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The Letter" 편지

깃또리 2004. 6. 14. 20:34

 

16761

 

"The Letter" 라는 이 짧은 단편의 우리말 번역을 읽기 전에 먼저 글의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에 대해 조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본토 The Great Britain 섬 바로 서쪽에 위치한 대서양에 있는 섬나라입니다.

정식 국명은 The Repubric of Ireland 이고 국토는 약 7만 평방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1/3 정도 되는 작은 나라이며 국민 90% 이상이 로마 가톨릭이며 제 1공용어는 고대 게일어로부터 변형된 아일랜드어이고 제2 공용어는 영어다.

큰 산이라고는 1040 미터의 케렌투 힐이 제일 높은 정도이고 대부분 평지이며 곳곳에 호수와 초지로 농작물이 생산되어 유럽대륙에 이를 수출하기도 합니다. 석유가 생산되기는 하나 천연자원은 그리 풍부하지 않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12세기 이후부터 약 700 년 이상 영국의 지배와 차별적 시달림을 받아 왔으며 주요한 근, 현대의 역사적 사건은 아래와 같다.

 

1798 년  영국에 대규모 반란 봉기

1916 년  임시정부 선포

1921 년  아일랜드 자유국 성립

1947 년  에이레 독립국 선포

1949 년  아일랜드 국호 선포, 영연방 탈퇴선언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는 첫째 종교적 이질감 즉, 아일랜드의 가톨릭과 영국의 영국국교회 그리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오랜 기간 마찰의 악순환을 이어왔다.

아직도 북쪽 벨파스트를 주도로 하여 아일랜드 섬 1/5 면적은 영국의 영토로 되어 있어 정치적 주권문제로 무력소요가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가 조선시대 중국과 관계나 일제강점기를 거친 역사적 배경과 흡사하여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 볼 수 있으며 아일랜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랜 영국의 차별적 지배에 따른 수백년간의 빈곤의 악순환이 대물림되어 "아일랜드의 빈곤"이란 말이 자리 잡을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1846 년부터 시작된 대기근이 몇 년 지속되어 많은 기사자가 속출하였고 당시 근 200만명 넘는 아일랜드 사람이 고향을 등지고 유럽대륙과 신천지 미국으로 떠나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여 지금도 많은 이민 후손이 유럽 각국과 특히 미국에 많이 살고 있어 이름 앞에 Mac, Mc, 또는 O'가 있으면 대부분 아일랜드 이민 후손이거나 가까운 지역인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보면 된다.

이런 인물 중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MacAthur 장군, McCarthy 의원, 산악인 Mckinley, 햄버거 의 McDonald, O'Connor, O'Brien 등 수도 없다.

 

 또 하나 아일랜드하면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은 독일이 음악가, 프랑스가 화가를 다수 배출하였는데 인구로 보나 국력으로 보아 미약한 아일랜드에서 다수의 문인이 배출된 사실은 아무래도 고개가 갸웃해 지는 일이다.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탄 스위프트, 에드먼드 버크, 시인 에이츠, 오스카 와일드, 의식의 흐름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 조지 버나스 쇼, 세무얼 베케트등 세계문학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작가들이 다수 배출되었다. 아직 우리나라는 노벨 문학상 작가를 한명도 배출하지 않았는데 아일랜드는 예이츠, 조지 버너드 쇼, 사무엘 베케트, 시머스 히어니  무려 4명을 탄생시켰으며 평화상은 5명 그리고 물리학상도 1명 배출한 대단한 나라이다.

 기왕 노벨 문학상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덧붙인다며 제임스 조이스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은 사실은 의외에 속한다.

 이 글을 쓴 Liam O'Flahenty 도 역시 아일랜드 출신으로 많은 글을 남겼다.

 

 이 글은 바로 고단했던 아일랜드 시절을 배경으로 쓰여졌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현역 육사교장 김충배 중장이 육사생도들에게 교육자료로 쓴 60년대의 우리의 경제사정을 되새긴 글이 인터넷에 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위치를 돌아보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아와 가난에서 허덕이던 당시에 서독파견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얘기가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듯이 가난한 아일랜드 한 가족의 비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 The Letter 편지"를 읽고 불과 반세기 전의 우리의 가난이 몰고왔던 아픔과 슬픔이 겹쳐지며 지금도 이땅에는 많은 빈곤층이 하루하루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 말로 옮겨 보았습니다.

