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인류학의 어머니 미드>를 읽고...

깃또리 2009. 2. 23. 21:32

<인류학의 어머니 미드>를 읽고...


 

38754

조엔 마크 지음

강윤태 옮김

바다 출판사

2007. 11. 2.



 인류의 지적 호기심과 지식의 축적에 따라 학문의 다양화, 광역화, 심층화가 이루어져 일반인에게는 낯선 학문의 제목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수 년 전 문화인류학을 개괄하는 한 권의 책과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명저로 꼽히는 <슬픈 열대>를 우연히 읽은 적이 있어 인류학과 문화인류학에 대한 작은 상식을 얻은 바 있다. 다시 얼마 지난 후 베네딕트가 일본을 연구한 명저로 꼽히는 <국화와 칼>을 읽다가 재미도 없고 어려워 밀쳐내기를 여러 번 하였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시작부분인 1장이 나에게는 난해하여 진도가 나가지 않았으며 그 뒤는 그런대로 읽고 이해를 할 수 있어 결국 10여년 만에 읽기를 마친 경험도 있어 인류학에 대한 다소의 관심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마가렛 미드는 미국이 배출한 인류학의 거목으로 흔히 ‘인류학의 어머니’로 불리우며 그녀의 업적은 이 별칭에 걸맞다 할 뛰어난 학자이다.  책을 읽다 보니 국화와 칼의 저자이며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와 마가렛 미드가 함께 연구하며 친하게 지냈으며 사이가 좋았다는 대목이 있어 반가웠다.


 내가 읽은 Oxford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는 인류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즉,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 진화론의 다윈, 공간, 시간, 중력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펼친 아인슈타인, 유전학의 시조 멘델, 현대 물리학에서 원자핵을 가장 먼저 깊숙이 들여다 본 페르미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행렬이다.


 그러나 나는 선뜻 인류학자인 미드 소개를 뽑아 들었다. 마가렛 미드 그는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류학자 중 한 사람이다.

<슬픈 열대>를 쓴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가 보지도 않고 일본을 연구하였던 일본에 관한 명저인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틱스에 대해서는 그의 저서를 읽은 일이 있어 조금 알고 있다.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의 이름을 몇 번 마주하였으나 자신의 현장 연구를 위하여 남태평양의 원주민 추장과 결혼까지 했었다는 이야기 정도만 알았지만 실상 그에 대한 책을 읽기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일생을 훑어보면 그녀의 삶이 얼마나 다채롭고 화려했는지 알 수 있어 소개해 본다.


1901 년 필라델피아 출생

1919년 인디에나주 도포우대학 입학

1920년 뉴욕 버나드대학 편입

1923년 심리학 학사 취득

1923년 루터 크레스만과 결혼

1924년 컬럼비아대학 심리학 석사 취득

1925~1926년 사모아에서 9개월 동안 현장연구

1928년 <사모아에서 어른이 되다>출간

1928년 루터 크레스만과 이혼

1928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레오 포춘과 결혼

1929년 컬럼비아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취득

1930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현장연구

1931~1933년 레오 포춘과 뉴기니아 현장연구

1935년 레오 포춘과 이혼

1936년 그레고리 벳슨과 결혼

1939~1945년 전쟁관련 임무 수행

1950년 그레고리 벳슨과 이혼

1954년 컬럼비아대학 겸임교수

1960년 미국 인류학회 회장 선임

1975년 미국 과학진흥협회 회장 선출, 국립아카데미 회원 선출

1978년 췌장암으로 타계


 미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회학 교수로 학구적인 가정 분위기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엄격하고 항상 바쁜 일과에 자녀들에게 큰 관십을 두지 않는 부모에 실망하여 자신은 평범한 주부가 되려고 하였다.  처음 입학한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선택하였으나 주변 인물 중에서 천부적인 소양을 지닌 또래의 시인을 만난 이후 자신의 재능 부족을 느끼고 사회과학으로 전공과 학교까지 바꿨으며 우연히 유명한 인류학자 보아스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인류학 공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마침 보아스 교수 밑에는 루스 베네틱스가 일하고 있어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여 결국 전공을 옮겼으며 부모와 친척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목사 지망생 루터와 비밀 약혼에 이어 4년후 결혼까지 하였던 주체적 삶을 살았던 여성이다.


 자신의 현장 연구를 위해 엄격하고 권위 있는 스승 보아스의 의도를 물리치고 사모아 오지에서 젊은 나이에 혼신의 열정을 불태워 27살의 나이에 사오나 사춘기에 대한 연구서인<사모아에서 어른이 되다>를 출판하여 일약 유명 인사가 되었다.  미드의 연구 성과는 미국문화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이후 에도 여러 번 현장연구를 통하여 어린이들이 사회 지배가치를 배워 가는 과정이나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고정되는 과정을 관찰하여 기존 사회의 그릇된 선입관에 도전하였다.  미드를 통하여 인류학은 대중적인 학문이 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드는 조국을 위하여 결연히 나섰으며 인생 후반부에는 각종 학술 단체와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은 하기도 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고민 상담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젊은 시절 미드는 현장 연구를 마치고 귀향하는 배에서 만난 심리학자 포춘과 결혼식을 올렸으며 35살 때에는 포춘과 결별하고 영국인 벳슨과 결혼하기도 하여 생전 네 명의 남자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혼과 결혼을 선택 하였던 여성이었다.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미국 곳곳에서 추모 모임이 열렸고 마누스 섬 사람들은 5일 동안 위대한 추장이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대한 추도식을 거행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현대 사회에 남긴 업적을 간략히 소개하는 책 뒤표지의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남성과 여성의 기질 차이는 타고나는 것일까?"

 자녀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부보들은 도저히 경험할 수 없다고 역설하며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세대차이 문제를 간파한 미드. 그녀는 현대 문명에 더럽혀지지 않은 오지로 모험의 길을 떠나 그곳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생활하고 조사하고 연구하였다. 원시 부족의 삶을 관찰하면서 남녀의 기질과 역할에 본래적인 차이는 적으며, 오히려 사회구조가 강조하는 기질과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고정된 성 역할이 사회적 억압의 결과일 수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 가족구조나 생활양식, 자녀양육에 대한 서구식 원칙들이 가진 문제점을 파헤쳤다.  미드는 너무도 많은 기회 속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유입된 자신의 조국 미국이 하나로 통합되려면 계급, 인종, 민족적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글로벌 문화시대가 열릴 것을 미리 예견하였다. 그녀의 이런 성과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인류 문화의 발달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선사하는 밑 걸음이 되었다.


인류학(Anthropology)은 나라마다 정의도 다르고 분류 방식도 같지 않지만 대개 네 가지로 구분한다.

 1. 고고학,

 2. 자연 또는 생물인류학,

 3. 언어학,

 4. 문화 또는 사회인류학(인류학 또는 민족학)


 또는 1.형질인류학, 2. 고고학, 3. 문화인류학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나는 약 10년 전에 문화인류학이라는 책 한권을 읽어서 인류학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얻은 바가 있었으며 당시 퍽 흥미 있게 느꼈었다.  오랜 만에 다시 인류학을 연구한 사람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그 동안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가 생각했지만 마땅한 분야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이제 나는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하였다.론 지금부터라도 인류학을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어 앞으로 인류학에 관한 책을 읽는 것으로 나의 희망에 대신하려고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