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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을 읽고... 다니엘 페나크 지음 문학과 지성사 이정임 옮김
2004. 9. 21.
다니엘 페나크는 프랑스 출신으로 20년 교사생활을 했던 작가로 그의 글을 읽으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지낸 경력 때문인지 사실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준다. 유년 시절 군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서 성장하여 생각이 자유롭고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얘기를 한없이 풀어내는 이야기 꾼이다. 또 풍부한 독서 경험으로 이름 난 작품의 중요 대목의 인용과 비교 솜씨도 탁월하여 첫장을 읽기 시작하여 줄곳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글 솜씨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책의 첫 페이지부터였다. "'읽다' 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한다'라든가 '꿈꾸다' 같은 동사들처럼 , '읽다'는 명령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p-15) 맞는 말이다. 책이란 누가 읽으라고 해서 읽는 게 아니다. 물론 누가 시키면 억지로 읽는 시늉을 하고 있늘 뿐이지 마음속은 딴 곳에 가 있으며 그건 읽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T.V.와 컴퓨터라는 마술상자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 어린아이들이 도통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것은 프랑스도 같은 형편이며 부모나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책을 보게 할까 하고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심지어 T.V. 에서도 책 읽기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이는 자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그 리듬은 다른 아이들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법도, 평생을 한결같이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아이들에게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에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p-60)
행복한 책 읽기 나도 아주 공감하는 말이다. 여기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바르게 길들여진 독서는 우리자신까지도 포함하여 이 모든 것으로부터 구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도 죽음에 맞서 책을 읽는다."_(p-105) 그러면서 카프카는 아버지의 바람을 거역하며 책을 읽었고, 오코너는 도스프에프스키의 백치를, 티보데는 전쟁과 평화를, 폴 발레리는 마취 없는 수술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되뇌었다고 하며 몽테스키외는 "나로서는 공부만이 세상의 모든 불쾌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최상의 치유책이었다. 1 시간 읽는 것만으로도 온갖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져버리곤 했다."라고 술회하였다 한다.
정말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 책이고 책 읽기에 조금만 중독되기라도 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책을 추천하고 선정하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읽고 보니 그럴듯하다.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 덕분에 읽은 책은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로부터 천거된 책이다. 또한 책에 대한 느낌도 우선은 가장 소중한 이에게 먼저 전하게 되다. 그것도 , 아니 확실히, 감정이란 본디 책 읽기의 욕망처럼 , 무엇 무엇을 더 좋아한다는 속성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좋아한다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과 나누는 것이다."-(p-111)
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가지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취미가 달라서, 시력이 나빠서, 피곤해서 등등이다.등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시킨다. 만약 사랑도 하루 계획표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에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사랑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대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독서란 효율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사회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그렇다고 아무도 시간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진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p-160)
정곡을 찌르는 얘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식사를 못하면 허기가 지듯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할 일을 못한 허전함이 느껴지는 좋은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엄격하고 딱딱한 독서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열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훨씬 많이 있을 텐데 모세의 10 계명을 따라 일단 10 개만 골랐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를 미소 짓게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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