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단련하다.
청어람 미디어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2004. 8.
Philo-Sophia 그리스어의 "사랑하다" "좋아하다" 라는 접두어 Philo 와 "앎 (知)" 이란 단어 Sophia 가 붙어 철학자, 철학 Phiosophy 가 되었는데 당시 철학은 자연과학을 포함하여 모든 지식을 포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철학은 사실 "철학학" 이라고 해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주장하면서 자기는 모든 분야에 대해 두루 아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어쩌면 진정한 옛날의 철학자가 아닌가 한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그러나 요즘 기준으로는 자신이 Profesional Generalist 즉 전문이 없는 지식 전문가에 속하지 않는가 한다고도 했다.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1940년 나가사끼에서 태어나 동경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제일 명망있는 출판사 문예춘추의 주간문예에 입사하여 2년간 기자생활을 하다 다시 동경대 철학과를 졸업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일본 다나까 전수상의 금권정치 비리를 추적하여 책으로 출판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철저한 취재와 분석력으로 활발한 문필 활동과 분석기사로 수많은 독자를 거느리는 자유기고가이다.
이 책은 동경대 학생강의에 사용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저자의 주장을 간추려 보면...
1. 일본 대학생들의 교양부분 실력의 부족.
2. 이과와 문과의 지나친 분화로 상대학문에 대한 이해 부족.
3. 과학의 진보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나 정신세계 학문의 발전 지연.
1.2.번은 대학 교과과정의 문제점으로 우리나라 대학도 마찬가지 이므로 경청해 볼만한 문제이다.
책 초반부에서는 뇌의 각부구조, 역할, 성장과정등을 도해로 설명하고 지식인으로써 뇌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으며 특히 20대 초의 지식 습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뇌에 대해서 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있다고 하며 뇌에 대한 여러 학설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지식의 습득에 관하여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 Paul Valery(1871~1945)를 예로 들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다.
폴 발레리는 19세에 시를 발표하여 일약 유명해져 당시 우리에게 "좁은 문"의 작가로 알려진 앙드레 지드와 피에르 루이스와 함께 가장 촉망 받는 세명의 젊은이에 속하였으나 23세에 말라르메와 랭보의 시를 읽고 자신이 이들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진다고 스스로 판단하여 붓을 꺾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가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지속적으로 일기 쓰기를 비롯하여 지적 탐구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절필하기 바로 직전에 쓴 "테스트씨와 하룻 밤"은 200자 원고지 60매 분량의 짧은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난해한 소설로 인정되는데 근 30년후에 문단에 다시 나타난 폴 발레리는 "에밀리 테스트 부인의 편지" "테스트씨의 항해" "테스트씨와 산책" "테스트씨의 초상을 위하여"등 무려 10편이나 되는 <테스트씨...> 연작을 발표하여 결국 대형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20여년간 보잘것 없는 직업을 전전하기도 하고 나중엔 부유한 상인의 전문비서로 일하기도 하였지만 꾸준히 독서와 지적 탐구를 매진하여 40세가 넘어 다시 문필 활동에 뛰어들어 프랑스 문단을 빛낸 이야기들을 적고 있다.
다음으로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으나 서양 최초의 인문주의자로 추앙 받고 있는 당시 유럽 최고의 지식인 에라스므스(1466~1536)에 대해 역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당시 라틴어로 된 고전을 탐독하였는데 당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아직 발명되지 않아 유럽 이곳저곳 수도둰과 도서관을 전전하며 필사본을 일고 공부하였으나 만년에 인쇄술의 발명으로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성경을 번역하기도 하고 그의 가장 인기 있는 저작인 "우신예찬"으로 막강한 권위를 자랑하는 교황을 필두로 권력가와 재산가의 추악한 모습을 속시원히 질타하였으며 결국 이 최초의 베스트 셀러는 금서로 묶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의 책 중에는 고전에서 발췌하여 만든 "라틴어 격언집"은 5개 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생전에 이미 백 수십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지식인, 학생들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인쇄술 덕분에 에라스므스의 책이 널리 읽혀 결국 마루틴 루터가 에라스므스의 영향을 받아 종교개혁에 대한 불씨를 지폈으며 가톨릭편과 루터편에서 에라스므스를 각기 자기 진영으로 이끌려고 노력했으나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제삼자 입장을 유지하였기 때문게 양측으로 부터 배신자로 호된 욕을 먹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재미 있는 사실은 격정적이고 독선적인 마루틴 루터가 처음엔 에라스므스가 자기 편으로 착각하여 <선생>으로 받들고 있었으나 원래 평화주의자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에라스므스는 적극 동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루터는 에라스므스를 비겁자라 불렀다한다.