 미약한 실력으로 본인이 처음 읽고 감탄한 맑고 투명한 초여름날의 생생한 아일랜드의 자연 묘사와 애절하고 슬픈 원문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 되었는지 걱정하며 아무튼 모자라는 부분은 순전히 나의 부족함으로 돌리며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아일랜드는 1900년 초반부터 외국자본을 효과적으로 유치하여 유럽에서 가장 외국인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 신흥 산업선진국으로 발돋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간 공업선진국들이 개발과정에서 밟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모범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하여 여간 반갑지 않습니다.

 더구나 오랜 기간 핍박 받던 아일랜드는 영국을 국민총생산 GDP 에서 앞지르는등 기적 같은 발전을 하여 오랜 숙원을 풀고 있다.

 우리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으며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앞으로 아일랜드에 더욱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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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편 지

Liam O'Flaherty(1896~1884)

 

 I Was born on a storm-swept rock and hate the soft growth of sunbaked lands where there is no frost in men’s bones. Swift thought and the flight of ravenous birds,and the squeal of hunted animals are to me reality.      - Liam O’Flaherty

 

 

 

 여름 오후였다.

맑고 푸른 하늘에는 종달새가 파닥파닥 날개짓하며 점점이 떠 있었다.

마치 종달새의 노래를 듣기라도 하듯 바람도 고요하였다. 반짝이는 대지에서 희미한 연기가 수 많은 보이지 않는 요정들에 의한 즐거운 광상곡속에 숨겨진 향로로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연처럼 피어 올랐다.

 이런 평화가 지상에 펼쳐진 적이 있었던가!

온 세상은 사랑과 아름다움 그리고 여름의 향기로운 대기와 즐거운 새들의 노래소리만 들리는듯하였다.

 삼라만상은 무념무상의 무아지경 속에 새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래, 자기 집을 등에 진 뿔 달린 달팽이조차 잿빛 돌 위에서 길게 늘어져 쉬고 있었다.

 거친 소리라고는 없었다. 험한 바람과 천둥의 소란속에 자기를 드러내는 어느 것도 없었다. 완전한 조화를 허무는 귀에 거슬리고 으스대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풀잎 위에 나 앉은 느린 발을 갖은 작은 곤충들조차 자신 스스로 거대한 자연속에서 여엿한 주인이었다.

 성장의 움직임으로 사그락 거리는 풀잎들도 사랑에 빠진 처녀의 숨결소리처럼 흥겹고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노래하는 종달새 아래 한 농부와 그 가족들이 작은 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네명의 자녀들이었다. 그들은 싹트기 시작한 감자 줄기 주변에 새흙으로 붇돋우고 있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노래하는 종달새 아래 밭에서 일하는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렇지, 아마 하느님은 소박한 마음씨의 식구들이 흥겨워 하도록 음악을 선물하셨다.

 어머니와 둘째 딸은 다른 식구들 보다 앞장서 나아가며 밭 이랑의 풀을 뽑았다. 아버지는 큰 아들이 얕은 밭의 바위투성이 아래에서 퍼담아온 좋은 흙을 감자 줄기 주위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열 두살 두째 아들은 당나귀의 짐싣는 바구니에 저멀리 바닷가에서 모래를 담아 왔다. 그들은 모래와 질 좋은 흙을 뒤섞었다. 네째 아이는 아직 어린애여서 엄마 곁에서 이리저리 비틀비틀 걸으며 풀을 천천히 뽑아 마치 선물을 주는듯이 그걸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아버지의 삽날이 이따금 돌에 부딪치거나 어린 감자줄기가 살짝 덮인 흙 때문에 가끔 다치는 일 말고는 식구 모두 묵묵히 일했습니다.

아버지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기도하자!"

모두 바라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아버지 손에 감자줄기가 들려 있었는데 공기돌보다 더 작은 감자들이 헝클어진 작은 뿌리에 달려 있었다. 이미 감자는 씨알이 생겨 커가고 있었다. 식구 모두 빙둘러 서서 신기하듯 바라보았다. 그 때 갑자기 풋내기에 지나지 않는 큰 아들이 자기 손바닥에 침을 탁 밷더니 깊이 생각한듯이 말했다.

 " 아 맞아! 만일 메리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새로 열린 감자를 보고 기뻐하지 않을까? 내 기억으론 바로 이자리에 큰 누나가 지난 겨울 (비료로) 바닷풀을 뿌렸거든."

