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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ointment with Love" 우리말 옮기기.

깃또리 2004. 6. 14. 20:39


Appointment with Love  연인과 한 약속

S. J. Kishor

김동욱 옮김

2004. 3.

 

 

 

 뉴욕 중앙역 안내실 벽위에 걸린 커다란 둥근 시계가 6 시 6 분전을 알리고 있었다.

방금 기차 승강대 쪽에서 걸어온 키가 큰 중위가 햇빛에 그을린 얼굴을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확한 시각을 알아 보고 있었다.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자신도 놀랄 정도의 심장 고동이 그의 가슴을 방망이질 했다.

6 분 후면, 지난 13 개월 동안 그런 특수한 장소에서 마음을 사로 잡았던 그 여인을 보게 될 것인데, 그가 한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그녀의 편지 구절들이 그의 가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중위는 안내소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인파의 바로 뒤에 가능한한 안내소 쪽에 몸을 가까이 하고 서 있었다.

 

 블랜드포드 중위는 전투가 최악이었던 특별한 어느날 밤을 기억했다.

 그날 그의 전투기는 일본 제로(Zero)기 편대 속에 포위 되었었다. 그는 일본 전투기 조종사 하나가 이를 드러내고 능글거리는 얼굴을 보았었다.

 중위는 어느 편지에서 가끔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했었는데 이 전투 바로 며칠 전에 그녀로부터 답장이 왔다.

 "당연히 당신은 두려움을 느끼시겠죠... 다른 모든 용감한 사람들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윗왕이 두려움을 몰랐을 까요? 다윗왕이 시편 23편을 쓴게 바로 그 이유입니다. 다음번에 당신도 두려움을 느끼면 내가 당신에게 이렇게 암송하는 저의 목소리가 들리길 원합니다.

 

 "내가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골짜기를 걷는다 해도 나는 악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니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리고 중위는 이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상상 속에서 그녀의 음성을 들었고 그 목소리는 중위의  원기와 비행술을 새롭게 했다.

 이제 그녀의 실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6 시 4 분전, 중위의 얼굴은 긴장되었다.

거대한 불빛으로 찬란한 천장 아래, 마치 색색의 실들이 회색 피륙으로 짜여지는 것처럼 사람들은 분주히 걷고 있었다. (색색으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우려져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함.)

 한 소녀가 그에게 다가오자 중위 블랜드포드는 움찔하였다. 그녀는 옷깃에 빨간꽃을 꽂았으나 그 꽃은 진홍색 스위트 피였으며 그들이 서로 약속한 작은 빨간 장미가 아니었다. 게다가 이 소녀는 대략 18살 정도로 너무 어렸다 홀리스 메이넬은 30 살이라고 솔직하게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 그래, 그게 어때서요?"

그는 답장에 이렇게 썼다. "저는 서른 둘,"  사실 중위의 나이는 29살이었다.

 그의 생각은 이제 그 책으로 되돌아 왔다. 이 책은 수백권의 미 육군 도서관 장서 중에서 주님께서 틀림없이 중위의 손에 쥐어 주신 바로 그책으로 플로리다의 훈련소로 보내졌던 것이다.

 < Of Human Bondage  인간의 굴레>였던 그 책 페이지마다 빠짐 없이 그녀가 손으로 쓴 설명이 있었다. 중위는 보통 책안에다 글씨를 쓰는 버릇을 싫어 했었지만 이번 비평은 달랐다. 그는 전에 여성들이 남자들의 마음 속을 부드럽고 이해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리라 믿은 적은 결코 없었다.

*Of Human Bondage  : W.Somerset Maugham 의 대표작

 

 그녀의 이름은 장서표 위에 홀리스 메이넬 이라고 써 있었다. 그는 뉴욕시 전화번호부를 손에 넣어 그녀의 주소를 찾았다. 중위는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녀는 답장을 보내왔다.

 다음날 그는 해외로 파병되었지만 둘은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 13개월 동안 그녀는 충실히 답장을 보내주었으며 단순히 답장을 보내는 것 이상이었다. 중위의 편지가 도착 되지 않았을 때도 어떤 방법으로든 그녀는 편지를 보냈고 이제 중위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는 중위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중위가 사진 한장을 보내달라는 간청을 그녀는 들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그 거절은 좀 심한듯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만일 나에 대한 당신의 감정이 어떤 진실성, 즉 정직한 바탕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어떻게 보이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예쁘다면, 나는 당신이 이 아름다움에 이끌렸다는 생각으로 항상 괴로워 할 것입니다. 나는 그런 식의 사랑을 혐오합니다. 또 반대로 내가 인물이 모자란다면(그리고 당신은 이런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앞으로 당신이 외롭고 다른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라서 내게 편지를 보내왔었다는 것에 두려워 할 것입니다.

