의 국민당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떠남. 이빈 시에서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을 구함.
1946~1949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과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의 내전. 공산당 승리 후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947~1948 42~43세
이란 테헤란의 비밀경찰 감옥에 갇혀 퍼거슨 신부를 만남.
1945 윈스턴 처칠의 보수당 영국 총선 패배.


1948~1953 43~48세
러시아 과학자 포포프를 따라 모스크바로 가서 스탈린을 만남. 반동으로 몰려 블라디보스토크로 노역을 가게 됨.
1949 년 8월 소련 핵실험 성공.


1953년 48세
블라디보스토크 수용소 탈출. 김일성, 김정일을 만남. 마오쩌둥의 도움으로 위험을 벗어남.
1950~1953 한국전쟁


1953~1968 48~63세
발리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냄. 친구 아인슈타인의 부인 아만다는 정치인이 됨.
1963 3월 발리 아궁 화산 폭발로 2천여 명 사망.
1968 3월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 선출.


1968년 63세
파리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통역으로 일함. 존슨 대통령을 만나 미국 스파이로 일하게 됨.
1968 프랑스의 학생 노동자들이 주도한 사회변혁 운동인 68혁명 발발.


1968~1982 63~77세
러시아 과학자 포포프를 미국 첩자로 포섭. 모스크바에서 스파이 활동.
1945~1990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이 대립하는 냉전 체제 고착. 1990년 독일 통일. 1992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로 종식.


1982~2005 77~100세
고향으로 돌아옴. 2005년 5월 2일 백 회 생일 파티를 앞두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침.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으로 모두 29장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제 1장은 단 1페이지뿐이다. 마지막 29장도 1장과 똑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실었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유익하므로 그대로 옮겨 보았다.
 
1
2005년 5월 2일 월요일
그가 좀 더 일찍 결정을 내려 남자답게 그 결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알란 칼손은 행동하기 전에 오래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노인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벌써 말름셰핑 마을에 위치한 양로원 1층의 자기 방 창문을 열고 화단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이 곡예에 가까운 동작으로 그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사실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으니, 이날 알란은 백 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백 회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양로원 라운지에서 한 시간 후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시장도 초대되었고, 한 지역 신문도 달려와 이 행사를 취재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금 노인들은 모두 최대한 멋지게 차려입고 기다리는 중이었고, 성질머리 고약한 알리스 원장을 위시한 양로원 직원 일동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파티 주인공만이 불참하게 될 거였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게 전개되었다. 100회 생일 아침 칼손은 자신의 방 창문을 넘어 기차역에서 5천 만 크로나, 우리 돈으로 약 70 역원이 든 갱단의 가방을 훔쳐 버스에 올라탔다. 율리우스 욘손이란 농부와 핫도그 장수 베리 융베리 그리고 베리의 형 보세 융베리를 만나고 마지막으로 빨강머리를 한 여인 구닐라 비에르클룬드와 합류 한다. 가방을 도둑맞은 네버 어게인 갱단 두 명은 이런저런 일로 사망하고 곤들매기라는 별명을 지닌 갱단 두목 페트 군나르 예르신도 칼손 일행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형사 반장 아론손도 거금을 지닌 칼손 일행과 함께 한다. 책 마지막 부분은 다시 옛날로 돌아 간 부분으로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아만다 아인슈타인을 도와 도지사가 되게 한 다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고향으로 돌아 온다. 칼손은 아만다로부터 청혼을 받고 아만다 85세 생일 선물로 컴퓨터를 선물하기도 하며 인도네시아 고위 공무원들의 방문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에필로그로 책은 끝을 맺는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 술술 읽지 못하고 연체를 하며 겨우 읽었으나 역사적 사실들이 이어져 그나마 책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주인공 칼손이 돌아다닌 곳은 로스엘레모스, 워싱턴, 크램린, 블라디보스토크, 테헤란, 파리, 평양, 모스크바, 중국, 발리, 마드리드 등이며 만난 사람들은 프랑코 장군, 스탈린, 처칠, 김일성, 김정일, 강청, 마오쩌둥, 쑹, 해리 트르먼, 존슨, 드골, 유리 보리스비치 포포프 등이며 이 책에 샤를 드골의 정식 이름이샤를 앙드레 조제프 마리 드골로 길게 나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