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고...

깃또리 2018. 5. 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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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고...
파스칼 키나르 / 류제화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17. 02. 27.


 17세기 프랑스의 비올라 다 감바의 전설적인 연주자 ‘생트 콜롱브’와 그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려 쓴 내용이다. 사전에 비올라 디 감바(이탈리아어 viola da gamba)는 16~17세기에 유럽에서 널리 사용된 비올라(Viole)에 속하는 저음부 현악기로 첼로와 같이 다리 사이에 끼고 연주한다고 나와 있다. 생트 콜롱브(Sainte-Colombe)의 제자 마랭 마레(Marin-Marais)는 많은 기록이 남아 있으나 생트 콜롱브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사람이라 작가 키나르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소설을 썼다 한다.   총 27장으로 구성되었으나 꾸준히 읽으면 한 시간 반 정도면 마칠 수 있는 짧은 내용이며 제 1장 첫 문장은 "1650년 봄. 생트 콜롱브 부인이 죽었다."라는 좀 어둡게 시작하는 소설이다. 음악 연주자가 사는 곳은 파리에서 마차로 두 시간 거리이나 요즘 같으면 차로 한 시간 정도 되는 비에브르 강가이며 여기서 베르샤이유도 가깝다고 하니 대개 어디쯤인지 가늠이 되는 곳이다.


 왜냐면 오래 전 내가 파리에 갔을 때 당시 너무 파리에 관한 지식이 없이 갑자기 가는 바람에 베르샤이유 궁전이 우리나라 서울 경복궁, 창덕궁이나 덕수궁처럼 시내에 있는 줄 알고 택시를 탔으나 운전기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불어로 자꾸 뭐라 하였다. 영어도 서툰 형편에 불어는 더욱 알아듣지 못해 손에 든 광고의 베르샤이유 궁전 전경 사진을 보여주며 재촉하였는데 파리 시내를 벗어나 한 참을 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베르샤이유는 루이 14세의 하계 궁전이자 사냥터로 파리에서 떨어진 교외에 있었으며정문에 도착하여 입구에서 역시 경비원이 불어로 무슨 말을 하였으나 대충 무시하고 입장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너무 늦은 오후시간에 와서 관람시간이 1시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말을 경비원이 하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전시물이나 내부도 구경하지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기억 남는 풍경은 긴 회랑과 유리로 온 벽을 치장한 어떤 큰 방과 건물 뒤편의 넓은 정원의 나무들을 기하학적으로 전지하여 꾸민 정원모습이다.


 이야기기 엉뚱한 곳으로 흘렀는데 주인공의 아내는 아홉 살 마들렌과 다섯 살 투아네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콜롱브씨는 무척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재혼할 생각 없이 두 딸을 스스로 잘 키우겠다고 결심하였다. 또한 뛰어난 비올라 디 감바 연주와 작곡 실력을 지녔지만 자신의 생계 수단으로 주변의 제자들을 가르쳐 얻는 수입 외에는 명성이나 명예를 얻으려는 어떤 연주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딸과 합동 연주를 즐기고 이웃 주민들의 간청에 할 수 없이 자주 연주하는 것이 콜롱브씨의 일이었다. 어느 날 파리에서 마랭 마레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배움을 청했으나 처음엔 돌려보내고 다음엔 마지못해 받아들였으나 자신의 모든 기교는 전해주지 않았다.

 콜롱브의 연주 실력이 베르샤이유 궁전까지 알려져 루이 14세의 초대를 받았으나 음악은 신을 위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왕을 위한 일이 아니라 하며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나 제자 마랭 마레는 20살 되던 해 궁정 음악가 자리에 초대되어 스승의 곁을 떠난다. 큰딸 마들렌은 마랭을 사랑하여 아이를 임신했지만 사산하고 병을 얻어 죽는다. 사실 마들렌은 죽기 전에 아버지 콜롱브가 자신에게는 알려주었으나 마랭에게 전수하지 않은 비올라 다 감바의 연주기법을 은밀하게 전수해 주었었다.


 제 20장의 첫 줄은 "아내가 그 옆에 온 것을 아홉 번째 느낀 때는 봄이었다. 1679년 6월 대 박해가 있던 해였다."이다. 이어서 콜롱브는 아내에게 "당신은 죽었는데 어떻게 여기 올 수 있는 거요? 어디 있소? 내 나룻배는 어디 있소? 내가 당신을 볼 때 흐르는 내 눈물은 어디 있소? 이게 정녕 꿈이란 말이요? 아니면 내가 미친 거요?"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해하지 말아요. 당신 나룻배는 강가에 오래 전에 썩었어요. 저곳 세상은 당신 배처럼 견고하지 않아요."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가로놓인 강에 나룻배가 썩어 오고 갈수 없다는 말인 것 같다.  

 1689년 콜롱브도 늙어 더 이상 연주를 하지 못하고 60이 다 된 마랭 마레가 옛 스승을 찾아 추운 겨울 밤 비에브르의 오두막 앞에 서성거릴 때 콜롱브가 누구냐 묻자, "궁을 도망쳐서 음악을 찾는 이요."라 대답한다. 콜롱브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기뻐하며 "음악에서 무엇을 찾으시오?"라 한다. 마랭 마레는 "회한과 눈물을 찾습니다."라 대답한다. 마레가 마지막 수업을 부탁하자 거칠고 떨리는 목소리로 "음악이 왕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는가?" "그건 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콜롱브는 신도, 귀도, 황금도, 경쟁하는 음악가도, 사랑도, 사랑에 대한 회한도, 단념도 아니라 하며 콜롱브는 "자네 자신을 태우게나."라 말한다. 두 사람은 <눈물들>이란 곡을 함께 연주하고 마레는 새벽녘에 베르샤이유로 떠나는 대목에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1991년 출간한 작품으로 프랑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문학적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다. 특히 1992년 이 작품을 소재로 알랭 꼬르노 감독, 조르디 사발 음악에 제라르 드빠르디유 주연으로 영상미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세자르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하여 7개 부분을 석권한 영화로 일반에게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소설과 영화의 인기로 우리나라 펜션과 카페 이름도 이를 따르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