당신 불만에 찬 농민들은 루터의 영향으로 장원이나 성당을 공격하고 폭동을 일으켰는데 루터의 입장에서도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여 가톨릭파에 구원을 청하고 농민들을 실랄히 비난하기도 했다 한다.
루터가 영주들에게 부낸 편지 일부...
"한 놈도 남김없이 은밀하게 또는 공공연하게 때려죽이고 졸라죽이고 베어죽여야 합니다. 미친개는 때려잡아야 하는 것처럼, 폭도처럼 악마적인 해악을 미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당신이 치지 않으면 저쪽이 당신과 국토를 칩니다. .... 그러므로 한 놈도 남김없이 때려죽이고 찔러죽이고 졸라죽이시오. 그로 인해서 당신이 죽는다면 당신에게 복이 있을 것이오. 이보다 더한 복된 죽음은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당신은 말씀에 따라... 사랑으로 죽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교황(가톨릭), 루터(종교개혁 신교) 양측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에라스므스였지만 생전에는 어느 편에 가담하지 않고 300년이 지나 후인 19세기에 그의 저작을 통해 진정한 그를 평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에 중점적으로 소개한 사람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니 인류최고의 천재라고도 불리우는 독일태생의 유태인이며 미국인으로 생을 마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이다.
유년시절에는 평범한 소년이었고 더구나 독일 공과대학 입시에 낙방하여 두번째 시험으로 겨우 들어간 지극히 남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자유로운 사고와 꾸준한 노력으로 1903년 어떤 공간이든 관성이 있다면 등질이고 물리적 법칙이 성립한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여 세계물리학계를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즉 공간과 시간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물질세계의 유동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으로 4차원의 세계는 오늘날 물리학 뿐만 아니라 현대철학, 전위예숧사조, 티비, 우주비행에도 응용되는 혁신적 이론이라 한다.
다음으로 1915과 1916년에 걸쳐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에 의한 공간굴절"로 요약되는 빛도 굴절하고 공간이 왜곡된다는 이론을 발표하였는데 이론만 세웠을뿐 이에 대한 증명은 실험물리학자들의 손에 넘겨 관측실험으로 이를 증명받았다고 한다.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우주론, 소립자론, 우주팽창, 우주진화, 별의 탄생, 중력붕괴, 불랙홀, 펄서, X선 방출원등 물리학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나 아쉽게도 1921년 노벨 물리학상에는 이를 인정 받지 못하고 "광전자효과=광양자 가설"로 수상을 하였다고 한다.
나는 복잡한 이론은 알기 어렵고 단지 E=m x C2 즉, 에너지는 질량에 광속도를 곱한것과 같다는 이론만이 겨우 조금 알고 있을 뿐인데 어쨌든 물리학에 끼친 영향을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서 독일의 여성 수학자 아말리 에미 뇌터(1882~1935)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대를 잘못 태어나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펴지 못한 여성이어서 가슴이 아프다.
수학교수의 딸로 태어났으나 대학 입학이 허용되지 않아 겨우 아버지 다니는 학교에 다녀 수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하였으나 교수 임용이 허락하지 않아 할 수 없이 괴팅대학교의 힐베르트라는 당시 덕망있는 수학교수의 무급 대리교수로 강의를 4년간이나 맡아 하다 너무나 실력이 출중하여 "정원외 교수"라는 직제를 임시로 만들어 자리를 겨우 연구와 교수 활동을 하였는데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정립에도 불가결한 수학인 대수적 논리 연구학문인 "추상대수학"을 확립하여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한다.
인류역사상 중요한 이론 중에 하나인 "열역학 제 1 법칙"과 "열역학 제2 법칙"에 대해 언급되어 얼마전에 읽은 "엔트로피"와 관련있어 다시 세심하게 읽어 보았다.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법칙=우주 총에너지는 일정하다. 우주 탄생의 기원으로 보는 빅뱅 Big Bang 당시에 발생되었던 에너지는 지금도 그 양이 변하지 않았다는 설이다.
열역학 제2법칙: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 반대는 없다. 여기서 바로 우리 환경파괴와 관련이 있는 엔트로피개념이 나왔다.
