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동물농장, Animal Farm>을 읽고...

깃또리 2018. 5. 16. 08:39

<동물농장, Animal Farm>을 읽고...
조지 오웰 지음/도정일 옮김
민음사
2017. 07. 01.


 오래 전 이 책의 앞부분 몇 페이지를 읽다 그만 두었으나 이번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다른 책과 다르게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하여 마친 시기가 나와 있다. 1943년 11월~1944년 2월 로 4 개월 동안 썼으며 이 시기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가는 시점으로 스탈린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가 힘을 과시하며 기세를 올리던 때이다. 소설은 우화( Fable) 형식이며 내용은 사회주의, 전체주의를 풍자(Satire)하였다. 즉 당시의 스탈린 정권을 직접 겨냥하였으나 그렇다고 작가 오웰이 자본주의나 보수주의자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쓴 게 아니고 철저하고 근본적인 사회주의, 좌파 입장에서 사회주의를 비판한 글이다. 농장 주인 '존스' 일가가 운영하던 '메이너 농장'을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선두에 서서 주인 존스 일가를 몰아내고 동물들이 주인이 되어 농장 이름도 '동물농장'으로 바꿔 자치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책 뒤 <해설>에서 주인이었던 ‘존스’는 러시아 ‘니콜라스 황제 2세’, ‘스노볼’은 ‘트로츠키’, ‘나폴레옹’은 스탈린, 메이저는 마르크스, 돼지들은 볼셰비키를 가르킨다 하였다. 마르크스 신봉자들은 자본주의는 스스로 지닌 취약점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무너지고 사회주의가 이 세상을 꾸려간다고 선전하였으며 많은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두 손을 들고 환호하였다. 그러나 50년 세월이 흐른 지난 1991년 12월 22일 고르바초프 소련연방 서기장은 소련 연방해체선언을 하였으며 낫과 별이 그려진 붉은 기가 붉은 광장에서 내려지고 러시아 3 색기가 올라가면서 사회주의가 역사의 뒤로 사라졌다. 아직도 겉으로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라는 나라가 몇 존재하지만 이념은 탈색되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자본주의라는 큰 물결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조지 오웰의 예견은 정확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명한 일로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탐욕과 권력의 집중은 절대 부패에 이르고 전복된다는 사실에 역사가 증명한 셈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주의 자체는 나쁜 제도가 아니지만 결국 사회주의도 권력의 집중을 막는데 취약한 구조임이 밝혀진 것이다.


  최근 무능한 정권에 냉소하고 비판하던 음지의 권력지향 정치인들이 정권을 차지하여 대중의 구미에 맞는 정책과 말을 쏟아 내고 있으나 대중의 환호가 어느 한 순간에 야유와 돌팔매질로 바뀌는 것을 우리들은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모름지기 겸허하고 조신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대중과 영합하여 정도를 벗어나는 전철을 밟지 말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국가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은  1903년 인도 벵골 주재 영국 공관의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본명은 Eric Arther Blaie이다. 영국으로 돌아와 이튼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졸업하였으나 출신 신분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케임브리지대학 입학을 포기하였다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영국도 신분사회였으며 즉 아버지가 하급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대학을 포기한 것이라 한다. 불과 백 년 조금 지난 시기인데 생각보다 유럽도 빠르게 변한 셈이다.


 몇 년간 인도 제국 경찰로 근무하면서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버마시절, 1935>을 쓰고 스페인 내전 참전기 <카탈로니아 찬가, 1983> 그리고 이 작가의 최대 역작인 <1984>는 1949년에 출판되었다. 시대와 세대가 변했어도 인간 본성에 자리 잡고 있는 탐욕과 권력욕에 대한 불변의 진실과 성찰을 보여주는 빛나는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로 프랑스 번역본에서는 나폴레옹을 ‘시저’로 대신했다 한다. 프랑스에도 보면 흠결이 있는 인물이지만 자신들의 나라 프랑스의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배려차원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간이 되면 아직 읽지 않은 <1984>도 읽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