 이 말이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 큰 아들이 말한 사람은 바로 큰 딸이었다. 그녀는 이른 봄에 미국에 갔다. 그 이후 식구들은 단 한통의 편지를 받았을 뿐이었다. 최근 이웃 집 딸이 자기 집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 의하면 메리는 일자리가 없다 한다. 그녀는 신부님이 마련했던 첫 번째 일자리인 부잣집 여인의 하녀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머리를 숙이고 쓸쓸히 중얼거렸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시니, 아마 오늘 편지를 받아 볼 거야."

아버지는 다시 허리를 구부리고 삽으로 사납게 흙을 으깨면서 거친 소리로 내밷었다.

" 일이나 해."

식구들이 흩어졌다. 그러나 큰 아들은 먼 언덕 너머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마치 대들듯이 자기 어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 누나는 자존심이 너무 강해 돈을 벌기 전엔 편지를 안할 거예요. 난 누나를 잘 알아요. 누나는 자존심 덩어리니까."

 식구 모두 일에 열중했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는 엄마에게 선물로 풀을 뜯어 오고 있었다. 엄마는 와락 팔로 아이를 안더니 키스를 했다. 그런 후 말했다.

 " 저 높은 곳에서 마치 천사처럼 노래하는구나. 저 종달새들은 천사들인 가봐. 새들이 저렇게 노래하도록 하느님은 자비로우시지 않니? 아마 네 누나도 저 종달새 노래를 들으면 편지를 보낼거야. 근데 사실 그 큰 도시엔 종달새가 없겠지."

 아무도 대꾸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로 종달새들은 더 이상 즐겁게 지저귀지 않았다. 바로 하늘은 넓어지는듯 했다. 세상은 확 펼쳐지는듯 공허하고 불길한 확장감이 느껴졌다. 파닥거리며 노래하는 종달새 소리 그 자체가 섬뜩한 가락을 띠었다. 모두가 그렇게 느꼈고, 단지 엄마에게 풀을 뜯어 선물인양 주러오는 어린애만 천진난만하게 아장아장 돌아 다녔다.

 

 갑자기 아이들이 기쁨에 들뜬 소리가 종달새의 맑고 영롱한 노래에 섞여 들렸다. 식구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작은 두 소녀가 밭을 향해 좁다란 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밭에 있던 식구들은 좁은 길의 구불구불한 울타리 사이로 하얀 앞치마와 금발 머리결이 아른아른거리며 내 달려 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두 계집아이들은 달려 와서 앳된 목소리로 기쁘게 외쳤다. 그 둘은 집에 남아 있던 애들이었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고 있었다.

 "밭으로 뭘 가지고 왔니? 어머니는 아직 조금 저 만치 오고 있는 애들에게 크게 물었다.

 "편지~" 한 애가 밭을 둘러싼 작은 돌무더기 울타리를 넘어 오며 크게 대답했다. 아버지는 그의 삽을 내던지고 헛기침을 했다. 어머니는 성호를 그었다. 큰 아들은 삽으로 땅을 내려 치며 말했다.

 "틀림 없어!"

 그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뒤따라 오던 다른 계집아이도 끼고 싶어서 울타리를 뛰어 넘으며 말했다.

"맞아, 메리한테서 온 편지야, 우체부가 우리에게 주었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가져왔다. 식구 모두가 밭 울타리 옆 아버지 곁으로 모여 들었다. 아버지는 돌무더기 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손을 옷위에 문질러 털고 편지를 받았다. 식구들은 아버지 무릎 아래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어머니는 막내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숨결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이내 그들의 숨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편지를 들고 이리저리 여러번 매만지고 찬찬히 보기도 했다.

 " 이건 확실히 메리 글씨로군."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 그래, 맞아요, 열어보세요. 아버지."  하고 큰 아들이 나서서 재촉했다.

 " 제발, 하느님."  어머니가 말했다.

 " 하느님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을 주실거야."  봉투를 천천히 뜯으면서 아버지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다시 잠깐 멈추고 봉투 속 보기를 멈칫했다. 그 때 딸 하나가 말했다.

 " 봐요, 봐요 그 안에 수표가 있어요. 난 햇빛에 비친 수표를 봤어요."

 " 뭐라고?" 어머니가 소리쳤다.

 재빠른 동작으로 아버지는 봉투의 내용물을 꺼냈다. 수표 한 장이 접혀진 편지 사이에서 나왔다. 수표를 꺼집에 올릴 때까지 한마디도 없다가 아버지의 말이 터져 나왔다.

 " 이럴수가, 이거 20파운드 짜리네."

