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황금 물고기 Poisson dor >를 읽고...

깃또리 2009. 1. 5. 21:46

<황금 물고기 Poisson dor >를 읽고...

 

38753

르 클레지오 Jean MarieGustavele Clezio 지음

최수철 옮김

문학동네

 

2009. 10. 5.

 

두 달전인가 아마 10월 중순경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고 나는 서점에서 몇 권의 르 클레지오의 작품 중에서 <황금 물고기>를 골랐다. 우선 <황금 물고기> 라는 제목이 우선 마음에 들어 구입하였다.

작가 르 클레지오는 1940년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 남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도시 니스문과대학을 마치고 다시 영국의 브리스톨대로 유학하여 미술사를 공부하고 23살에 <조서>로 르노드상을 수상하여 화려하게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열병> <홍수> 등 화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였으며 미국 뉴 멕시코대학 불문학과 미술사 교수생활을 하면서 서구 문명에서 접할 수 없는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즐기며 유럽인들이 느껴 보지 못한 신선한 인간정신을 소설로 발표하였다.

 

그는 2001년 대산문화재단과 주불 대사관이 주최한 한불 작가 교류행사로 우리나라를 첫 방문하여 전남 운주사를 들려 여기서 얻은 영감으로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를 쓰기도 하고 이화여자 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초빙교수 자격을 얻기도 하여 우리나라와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1963년 신인작가에게 수여하는 르노드상을 필두로 1980년 폴 로링상, 1994년 라르지 선정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라는 찬사를 얻기도 하였으며 올해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여 조국 프랑스에게 14번째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얻게 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는 자신이 프랑스 사람이라기 보다 아프리카 사람이며 세계인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부인이 아프리카 모로코인이고 문명에 찌들지 않은 원시의 세계를 동경하는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1966~1969년 방콕에서 군복무한 경험으로 불교와 선의 세계를 접하였고 1967년 멕시코 체류와 1969~1973년 파나마 생활을 하며 남미 인디언의 삶에 깊이 매료되기도 하였으며 모로코 아내 제미아와 함께<사막 기행문><하늘빛 사람들>을 출간하였으며 최신작으로 자전적 소설 <아프리카인>과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칭송되는 <우연>등이 그의 대표작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

 

<황금 물고기>의 내용을 간단히 적어 보면...

1인칭 주인공 나인 라일라는 북아프리카 흑인으로 예닙곱살 어린 소녀 시절 인신 매매범들에 자루에 담겨 납치되어 랄라 아스마란  할머니에게 인계되며 이 할머니는 그녀가 밤에 자신에게 왔다고 하여 모르코 말로 밤이라는 라일라란 이름을 붙여준다.

납치 전에 집 앞에서 놀다가 소형 트럭에 치어 한쪽 귀가 멀었으나 에스파니아계 유태인인 랄라 아스마는 그녀에게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암산과 수학을 가르쳐 주었고 알라를 믿도록하였다. 열 한두살 때 후견인 랄라 아스마의 부자 아들 아벨의 겁탈을 간신히 피하는 수난을 겪은 얼마 후 랄라 아스마가 죽자 산파와 이상한 직업을 갖은 여자들이 모여 사는 여인숙으로 몸을 피한다.

여기서 남쪽 베르베르족이며 제일 나이 어린 '이상한 여자' 후리아와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며 산파 자밀라의 배려로 기숙학교에 한 학기 다니기도 한다.

랄라 아스마의 아들과 며느리에게 붙잡혀 1년 정도 가정부 노릇을 하다 탈출하여 타브리게트라는 천막굴에 살고 있는 후리아를 만나 그녀의 도움으로 근처 도서관과 독일 문화원에서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 그리고 지리학, 동물학,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특히 프랑스 고전문학을 섭렵하였으며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의 <첫 사랑>을 가장 좋아하게 된다.

틈틈이 일하여 번 돈으로 어느 화가가 쓰던 리얼 리스틱이란 상표가 붙은 라디오를 밀매 시장에서 구입하여 지미 핸드릭스의 노래를 즐겨 듣기도 한다. 고대에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리우는 지브롤터 해협의 아프리카쪽 항구 탕헤르 방송을 수신하는 것으로 소설에는 그려져 있는데 작가의 부인이 모로코 출신이다 보니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이 아내의 도움을 받아 쓰여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아무튼 라일라는 후리아가 그간 인색하리만치 억척스럽게 모은 돈을 밑천 삼아 밀항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고 스페인의 산을 타고 넘어 국경을 지나 프랑스 툴르즈에 잠입하여 기차로 비가 내리는 밤에 파리에 도착한다.

세상의 모든 인종이 모여 사는 복잡하고 거대한 파리에서 라일라는 마치 탁류를 거슬러 올라 가는 힘찬 물고기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권투 연습생 노노라는 젊은이와 몸을 주고 받으며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라일라는 어느 병원 잡역부로 일하면서 아프리카 출신, 서인도제도 출신 흑인들과 어울려 그들의 격렬하고 영혼을 파고드는듯한 음악에 빠져들기도 하며 얼마 후 병원에서 일하는 프로메제아 부인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어 안락한 생활을 하였으나 어느날 밤 부인이 건네 준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거의 잃고 성적 추행을 당하자 가방에 고물 라디오만 챙겨 집을 나온다.

