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섹시, Sexy>를 읽고...

깃또리 2018. 6. 22. 08:40

<섹시, Sexy>를 읽고...
Jhumpa Lahiri
A Mariner Original . Mariner Books
2017. 09. 10.


 '섹시'라는 말을 듣거나 보게 되면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남자가 여자를 보고 '섹시하다'라 하면 거의 욕이나 다름없었다. '섹'이란 발음이 '색, 色'과 거의 같고 우리말에 '색'은 대부분 부정적 어휘와 함께 쓰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색마, 색골, 색정, 색광, 색쓰다 등으로 성교와 직접 관련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에서는 '섹시하다'라 하면 '무척 매력있다' 특히 '육체적으로 빼어나다'라는 정도의 찬사로 간주되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머리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서 ‘뇌색남’, ‘뇌색녀’란 말도 있을 정도로 변화가 심한 어휘 중 하나이다. 하긴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은 'pupil‘이라 했고 'student'는 상급학교 학생 정도로 알았으나 지금은 pupil을 아는 학생이 드물다. 아예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는 단어라 하니 거의 사어에 가까운 셈이다.


 이 단편의 주인공은 22살로 Miranda, 미란다이고 배경은 보스턴이다. 미란다는 미시건이 고향이지만 보스턴에서 공공 라디오 방송국의 기금 모집부에서 전화 권유 담당직원이다. 바로 옆 자리엔 나이가 몇 살 더 많은 인도 이민 2세 '락시미'가 일하고 있어 이 단편에서도 역시 인도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더구나 미란다는 인도 부유층 집안에서 태어나 18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주 북부의 어느 대학교를 졸업하고 보스턴의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콧수염을 길렀으나 잘 생기고 돈도 잘 쓰는 유부남 Dev. 데이브와 한동안 연인관계를 맺어 인도 이야기가 이어진다. 미란다와 데이브 가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미란다는 그동안 3명의 남자 친구를 만났고 19살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하지만 남성인 데이브의 이야기는 없다. 이 소설에서 유난히 'the first'가 자주 나온다. 한 페이지에 다섯 번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대로 옮겨본다.


 In less serious moments Dev. said he like that her legs were longer than her torso, something he'd observed the first time she walked across a room naked. "You are the first time," he told her, admiring her from the bed. "The frist woman  l've known  with legs this long." Dev. was the first to tell her that. Unlike boys she dated in collage, who were simply taller, heavier versions of the ones she dated in high school, Dav. was the first always to pay for things, and hold doors open, and reach across a table in a restaurant to kiss her hand. He was the first to bring her a bouquet of flowers so immense she'd had to split it up into, whisper her name again and again when they made love.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많이 있었는데 주로 인도 음식과 채소, 과일 이름이었고 그 외에도 옷 이름도 있었지만 mapparium는 오래된 사전에는 없고 인터넷 검색해보니 예문의 쓰임새나 소설에서 묘사된 것을 유추하면 세계 지도를 시각 효과를 이용하여 보여주는 시설로 짐작이 된다. 수족관을 aquarium, 실내 넓은 공간을 artrium 이라고 하는 것처럼 지도 map에 -rium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인 듯하다.

 두 사람이 바로 이 mapparium에 놀러 갔을 때 데이브가 미란다에게 "You're sexy."라 속삭여 평생 처음 듣는 찬사에 감격하였고 얼마 후 락시미의 사촌 언니가 역시 인도인인 남편의 외도로 속을 썩이다 결국 이혼지경에 이르러 7살 아들 Robin, 로빈을 데리고 부모가 사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보스턴의 락시미를 만나 몇 시간 미란다가 로빈을 돌보게 된다. 이 때 로빈이 미란다에게 데이브와 데이트 할 때 입으려고 사두었던 칵테일 드레스를 입어보라 떼를 써 할 수 없이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입었는데 이를 보고 로빈이 "You're sexy."라 하여 미란다는 놀란다. Though she knew it meant nothing her heart skipped a beat. 라는 문장이 나온다. 결국 미란다는 어린 로빈이 자기 엄마가 바람피운 남편과 싸우면서 그 여자가 섹시 하느냐 힐난하는 걸 여러 번 들어서 이 말을 아는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로빈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It means loving someone you don't know."라 대답한다. 미란다는 로빈 어머니가 아마 "How could you, how could you love a woman you don't even know."라 했을 거라 짐작한다.


데이브는 아내가 인도에 한 동안 가 있는 동안 미란다와 잘 지냈으나 아내가 돌아오자 눈치 보느라 미란다 아파트에 오는 일도 어려워졌고 미란다는 기다라는 일에 지쳐 결국 데이브와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In spite of herself, she longed for him. She would see him one more Sunday, she decided, perhaps two. Then she would tell him the things she had known all along: that it wasn't fair to her, or to his wife, that they both deserved better, that there was no point in it dragging on.

결국 미란다는 상황을 현명하게 생각하여 데이브가 일요일 온다는 전화를 받았으나 몸이 불편하다고 거짓을 핑계를 대고 다음 일요일, 그 다음 일요일도 잘 대처하여 마무리 짓고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한글 번역본을 다시 읽었는데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수도 없었다. 더구나 They went to the MFA and picked out a poster of water lilies for her bedroom.을 "그들은 MFA 가게로 가서 그녀의 침실 벽에 붙일 수련 포스터를 샀다."라 했다. 여기 MFA 는 Museum of Fine Arts 이며 보스턴에 있는 유명한 미술관이다. 물론 이 미술관에 있는 가게에서 복사 그림을 샀겠지만 기왕이면 보스턴 미술관을 밝혀주는 것이 좋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Miranda open up her Filfax," 를 "미란다는 그녀의 필로팩스를 열었다."라 했는데 도대체 이를 처음 읽는 사람은 필로팩스가 영국에서 제작한 시스템 수첩을 상상이나 하겠는가? 차라리 영어 그대로 적었다면 사전이나 인터넷 검색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성의 없는 번역이다. 또 미란다와 로빈이 쌀 과자를 앞에 두고 로빈이 이렇게 말했다. "You eat one too," 이 문장을 "당신도 하나 드세요." 영어 문장 그대로 번역하여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곱 살 어린애가 어른에게 '당신도~'는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그냥 "하나 드세요."정도가 적절하다. 아무튼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조금 꼼꼼히 읽다 보면서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 찾아 본 단어


solicit/부탁하다. 탄원하다. 간청하다. retrieve/회수하다. 가져오다.  vial/작은 병, 약병, 유리병. maze/미로. assess/평가, 검토. striking/두드러진, 놀랄만한, 공격의. nostril/콧구멍. paranoia/편집증. paranoid/편집증의. archipelago/군도, 다도해. frosted hair/반백.  taut/팽팽한, 긴장한. foie gras/프와 그라. paunch/올챙이 배. mascarpone/이탈리아 크림치즈. detract/손상시키다, 줄이다, 벗어나다. papadum/인도의 얇은 빵. whitefish/송어 무리. fudge/캔디 일종. pita/둥글 넙적한 빵. layover/여행 중단. puff/부품. almanac/달력, 연감. asterisks/별표. sidle/다가들다. dishevel/머리가 헝클어지다. flinch/주춤하다, 꽁무니 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