안됩니다.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지 마세요.

 당신이 뉴욕에 오시면, 나를 만나게 되고 그때 마음을 정하셔도 됩니다.

기억해두세요, 우리 둘다 그 후에 교제를 계속하던지 끊던지 그건 자유니까요. 두 가지 중에 어느편을 선택하든지..."

 

 6 시 1 분전... 중위는 담배를 세게 빨아들였다.

그 때 블랜드포드 중위의 가슴은 그의 전투기가 요동치던 것 보다 훨씬 더 뛰었다. 한 젊은 처녀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녀의 몸매는 키가 크고 날씬하였으며 곱슬거리는 금발은 예쁜귀 뒤로 넘겨져 있었다. 푸른 눈은 꽃처럼 보였으며 입술과 턱은 부드러우면서도 야무져 보였다. 그녀의 연녹색 정장에서 생기 있는 봄을 물씬 연상시켰다. 그녀가 장미를 깃에 달지 않았다는 사실도 완전히 잊고서 중위는 그녀 쪽으로 다가가자 그녀의 입술에서 살짝 매혹적인 미소가 흘렀다.

 

 "군인 아저씨, 제게 무슨 볼 일이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자기도 모르게 중위가 그녀에게 한 발을 옮겼다. 그때 중위는 홀리스 메이넬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 처녀 바로 바짝 뒤에 서 있었고 나이가 족히 40 이 넘어 보였으며 그녀의 희끗희끗한 머리채는 낡은 모자에 틀어 쑤셔 넣어져 있었다. 몸은 뚱뚱한 정도 이상이었고 목이 굵은 발은 굽낮은 신발에 억지로 끼워져 있었다. 그러나 구깃구깃한 갈색 코트의 깃에는 빨간 장미가 매달려 있었다. 블랜드포드 중위는 마치 그의 몸이 두개로 분리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냐면 그 처녀를 뒤쫒아 가고 싶은 욕망이 너무 강렬했으나 또 하나는 홀리스 메이넬의 영혼이 그의 영혼에게 진실한 벗이 되어 격려해주었으며 바로 앞에 서 있는 그녀에 대한 중위의 동경심도 너무나 깊었었기 때문이었다.

 

 핏기없는 그녀의 통통한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사려가 깊어 보였으며 그가 이런 사실을 이제 깨닭았다. 회색눈은 다정하고 온화하게 반짝였다. 중위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손엔 작고 닳은 푸른 가죽으로 된 "인간의 굴레" 한권을 들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녀에게 자기를 알아 보게 하는 표시였다.

 이것은 사랑이 아닐거야 그러나 소중한 어떤것 이고 아마 사랑보다 더 고귀한 그 어떤 것으로 그가 지금까지 감사했었고 앞으로도 감사해야할 우정일 것이다...

 중위는 그의 넓은 어께를 활짝 펴고 경례를 하고 나서 그 여인에게 책을 건내면서 비록 실망으로 목이 매이긴 해도 말을 건넸다.

 

 "저는 존 블랜드포드 중위입니다. 그리고 당-당신은 미스 메이넬이시죠 이렇게 만나주시니 저는 무척 기쁨니다. 저-제가 저녁식사에 모셔도 될까요?"

 그 여인의 얼굴은 푸근한 웃음으로 활짝 펴졌다.

 

"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구만, 군인 양반, 방금 지나간 저 녹색옷의 아가씨가 내 옷깃에 이 장미꽃을 꽂으라고 부탁하더니만 만일 군인 양반이 나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요청하면 자기가 길 건너 저 큰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말해 달라고 합디다. 뭐, 무슨 떠보는 중이라고 하건가. 나도 두 아들 녀석을 군대에 보냈지 그래서 댁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구만." -끝

 

 

*사실 아주 오래 전에 이와 비슷한 글을 읽은 것도 같은데 4년 전쯤 이 글을 읽고 상당히 재미 있어 몇 번 다시 읽어 보고 우리 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매끄럽지 못해도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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