열역학 제2법칙은 다시 말해 에너지는 엔트로피가 증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라고 바꿔 말하기도 하는데 이 엔트로피란 우리말로 굳이 바꾼다면, 무질서정도, 난잡, 엉망 정도의 의미인데 쉽게 말하면 이 세상 에너지는 불변하나 그 에너지의 질은 나쁜 에너지로 끊임없이 변한다. 쉽게 설명한자면 지하의 석유에너지를 사용하면 열에너지로 바뀌어 지구를 덥히는 나쁜 에너지로 남는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는데 두꺼운 책 한 권에 해당하는 엔트로피를 설명하기는 지면이 부족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이 세상의 "생명현상"은 질서의 세계, 진화의 세계, 엔트로피의 반대현상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이 자연계의 조직화 현상은 열역학 제2법칙을 반하는게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즉 아직 미발견된 원리? 가 있는거 아닌가 하는 가설이 성립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지의 세계를 변모시킨 법칙으로 "대칭성의 법칙"을 들었는데 이는 어느 책에서도 제목조차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1959년 대학 선배로부터 처음 들었다 하는데 당시 선배는 "이 세계의 기본 법칙"이라 하며 미국 컬럼비아 대학연구소에서 중국인 양전닝과 리전다오가 실험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역시 우 라는 중국 여성 물리학자가 실험으로 증명하여 인정 받았다 하며 이로써 이들은 195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이 되었으나 이해하기 곤란한 부분이었다.
물질의 크기를 마침 도해하여 쉽게 설명하였기에 여기 옮겨본다.
인간의 신장 평균 : 170 Cm
적혈구 직경 : 8 x 10 -6 m
적혈구 두께 : 1.5 x 10 -6m
DNA : 10-7,m
분자 : 10-8m
원자 : 10-9m
원자핵 : 10-14m
중성자+ 양자 : 10-15m
쿼크 : 10-18 m 이하
서양인의 종교 즉, 신에 대한 태도가 비교적 쉽게 정리하여 나왔는데 물론 창조론과 진화론을 나뉘기도 하지만 이게 간단치 않다고 한다.
즉, 창조론과 진화론과 관련하여 여러 단계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크게 나누어...
(책에 있는 내용을 더욱 보충하여 정리해 본것임)
1. 우주와 인간, 자연변화와 법칙까지도 신의 의지에 의한다는 주장.-범신론 汎神論 Pantheism
2. 우주. 인간창조는 신의 영역이었만 변화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신론 理神論 Deism, 이신론자 Deist.
3. 신의 존재나 사후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확인 불가능하니 일단 알 수 없다는 주장- 불가지론 不可知論 Agnostic
4.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적극적 부정론 - 무신론 無神論 Atheism, 무신론자 Atheist
여기서 한가지 동양사람들이 서양사람들과 만나서 무신론자라하면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를 띠는데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서양에서 무신론자란 유물론 즉 공산주의자 Communist와 동의어로 간주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이란 서양에서 보면 대부분 불가지론자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다.
끝으로 백과사전에 오른 천재집안으로 음악의 바하가계가 있고 과학계엔 헉슬리 집안이 있는데
T.H. 헉슬리는 다윈보다 인간의 진화에 대하여 먼저인 1863년 "자연계에서 인간의 지위"라는 연구논문에 발표하였으나 이론이 잘 짜여지지 않았으며 다윈의 진화론(1859)을 읽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 다윈의 진화론 옹호자로 남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사실 다윈은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인간의 진화를 먼저 내세우면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 같아 우리가 알고 있는 종의 기원에서는 인간의 진화를 거론하지 않고 1871년에 가서야 "인간의 유래"에서 다루었다 한다.
헉슬리는 "다윈의 불독"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윈을 위해 철저히 앞장섰으며 치열한 논쟁의 선두에 서서 진화론을 옹호한 생물학자라고 한다.
종교에 대해서도 불가지론을 내세워 처음으로 Agnostic 이란 말을 만들어 사용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 아들 레너드 헉슬리도 저널리스트로 잡지 주필을 하였고 큰손자인 줄리안 헉슬리는 교수를 거쳐 과학평론가로 초대 유네스코 사무국장을 지냈는데 1930년대 인기 조사에서 버너드 쇼, 처칠 다음의 지식인의 반열에 오를 정도 였다고 한다.
둘째 손자 올더스 헉슬리는 제목은 들으면 누구나 아는 과학 공상소설"위대한 신세계"를 쓴 천재 작가이며 이 사람은 대학시절 각막염이 지나쳐 결국 실명하였으나 촉감으로 타자를 쳐서 소설을 쓴 의지도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셋째 앤드류 필딩 헉슬리는 뇌의학자로 역시 이름을 날려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이 책이 재미 있는 이유는 지의 세계를 다양하고 폭 넓게 인문, 과학을 포함하여 다루었고, 내용을 마치 강의실에서 하듯이 구어체로 글을 써 읽기에 부담이 없는 점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책을 지루하게 읽지 않는 방법으로 한 번에 서너권 많을 땐 다섯권까지 이책저책 읽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저자도 마찬가지로 여러권 한번에 읽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어 좀 반갑기도 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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