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Chinese Cinderella>를 읽고...

깃또리 2018. 8. 22. 12:56

<Chinese Cinderella>를 읽고...
Adeline Yen Mah
Puffin Books
2016. 07. 28.


 책 제목을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중국의 신데렐라' 또는 '중국판 신데렐라' 쯤이 된다. 책 뒷장에 내가 쓴 'Hong Kong Airport, 2002. 06. 10'이 보이므로 책을 구입하고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이번이 아마 세 번째 아니면 네 번째 읽은 것 같다. 내가 그 동안 읽은 영문으로 된 책의 후기를 정리하다보니 이 책의 후기가 없어 서가에서 다시 꺼내 읽었다. 사람에게 습관은 무시할 수 없는듯하다. 왜냐면 이제는 내가 읽은 책의 후기가 없으면 뭔가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도 후기가 없으면 다시 읽고 후기를 쓰기도 한다. 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고 달라진다. 더구나 이 책은 영문으로 된 책 중에서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은 첫 번째 책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 Adeline Yen Mah는 <서문, Preface>, 다음 페이지의 <저자 노트, Author's Note>에서 자신의 이름과 중국인의 호칭을 2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였다. 자신의 성, Surname 또는 Family name은 Yen(엄, 嚴)이고 이름은 Jung-Ling(군령, 君玲)이며 집 어른들은 자신을 다섯 번째 딸, 다섯 번째 손녀여서 Wu Mei(五妹)라 했으며, 형제들은 Wu Jie(五弟)라 불렀다 한다. 영어식 이름으로는 어려서부터 가톨릭학교에 다녀서 일찍부터 Adeline Yen으로 쓰고 성장하여 중국계 미국인 Bob Mah와 결혼하여 Adeline Yen Mah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길게 적고 있다. 할아버지는 중국 천진(天津)의 상당한 재력가였으며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더욱 재산을 늘렸다 한다. 위로 언니 하나와 세 명의 오빠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태어났으나 어머니가 산후 후유증으로 2주 만에 세상을 떠나 온 가족으로부터 어머니를 죽게 했다는 죄 아닌 죄로 구박을 받아 책 부제조차 <The Secret Story of Unwanted Daughter>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유럽계 피를 반 정도 물려받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젊은 여성을 새 부인으로 맞아 들여 아들 두 명을 낳았다. 이 새 엄마는 큰 언니보다 11살 밖에 더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은 여성으로 처음부터 주인공을 밉상으로 보았다 한다.


 주인공은 부모와 형제들로부터 구박을 받았으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고모로부터는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부모와 형제들로부터 소외당하는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초등학교시절부터 학교공부에 매달려 줄 곳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집안 어른인 할아버지가 재산관리를 할 때는 권위가 있었고 더욱이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는 새 엄마도 비교적 고분고분하였으나 할아버지 재산이 아버지에게 상속되고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집안 위계는 새 엄마 중심으로 세워지기 시작하여 주인공은 더욱 핍박을 받는다. 아버지와 언니 오빠들도 젊은 새엄마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여 결국 주인공을 눈엣가시로 여겨 초등학교 중반부터 집에서 쫒겨나 가톨릭계통의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주인공은 1937년 태어났다. 이 시기는 중국의 격동기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책 뒤에 별도로 <Historical Note>라는 제목으로 3 페이지를 덧붙였으며 주인공의 고통스런 삶을 이해하고 중국 근대사를 일별하기 위해 이 부분을 우리말로 옮겨보았다.


 "중국은 대략 미국의 크기와 같은 큰 나라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지속되는 문명을 지녔고 중국 글자는 실질적으로 지난 3천년 동안 변화하지 않고 존속하고 있는 문자이기도 하다. 12세기 중반까지 중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다. 그래서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외부 세계는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중심 국가라는 의미를 지닌 中國이라고 스스로 불렀다. 1842년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그 결과 영국이 홍콩과 코우롱(九龍)을 차지하였다. 이후 약 100년 동안 중국은 영국, 프랑스, 일본과 같은 주요 선진 산업국가의 손에 수많은 치욕적 고통을 당하였다. 천진, 상하이와 같은 중국 해안의 주요 항구도시는 외국의 손에 넘어갔다. 중국인들은 외국인의 지배를 받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2등 국민으로 살았다. 1911년에 혁명이 일어나고 북경의 만주 황실이 폐지되었다. 손문은 대통령에 취임하여 중국공화국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난립한 군벌들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여 중국은 몇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손문의 부하이며 장군이었던 장개석이 손문 사후 1925년 중국을 이어받았다. 1895년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타이완을 손에 쥐었고 그 다음 만주를 차지하였다. 1937년 7월 일본은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재빨리 북경과 천진을 점령하였다.