 " 아이구 내 딸, 내 사랑하는 녀석아 내가 너를 낳았지. 내 소중한 자식." 어머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아이들은 기쁘고 흥분해서 웃고 떠들었다.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말했다.

 " 이 돈 가지고 말한필 살 수 있어. 말 한마리."

 " 어! 아버지, 2 살짜리지요. 그리면 우린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그 말을 길들일 수 있어요. 제가 길들일게요. 아버지 그럼 우리도 마을 사람들처럼 말을 가질 수 있겠네요. 메리누나 멋지잖니? 내가 말했잖아 누나는 돈이 생길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근데 저 혼자도 말을 키울수 있어요, 아빠." 두째 아들도 나섰다. 그리고 두째는 좋아서 소리 질렀다.

 " 얘들아 조용할 수 없니? 누나에게서 편지가 왔잖아? 그 편지 읽어봐라?" 어머니가 슬픈 어조로 조용히 말했다.

 " 여기, 너희들 중에서 누가 받아서 읽어봐라 . 난 손이 떨리고 눈에 눈물이 고여 아무것도 안보이고 단지 흐릿하게 보이는구나." 아버지가 대답했다.

 " 제가 읽을 게요." 둘째 딸이 나섯다.

 둘째 딸은 편지를 받아들고 이쪽저쪽 한 번 훑어 보더니 별안간 눈물을 주룩 흘렸다.

 "뭐야? 그거 이리 줘봐." 큰아들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편지를 들어서 한번 훑어보고 그의 얼굴도 이내 굳어졌다. 식구 모두의 얼굴도 역시 굳어졌다.

 "읽어봐라, 얘야." 아버지가 재촉하였다.

 

 " 사랑하는 부모님께," 아들이 읽기 시작하였다.

 " '오! 어머니, 저는 정말 외롭습니다. 

 

-'마치 큰딸이 편지지 위에서 얼굴을 묻고 엎드려 울었던 것처럼 편지지는 온통 얼룩져 있었다.-

 

  '아버지, 왜 제가 그랬는지... 도대체, 왜 제가 그랬는지... 도대체...'

 

-이거 무슨 말인가... 이거...- 

 

 '왜 제가 이런 험한 곳에 왔을까요? 밤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어머니, 저 대신 막내에게 키스해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당신의 사랑하는 딸 메리.'"

 

 

 아들이 읽기를 마치자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처음 움직인 사람은 아버지였다. 그는 수표를 한손에 꽉 움켜쥐고 천천히 일어서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편지에 이 돈 얘기는 없구나. 글쌔 왜 그렇지?"

 " 20 파운드, 그건 일주일에 벌 수 없는 돈이야." 어머니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슬그머니 아들로부터 편지를 건네 받아 누가 빼앗기로도 하듯이 자기 품속에 감춰넣었다.

 아버지는 울타리쪽으로 기운 없이 걸어나가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아! 내 욕심때문에 스스로 그런 의문을 가지지 못했네. 20 파운드..." 

 그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뻣뻣하게 마치 술취하고 화난 사람처럼 걸어나갔다. 나머지 식구들은 아무말 없이 곰곰히 생각에 잠겨 계속 앉아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종달새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갑자기 한 사람이 아버지가 있는 위쪽을 보더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 아버지가 뭐 하시는거야?"

 그들 모두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밭 위쪽 자갈투성이인 다른 집 밭 안으로 들어가려고 밭을 빠져나갔다. 다음엔 팔장을 끼고 모자 쓰지 않은 맨머리를 가슴팍에 숙으리고 바위위에 서 있었다. 그는 식구들에게 등을 돌리고 서 있었으나 모두 아버지가 울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작년에 키우던 말이 죽었던 바로 그날도 그렇게 멀찍이 떨어져 저런 모습으로 울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큰 아들이 중얼중얼 욕을 하면서 벌떡 일어섯다. 그는 이빨을 앙다물고 가만히 서서 험상궂은 눈을 번뜩였다. 막내 어린애는 그의 작은 손에 든 풀을 떨어뜨리고 격한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어머니는 품에 아이를 꼭 부등켜 안고 절망적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 오! 새들아, 새들아 내 마음이 이렇게 슬픔으로 얼어 붙었는데 왜 노래를 부르느냐?"

 그들은 다 함께 큰소리로 절망적인 통곡을 하였고 그들의 슬픈 울음소리는 갑자기 험악하고 적막해 보이는 밭으로부터 아직도 즐거운 가락으로 노래하는 종달새가 노래하는 맑고 푸른 하늘로 높이 높이 울려퍼졌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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