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명견만리>를 읽고...

깃또리 2018. 5. 28. 13:15

<명견만리>를 읽고...
KBS 명견만리 제작팀 지음
인플루엔셜
2018. 4. 22.



 KBS방송국에서 기획하여 티비로 방영했던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문제들을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첫째 권은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이고 두 번 째 권은 윤리, 기술, 중국, 교육편인데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나는 도서관에서 첫째 권이 대출 중이서 두 번째 권을 빌려 읽었다. 최근 유발 노아 하라리가 쓴 인류문화 역사를 다룬 베스트셀러<사피엔스>를 읽은 직후여서 이해가 쉬웠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원시인류에서 미래의 인류 또는 인류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인류와 사이보그 등을 다루었고 종교, 제국, 자본주의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드는 거대담론인 반면 <명견만리>는 윤리, 기술, 중국, 교육이라는 큰 틀의 주제이긴 해도 당면한 문제를 다루어 현실적이지만 흥미는 반감되었다. 특히 대부분 청취자들이 어려운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욱 깊은 성찰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욱이 <사피엔스>는 그 정확성에는 다소 의문이 가지만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숫자와 비율 등을 제시하여 신뢰감을 높이기도 하여 많은 비교가 되었다.


 <윤리, Ethics> 우리나라의 개인과 정부, 단체 등의 부패문제를 다루었다. 이 책이 2016년 초판 발행되었으니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2017년 3월 구속되기 전인데 전 대통령의 구속의 배경이 무능과 부패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제 제기라 생각한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도 부패가 제일 큰 죄목이므로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여러 분야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특히 정치 분야의 부패가 심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정치뿐만이 아니라 사회, 교육, 국방 등 다른 분야의 부패도 정치 못지않으며 2015년 기준 세계 168개국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가 100점 만점에서 91점으로 1위, 핀란드 2위, 스웨덴 3위이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85점에 8위로 가장 높고,  일본은 75점으로 18위였으나 우리나라는 56점으로 37위였다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4개국 중 27위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경제선진국에 해당되면서 부패정도는 개도국 부패수준의 유일한 나라라 한다. 국가 부패 유형은 독재형, 족벌형, 엘리트 카르텔형, 시장로비형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엘리트 카르텔형’에 속으로 정치인, 고위관료, 대기업과 같은 엘리트 집단들이 인맥을 구축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부패형태라 한다. 여기서 관피아, 군피아, 금피아, 교피아, 해피아 등 온갖 종류의 부패 카르텔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하였다. 결국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패 탓으로 보았다. 부패를 영어로 Corruption인데 co(함께), rupt(파멸하다)의 조합에서 나온 말로 결국 부패는 다 함께 파멸로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언어에서도 암시하고 있다 하였다.


 <기술, Technology> 인공지능에 대하여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였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열린 회의에서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개념이 처음 나온 뒤부터 최근 빅 데이터(Big Data), 딥 러닝(Deep Learning)이 도입되어 비약적 변화를 이루고 있다 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런 추세라면 인공지능이 100년 안에 인간 지능을 뛰어넘고 인류의 종말을 불러 올 것”이라 경고하였으며,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테슬러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은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하였다 한다. 인공지능뿐만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 시작한 일은 이미 오래 전이며, 체코의 카렐 차페크가 1920년대 자신의 희곡에 Robot를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이는 체코어 ‘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나왔다 한다.

 즉 처음부터로봇은 인간을 대신 또는 인간을 위하여 일하는 역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어느 호텔엔 70명의 로봇만으로 호텔이 운영되기도 하며 점점 더 고도화, 지능화 된 로봇이 출현하면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겨 실업사태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그 반대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여 노동이 없는 낙원 같은 세상이 올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예측할 수 없다 하였다. 책에서는 플랫폼, 공동창조 시대를 설명하고 제4차 산업혁명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술하였다. 증기기관에 의한 1차 산업혁명,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자동화에 의한 3차, 그리고 이제 소프트 파워를 이용한 지능형 제품과 공장 탄생을 4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하였다. 즉 기계제품이 지능을 보유하여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혁신적인 산업형태를 말하고 있다.


 <중국, China> 중국에 관하여 세 개의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1) 방안에 들어온 코끼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2) 대륙의 딜레마, 중국 경제 위기론 3) 무엇도 두렵지 않은 2억 명의 중국 젊은이들. 지금부터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중국은 우리의 조롱대상이기도 했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북경 시내 대로를 가득 메운 자전거와 매연과 소음을 내며 잘리는 오토바이, 불결한 화장실, 기온이 높은 날이면 맨살을 드러내고 손님을 맞는 가게 주인, 심지어 공항 건물 실내에서도 맨 몸통을 드러낸 중국인을 본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 시내에서 젊은 여성 셋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의상과 신발, 화장에서 가장 세련된 한국여성, 비교적 수수한 옷차림에 진하지 않은 화장으로 볼에 약간 붉은 색 화장을 한 여성은 일본에서 관광 온 여성이었다. 그러나 의상이나 신발도 엉성하고 화장도 어색한 여성은 중국여성이었다. 그러나 지금 전철이나 식당에서 외모나 외양으로 중국여성과 한국여성을 구분하기 어렵고 우리나라 여성인줄 알았으나 중국어를 하면 그제야 중국여성인 경우가 흔하다. 이런 비교는 단지 여성에 국한된 일이 아니고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 과학, 우주산업, 경제력 등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으며 미국 다음으로 대국이 되었다.


 나는 중국의 비약적 성장은 바로 교육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10여 년 전 미국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에 며칠 지낼 때였다. 미국의 세 번째 큰 주의 주도지만 주립대학교와 주청사를 제외하곤 별로 볼 만한 게 없는 인구 100만 이 못되는 도시였기 때문에 주립대학교와 주청사를 구경했는데 당시 안내 하던 사람의 설명에 의하면 U.T.에 재학 중인 외국학생은 중국인이 제일 많고 다음이 인도 세 번째가 한국 그 다음이 일본이라 하여 나는 짐짓 일본, 한국, 중국이려니 생각하여서 놀랐으며 중국인 학생이 많은 일은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마찬가지라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중국의 교육열이 곧 중국의 위상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 중국은 교육의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시기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교육제도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 생각한다.


 <교육, Education> 가장 적은 페이지를 차지하였으며 주로 대학교육에 대하여 비관적인 내용을 실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창의적 수업방식이 아닌 교수의 낡은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일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하였다. 세계는 급변하고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원치 않는 교수들의 지식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 앞장 설 수 없다 하였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완벽하고 이상적인 교육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으나 여러 나라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변화를 꾀하는 중이라 한다. 교육이라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수백 년 전통과 맞물려 있어 하루 아침에 개혁과 변화를 도모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사실 우리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걱정하고 있을 때 미국의 전 대통령 오바마는 한국의 교육제도를 부러워하는 말을 여러 차례 하기도 하였다. 즉 미국이라 하여 자신들의 교육제도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핀란드와 프랑스의 대학교육을 비교하여 내놓았다. 핀란드와 프랑스는 교육혁신에 앞장서고 있으나 그 방법은 다르다하였다. 즉 핀란드는 ‘융합교육’에 역점을 두고 프랑스는 전통적인 ‘철학교육’으로 핀란드는 종합적인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프랑스는 창의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그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두 나라는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라 한다. 이에 비하여 우리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하여 월등하게 많은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도록 하지만 암기위주의 교육으로 창의력이 요구되는 장래 경쟁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였다. 최근 소위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제도 마련은 고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눈치를 보며 교육정책을 바꾸는 일만하는 교육 행정가들의 행태는 심히 실망스럽고 분노를 치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