차고나 동굴 같은 노노의 지하 아파트로 돌아온 라일라는 파리 7대학 역사학도인 노노의 단짝 친구 하킴을 만난다. 세네갈 출신인 하킴의 할아버지 얌바엘 하즈는 프랑스 군대 저격병 출신으로 지금은 장님이 되었지만 라일라를 마치 친 손녀처럼 대하며 예언자 마호멧에 대한 이야기와 코란을 암송해 들려 주며 이 세상에서 뭐가 중요하느나는 라일라 물음에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 해도 신의 눈에는 보석처럼 보인다느 사실이지"라고 대답한다.

또한 그녀가 자리를 뜨려 하자 얼굴, 눈 그리고 입술을 천천히 쓰다듬은 다음 마술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라일라는 신문사에 근무하는 베아트리스와 변호사 시보인 그녀의 남자친구 레아몽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한동안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어느날 뒷골목에서 한 사내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하기도 하며 노노의 숙소인 차고 침대에서 하킴의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오래전에 죽은 친손녀 마리마 마포바 여권에 라일라 사진을 붙인 프랑스 여권과 세네갈로 돌아 간다는 하킴의 편지를 발견한다.

이제 세상 어디든 마음데로 갈 수 있는 자유인이 된 라일라는 한 두살 아래인 친구 주아니코와 함께 그의 외삼촌 라몽 위르쉬가 살고 있는 남프랑스 니스로 떠난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공사판 노동자인 라몽의 처지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여 쓰레기 매립장에서 구해온 헌책을 읽는 일로 소일하다 호텔 홀에서 노래 부르는 미국 시카고에서 온 새라라는 가수와 친하게 된다. 서로 주소를 주고 받은 후 라일라는 니스를 떠나 다시 파리로 돌아 온다.

자유 응시생 자격으로 문과대학 입학자격시험에 응시하였으나 구술시험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란츠 파농의 "귀향 수첩"을 암송하였고 철학과목에서는 인간과 자유라는 논제의 20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답안지에 역시 프란츠 파농과 레닌을 끊임없이 인용하여 훌륭한 답을 작성하였으나 수학, 역사 과목에 백지를 내 낙방하였다.

베아트리스와 레이몽으로부터 미국으로 가는 여비를 빌린 라일라는 마지막으로 후리아와 노노를 만나려 했지만 주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뜨거운 여름날 보스턴에 도착한다.

니스에서 만났던 언니같던 신학교 교사이자 가수인 세라 립켄을 만나 그녀의 집안일을 돌보게 된다. 지금까지 비슷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싸이클론이 다가온다는 뒤숭숭한 일기예보가 있던 무더운 어느날 함께 살고 있던 세라의 남자 친구가 그녀를 강제로 침대로 끌고 가려 했으나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낡고 얼룩진 라디오와 하킴의 추억이 어린 프란츠 파농의 책만을 들고 시카고를 향해 그래인 하운드에 몸을 싣는다.

시카고에 도착한 라일라는 어느 호텔 바에서 새라의 애창곡인 빌리 할리데이외 니나 시몬느의 노래를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며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는 장 빌랑과 고속도로와 호수가 보이는 살롱처럼 꾸며진 고급 호텔방에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들이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경찰차로 실어가는 광경을 목격하고 다시금 마음이 표류하기 시작하여 여자 친구가 있는 장 빌랑과 만남도 거리낌하여 벨라라는 에콰도르 가수 지망생과 교제를 시작한다. 베라의 경제 사정도 나빠져 둘은 대륙을 횡단하여 켈리포니아에 도착할 즈음 라일라는 뇌척수계통의 열병으로 고통을 받으나 장 빌랑의 아기는 유산되고 죽을 지경에 이른 라일라를 병원 앞에 두고 벨라는 행방불명이 된다.

병원에서 천사같은 인디언 출신이며 벙어리인 간호사 나다의 도움으로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되찾고 그녀의 아끼던 프랑스 책을 선물하고 병원을 떠난다. 병원을 나온 뒤 비벌리에서 피아노를 친 일이 계기가 되어 병원의 나다 샤베즈를 만나고 시카고의 르로이씨가 찾아와 니스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 초대장과 비행기표를 주고 간다. 새로운 이름과 다른 얼굴로 니스에 되돌아 온 라일라는 새라가 있던 바로 그 호텔에서 지내며 주니아코와 걷던 니스 거리를 돌아 다닌다.

시카고의 장 빌랑에게 전화하여 니스에 와 달라고 하였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라일라는 재즈 페스티벌 참가를 취소하고 야간 열차로 스페인 알제시라스로 가 카페리에 올랐다.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남쪽 으로 내려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녀는 시카고의 장 빌랑이 돌아 온다는 연락과 함께 그녀의 길고 긴 여정을 마치며 자신이 태어난 아프리카에 발을 딛는다. 

 

이 소설의 첫 장에는 "오, 물고기여, 작은 황금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라고 시작한다.

흑인 소녀 라일라에게는 짧은 기간 동안 수 많은 올가미와 그물이 덮쳐 왔지만 자신이 태어난 모천으로 회기하는 연어처럼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드디어 자신의 땅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삶에도 무수한 올가미와 그물이 우리를 가로막기도 하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힘차게 헤쳐 나간다면 언젠가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안락한 땅에 발을 딛을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소설로 이해하며 책장을 덮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