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영문판)

<Liesl & Po>를 읽고...

깃또리 2018. 5. 8. 08:54

<Liesl & Po>를 읽고...
Lauren Oliver/ Ilustrated by Kei Acedera
Hodder & Stoughton
2017. 03. 19.



 나는 누구보다 책과 만남을 가볍게 보지 않는 편이며 그래서 사람과 책의 관계에 책연(冊緣)이란 말까지 만들어보았다. 이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고 오늘도 쉬지 않고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내 손에 들어오는 것도 보통 인연, 아니 책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또한 손에 들어 온 책조차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도 대략 80%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은 구입하여 내 보잘 것 없는 서가에 꽂아 두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읽지 않은 책만 해도 몇 십 권이 되는듯하다. 대략 몇 페이지 읽다가 흥미가 없어 서가에 다시 꽂아 두거나, 책이 두꺼워 아예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 읽으려 미루면서 책을 열어보다 닫는 일이 수십 번인 경우도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 하느냐면 이번에 연이어 두 번 읽은 이 책도 각별한 책연이 있기 때문이다.


 때는 어언 5년 넘게 거슬러 올라가 내가 설계사무소에서 일할 때이다. 당시 사무소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3~4년 경험을 쌓은 뒤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사람과 10년이나 15년 꽤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서 학교 졸업 후 10년 넘게 일하고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은 친구가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하여 결혼 적령기도 넘어가는데 2년 공부를 하면 언제 결혼을 하느냐 묻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2년이란 세월도 순식간에 흘러 어느 날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여 반갑게 다시 만났었다. 세월은 이처럼 빠르게 흐른다. 돌아오면서 평소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알고 당시 영국에서 인기가 있는 책이라 하며 이 책 <Liesl & Po>을 선물로 내밀었다. 표지를 열면 아름다운 글씨로 헌사를 썼다.... 
 .
 책을 받고 바로 읽으려했으나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아 덮어두고 차일피일 미루다 세월이 흘렀다. 주로 도서관 책을 빌려 보다보니 집에 있는 책을 읽을 기회가 적어 올해는 아예 도서관 대출을 중지하고 정초부터 이 책을 꺼내 들었다. 한번 읽어 전체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얼마 전 다시 읽기 시작하여 오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사실 나는 영국에서 구입하였으며 런던에서 출판된 책이라 영국을 배경으로 영국인이 쓴 책으로 지레 짐작하고 읽었다. 그러나 작가 소개를 보니 미국 뉴욕 주 Westchester County 출신으로 시카고 대학교에서 철학, 문학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은 36살의 젊은 미국 여성작가이다.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니지만 꽤 어려운 단어가 많이 보여 나이 든 영국 작가가 학생들 어휘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쓴 책인가 생각하며 읽었는데 내 예상이 빗나갔으며 나의 어휘 실력이 짧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영어 단어를 일상에서 반복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책 앞에서 찾아보았던 단어가 몇 페이지 뒤에 나오면 다시 찾는 일도 허다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11살 소녀 Liesl 이며 ghost(귀신)인 Po 그리고 연금술사의 심부름꾼 소년 Will 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여기서 우리말 '귀신, 鬼神'과 영어 ghost는 느낌이 약간 다르다. 즉 우리 '귀신'은 조금 음침하고 사람을 놀라게 하며 가끔 못된 짓을 하는 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영어로 쓴 책에 나오는 ghost는 우리 귀신보다는 밝고 긍정적이어서 가끔 ‘영혼, 靈魂’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 Liesl을 도와주고 함께 여행도 하는 이 책에 같이 나오는 연금술사, Alchemist 보다 훨씬 호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Liesl의 어머니는 착하고 소박하였으나 어린 딸을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대학교수이자 과학자, 발명가였던 아버지 Liesl Morbower Henry는 딸 Liesl를 혼자 키울 수 없어 Agusta와 재혼하였다. Agusta는 Henry와 결혼하여 Hortence Varice-Morbower라는 이름을 얻었으나 남편을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여 죽인 다음 재산을 독차지 하려고 남은  의붓딸 Liesl을 3층 다락방에 가두고 호시탐탐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버지가 죽고 사흘이 지난밤에 Po라는 귀신이 저 세상(Other Side)에서 'Bundle'이라는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그림자를 데리고 Liesl의 다락방에 나타났다. Po는 소년도 아니고 소녀도 아니라했으며 단지 어두운 그림자 같은 형체로 존재를 나타냈으나 보통사람처럼 말하였다.       William은 보통 Will로 불리는 Liesl과 같은 11살 소년으로 일찍 고아가 되어 떠돌아다니다 연금술사의 심부름꾼이 되었지만 쓸데없는 놈(Useless)이라 불리며 구박을 받고 주로 밤마다 연금술사의 물건 배달을 한다. 하지만 높은 다락방 창문에 어른거리는 Liesl을 보려고 춥고 어두운 길모퉁이에서 오랫동안 서 있기도 한다.