 내가 1937년 11월 천진에서 태어났을 때 도시는 아직 외국 조계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조계지 밖은 일본인이 차지하였다. 우리 가족은 프랑스 조계지에서 살았고 그곳은 프랑스 법에 따라 프랑스인이 통치하였다. 언니와 나는 프랑스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니며 프랑스 수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1941년 12월 일본은 진주만을 폭격하고 미국과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동시에 일본의 군대는 천진 외국인 조계지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아버지는 일본인에게 협력을 하고 싶지 않아 가명으로 천진을 떠나 상하이로 탈출하였다. 1945년 일본이 항복하고 세계 2차 대전이 끝났다. 장개석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과 모택동의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전투로 장개석의 짧은 승리는 끝이 났다. 1948년 내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우리 부모는 나를 상하이에서 천진으로 데려다 놓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갔다가 그런 다음 홍콩으로 탈출하였다. 공산당이 승리하고 국민당은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쫒겨 났다. 공산군이 천진을 차지하였을 때 우리 학교엔 나 혼자뿐이었다. 다른 모든 학생들은 떠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운 좋게 새엄마의 누이동생이 나를 학교에서 데리고 나와 홍콩까지 함께 탈출하여 나를 구출하였다. 그때 홍콩은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고 부모는 다시 나를 가톨릭 기숙학교에 보냈다. 부모님은 미국이 장개석을 지원하여 본토 수복하기를 바랐다.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중국공산당과 소비에트 유니온의 지원 아래 북한은 유엔의 도움을 받고 있던 남한을 맹렬히 공격하였다. 홍콩에 있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중국군이 본토에서 홍콩을 점령하기 위해 진격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협정이 맺어지고 한국전쟁도 끝이 났다. 1952년 나는 영국으로 공부하기 위해 홍콩을 떠났다."
 
 3페이지 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중국의 근대 격동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6.25 전쟁도 기술하여 흥미롭다. 대개 자서전은 자기 자랑과 자신의 고통을 빼놓지 않는다. 역시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계모, Niang으로부터 미움과 소외를 당하고 계모의 눈치를 살피던 아버지와 언니 오빠들로부터도 구박을 받는 이야기, 자신의 뛰어난 학업 성적 자랑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신의 억울함과 슬픔을 오직 공부에 몰두하여 자신의 입지를 굳혀 삶의 행로에 큰 반전이 일어나는 부분이 인상 깊다.


 즉 주인공이 홍콩에 도착하고 얼마 후인 1949년 계모는 눈엣가시인 주인공을 'Sacred Heart School and Orphanage, 聖心學校'라는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기숙반에 입학시켰다. 다른 학생과 달리 휴일에 집에 갈 수도 없었고, 왜냐면 집식구 대부분이 자신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을 읽는 일 뿐이었다. 입학하고 2년 후 도서관을 담당하는 수녀 Louisa와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잡지에 실린 내용에 주인공의 눈이 닿았다. "Play-writing competition open to English-speaking children anywhere in the world. 이 기사를 읽고 주인공은 <Gone with the Locusts>라는 제목으로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재난을 당한 아프리카 어느 시골에서 한 소녀가 산적에게 유괴되어 겪는 내용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쓴 대본이 1등 상을 받았으며 이 사실이 신문에 실렸다. 이 부분을 원문 그대로 옮겨 본다.


 It was announced today that 14 year-old Hong Kong Schoolgirl Adeline Jun-Ling Yen of Sacred Heart Canossian School, has won first prize in the international Ply-writing Competition held in London, England, for the 1951~1952 school year. It is the first time that any local chinese student form Hong Kong has won such prestigious event. Besides as much the prize come with a cash reward of Fifty England Pounds. Our sincere congratulations, Adeline Yen, for bringing honour to Hong Kong. We are proud of you.


 이 상을 받게 된 일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인정을 받아 유럽에 이미 유학하고 있는 오빠들과 같이 영국으로 다음해, 1952년 유학길에 올랐다. 처음 주인공은 문학을 하고 싶다 하였으나 아버지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은 이어지므로 産學을 공부하라고 하였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우리나라에 産婦人과라는 진료과목이 있지만 원래 서양에 산학과, Obstetrician 부인과, Gynecology가 따로 독립해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주인공이 계모의 미움으로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기숙학교에 지냈기 때문에 외로움과 슬픔을 책읽기로 이겨내 결국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었던 셈이다. 책 마지막 페이지는 영국 시인 워즈워스의 시에 나오는 "Bliss was it in that dawn to be alive." - 새벽에 살아 있는 일은 축복이었다. - 아버지, 영국 의과대학으로 가서 의사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후기, Postscript>에 후일담이 간단히 나온다. 이를 옮겨 보았다. "나의 삶은 영국에 온 이후 극적으로 변화하였다. 영국에서 2개의 기숙학교에서 3년을 보내고 University College와 London Hospital Medical College에 입학하였다. 이 기간에 내 인생 최고의 기간이었다. 과학의 세계가 내 앞에 열렸다.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가는 일을 기다리는 것이 즐거웠다. 실험실에서 실습은 복잡한 체스게임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 길을 따라 풀어야할 숙제가 있었다.


