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를 읽고...

깃또리 2018. 8. 9. 12:29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를 읽고...
김이재 지음
샘터
2016. 02. 14.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은 에세이집으로 표지 그림은 주황색과 흰색의 나비들이 있는 그림이다. 책 내용에 地理와 나비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었다. 나비는 훨훨 어디든 날아가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 '自由'를 상징하고 '꿈'과 '상상력'을 뜻하기도 한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김이재 씨는 자신의 이름을 '이재'로 바꾼 이야기를 썼다. 마흔이 되던 해 "이제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살자."에서 '이'와 '재'를 따왔다 한다. 세계 100여 개 나라를 여행한 행복한 문화 학자로 자신의 아이디를 'pipi'로 할 정도로 <말괄량이 삐삐>를 좋아하고 동남아 지역 전문가이며 현재 경신교육대학교 사회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다. 책을 쓴 사람들이 대부분 많은 독서량을 지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역시 저자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지만 책 뒤에 소개된 저자가 읽은 다양한 책 제목을 보노라면 책에서 얻은 지식이 훨씬 많았으리라 짐작이 가며 그 많은 책을 다시 언급할 수 있는 비결은 기억력이 아니고 독서 후기의 비결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부록으로 "책 속의 책들 그리고 함께 읽으면서 좋은 책들"이라 하여 대략 80권 정도를 소개하였다. 저자와 관심 분야가 다른 점도 있겠으나 내가 읽은 책은 고작 여섯 권뿐이어서 부끄럽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리', '지리학', '지리적 사고', '지리적 상상력' 등 지리에 관련한 표현과 나비 그리고 '말괄량이 삐삐'가 페이지 마다 나온다. 특히 '지리적 상상력'은 너무 자주 나와 식상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즉 세계 각국의 지리교육이나 지리에 관심이 높고 낮은 것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세계로 눈을 돌리는 국민성을 지닌 나라일수록 지리교육이 강하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프랑스와 중국, 브라질은 비교적 지리교육이 강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지리학을 전공자라 하였다. 반면 미국 제일주의 때문인지 미국은 지리 교육열이 낮고 전 미국 대통령 부시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미국을 떠나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 믿기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리를 가르칠 선생이 부족할 정도이고 특히 국사에 밀려 더욱 지리과목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지리적 감수성, 지리적 상상력에 관련하여 자신의 나라를 떠나 세계를 여행하고 폭 넓은 눈을 가진 덕분에 이름을 남긴 여러 사람들을 소개하였다. 알바니아 출신으로 인도의 여학교에서 수녀 교사로 역사, 지리를 가르쳤던 테레사 수녀님은 지리교사였다 한다. <어린왕자>를 쓴 작가 생택쥐페리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를 방문하여 안목을 넓혔으며,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파올로 코엘료, 우리나라 소설가 김영하 작가 등도 여러 나라를 여행하여 지리적 감성을 높여 좋은 작품을 쓴 사람들이라 하였다.

 

 또 다른 사람으로 정부의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하던 딸 하나를 둔 가난한 이혼녀 조앤 롤링은 글을 쓸 마땅한 곳도 없어 에든버러 시내의 집 근처 어느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써서 일약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까지 받아 부와 명성을 얻었는데 역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지리적 감성을 얻은 덕분이라 주장하였다.

 

 저자는 이런저런 예를 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 일을 하면 새로운 생각도 솟아나고 특히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연한 정신을 가질 수 있어 어느 일을 해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세기의 요정으로 불리며 생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오드리 햅번이 벨기에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먹고살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여 희망했던 발레리나의 꿈을 버리고 광고 모델로 시작하여 영화배우가 된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오드리 햅번은 결혼하여 스위스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로마에서 일시 생활을 하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활동하여 결국 지리적 상상력이 햅번을 보통 배우들과 다르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내세우고 있다. 덧붙여서 "다른 여배우들이 화려한 할리우드에서 성형에 집착할 때 그녀는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아프리카로 갔다."라는 내용과 "동시대의 라이벌 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사진이 붙어 있는 곳은 찾기 힘들어도 오드리의 사진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전 세계 곳곳에 붙어 있다."는 글이 보인다. 사실에 가깝다고 해도 이런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비교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오드리 햅번에 이어 미국 출신 안젤리나 졸리와 영국 출신의 엠마 왓슨을 진정한 휴머니스트이자 지적이고 아름다운 페미니스트로 칭송하였다. 그 외에도 저자가 좋아하는 인물이 다수 등장한다.

 

 <지금 왜 지리학인가>를 쓴 세계적인 지리학자 미국의 하름 데블레이, 피터 래빗 동화책과 케릭터로 유명하다는 영국의 베이트릭스 포터,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만 다녔지만 세계적인 침펜지 연구자가 된 영국의 제인 구달,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 경비도 잠깐 하였다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베르골료 추기경(현, 프란치스코 교황),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없으나 게릴라 전사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대통령이 되었다가 지금은 몬테비오 외곽 시골집에서 꽃을 기르며 산다는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까, 특히 호세 무히까의 어록 중 하나는 눈길을 끌어 여기에 옮겨 본다. 독재자와 싸우다 13년간 감옥에서 지냈는데 그 기간 중 7년은 책 보는 것도 금지당하며 이 시기를 회상하며,

 

 "내가 후에 해낸 많은 일들은 그때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들의 결실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인간은 때때로 좋은 날보다 고통으로부터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나 역시 지난 일을 뒤돌아보면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래서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갔을 때는 높이 오르는 희망을, 높이 올랐다고 생각될 때는 언젠가는 내려가게 됨을 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집안 형편이 좋았던 전 미국 대통령 부시에 대비되는 미국 본토도 아닌 변방이랄 수 있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도 보냈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알리바바의 마법을 일으킨 중국의 억만장자 마윈, 학창시절 교사가 되려는 평범한 꿈을 지녔으나 지금은 빌 게이츠와 비견되는 일본의 재일교포 손정의, 유부남을 사랑하여 미혼모로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상상력 하나로 <말괄량이 삐삐>를 써서 유명해졌고,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국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는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마지막 부분엔 우리나라 소프라노 성악가 조수미, 피겨 스케이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쇼트 트랙 선수 안현수, 독일 수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초 동양 단원이었던 발레리나 강수진 등의 지리적 상상력에 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