 또 다른 두 사람의 주요 등장인물로 귀족 부인으로 행세하는 Lady Premiere와 이 여자의 문지기 Mo로 불리는 Molaise이다. 연금술사는 Will에게 Lady Premiere가 주문한 마술을 부리는 상자와 시체를 화장하는 일을 하는 Gray씨에게 보내는 기괴한 물건이 든 상자를 배달하는 심부름 시켰다. 그러나 Will은 실수로 Gray씨가 Liesl의 아버지의 유골을 재로 만들어 넣은 상자는 Lady Premiere에게 전달하고 대신 마술 상자는 Liesl에게 줘서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난다. 그러나 Po의 도움으로 계모 몰래 다락방을 탈출한 주인공 Liesl은 마술 상자를 품에 안고 아버지 유언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와 놀러 갔던 버드나무와 호수가 있는 Grinsvill의 낡은 집으로 가다가 Will을 만나 함께 간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Liesl, Po, Will 그리고 Bundle은 Gainsvill에 도착하였으나 마술 상자를 되찾으려고 달려온 Lady Premiere와 연금술사와 다시 Liesl을 다락방으로 데려가려고 온 계모 Agusta, 추위에 떠는 Will에게 모자를 씌워주려고 찾아 온 Mo, 그리고 Liesl이 나쁜 짓을 하는 아이라 생각하여 경찰과 함께 추적하여 찾아 온 어느 늙은 부인 등이 모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다른 목적과 이유로 모였기에 갖가지 소란을 일으킨다. 마지막 장면은 살인 혐의의 계모 Agusta와 부정한 일을 한 연금술사는 경찰에 끌어가고 마술 상자를 보석상자로 알고 훔치러 나중에 왔던 Black Haired-man이란 사람이 Lady Premiere가 자신의 누나이며 가난한 어부의 딸이었음을 폭로하였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투다 사라진다. 착한 문지기인 Mo는 실종된 자기의 누이동생 Bella와 같은 나이인 Liesl와 Will을 끝까지 돌보겠다고 약속하며 양손에 Liesl과 Will을 잡고 버드나무가 서 있는 호수를 떠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 뒷면 표지의 짧은 글은 이 책의 전체 내용에 많은 힌트를 주고 있어 그대로 옮겨보았다.


 On the third night after the day her father died, Liesl saw the ghost. Liesl lives in a tiny attic bedroom, locked away by her cruel stepmother. Her only friends are the shadows and the mice until one night a ghost appears from the darkness. It is Po, who come from the Other Side. Both Liesl and Po are lonely, but together they are less alone. That same night, an alchemist's apprentice, Will, bungles an important delivery. He accidently switches a box containing the most powerful magic in the world with one containing something decidedly less remarkable. Will's mistake has tremendous consequences for Liesl and Po, and it draws the three of them together on an extraordinary journey.


 학생들을 위한 영어로 쓴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이 어린애들을 싫어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우리들의 일반적인 생각으로 서양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퍽 아끼고 좋아할 것 같지만 일부 어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도 Gray씨는 Will이 심부름으로 자기 집을 찾아 왔을 때, All children were the same to him: strange and sticky and best avoided, like an upright variety of jellyfish.라는 문장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영국 작가 Roald Dhal이 쓴 책에도 어른들이 어린애들을 싫어하고 못살게 구는 대목이 자주 나왔었다. 우리들이 모르는 동양과 다른 서양의 문화적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 첫 부분에 Liesl의 아버지가 딸에게 'ineffable(말할 수 없는)'이란 말을 가르쳐주자 그 이후부터 Liesl의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하였다.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inevitable(필연적인)'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이 단어를 몇 번이나 사전을 찾아보았으나 책에 나올 때마다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사전을 찾기를 약 열 번 이상하여 이제 겨우 익힌 단어가 되었다. 누군가가 쓴 책에 한 단어를 최소한 50번을 만나야 자신의 어휘가 된다고 하니 열 번 찾았다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책 마지막 두 번째 페이지에 이 책에서 단 한 번 작가가 직접 전하는 말이 실렸다.- 이런 경우를 작가의 전지적 역할이라고 하는 것 같다.

 And this, really, is the story-within-the-story; because if you do not believe that hearts can bloom suddenly bigger, and that love can open like a flower out of even the hardest places, then I am afraid that for you the road will be long and brown and barren, and you will have trouble finding light. But if you do believe, then you already know all about magic.


* 힘겹게 읽은 책이지만 아무튼 끝을 내고 보니 마음이 가볍고 이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