 졸업 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고 개업하여 26년간 의사로 일했다. 비록 매우 행복한 결혼과 사랑스런 두 자녀를 두었지만 나는 여전히 부모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1988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나 계모 Niang은 아버지의 유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로써 나는 아버지가 나를 받아들였는지 어땠는지 알 수 없는 처지였다. 2년 후 계모는 세상을 떠났다. 그때 세 째 오빠가 갑자기 나에게 계모의 유언에서 예상 밖으로 그리고 의문스럽게 내가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역시 나에게 진실을 감추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버지의 없어진 유언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 유언의 발견은 내 유년시절의 띁어 없어진 페이지 같았다. 어릴 때 내가 계모에 대항하여 큰 소리로 말했던 일이 그렇게 잔인한 벌로 돌아 온 것처럼 40년 후에 그 일이 완전히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퍽 다양하고 어려운 영어 어휘들이 줄줄이 나온다. 미국 태생의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절한 문맥에 맞는 어휘를 골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Chapter 9 Chinese New Year 부분에 주인공 가족의 신년 새해맞이 행사에 대한 부분에서 2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신년 설빔 준비 이야기가 나온다. 한 페이지에서 Outfits, Clothes, Gowns, Garments, Dress, Robs, Suits 무려 7개나 나온다. 사실 이 단어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의상에 대한 단어는 Wear, Custom, Number, Habit, Gear, Get up, Raiment 등 상당히 많다. 옛날 우리 선조들의 의식에서도 삶의 필수 요소를 의식주로 삼아 "의, 衣"가 제일 먼저 나오는 걸 보면 의복이 지금 세대와 달리 훨씬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 같다. 서양에서도 우리와 비슷해서 '의'를 의미하는 어휘가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어로 된 책을 읽다보면 영어 어휘가 우리말보다 대략 세배는 많은 것 같아 영어로 된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 있다. 주인공이 12살 때 천진에서 구출되어 홍콩으로 왔을 때 할아버지, Ye Ye는 당뇨병으로 눈이 나빠져 신문을 읽지 못하여 손녀 주인공에게 신문을 읽어달라고 한다. 당시까지 영어에 익숙했던 주인공은 중국 글, 한문으로 된 신문을 잘 읽지 못하자 할아버지가 꾸중한다. 손녀는 앞으로 영어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Marie 수녀 선생님이 말했다고 할아버지에게 볼 맨 소리로 말한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낙심하며 손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You may be right in beliving that if you study hard, one day you might become fluent in English. But you will still look chinese and when people meet you, they'll see a Chinese girl no matter how well you speak English. You'll always be expected to know chinese and if you don't. I'm afraid they will not respect you as much. 'Besides, Chinese is a huge country with a vast population and an ancient culture. Though life has to be lived forward, it can only be understood backward. Reading Chinese history will enlighten you in ways no English writing can. 'I predict that in a hundred years from now, the world's many languages will be distilled down to three: Chinese, English and Spanish. Chinese will never disappear because Chinese's population has a unified written language.


 주인공 할아버지의 이 말을 했던 때가 1950년이므로 지금부터 66년 전이다. 불과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14년 전만해도 중국이란 나라의 존재가 지금과 퍽 달랐으나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초강대국이다. 앞으로 갈수록 중국의 힘은 커질 것이고 40년 후 어쩌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세계 언어가 재편된다는 말은 조금 지나치긴 해도 중국어의 위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주인공 할아버지의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이 책 제목과 관련하여 책 뒤에 <The Story of Ye(葉) Xian(限): The original Chinese Cinderella>라는 흥미 있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서양 유럽의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영국으로 퍼져갔다 한다. 영어로 된 신데렐라 이야기가 미국을 거쳐 다시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알려진 셈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 당나라 시절 葉限 이야기가 원조격이고 1271~1295년 쿠빌라이 칸이 지배하는 중국 원나라를 방문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 여행가 마르코 폴로에 의하여 이탈리아에 전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한문으로 쓰여 진 중국판 신데렐라인 葉限을 한 페이지를 책 뒤에 실었다. 자신의 과거를 회고해보면 스스로가 신데렐라와 같은 처지라 생각하여 책제목으로 정한 것 같다. 퍽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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