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산 야생화공원에서...

깃또리 2006. 6. 6. 18:31

 

 

 

남산 야생화공원에서...

 

 

 

 남산에 마지막으로 올라가 본지도 벌써 2 년이 지났다.

서울 한 복판에 위치하여 매일 바라보는 곳이며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지만 막상 남산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언젠가 들렀을 때 야생화 소공원이 있던 기억으로 이번 봄엔 꼭 가보리라 벼르다 지난 토요일 12시부터 서울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여 동자동을 거쳐 남산도서관 부근에서 남산 등산로에 접어 들었다.

 신록으로 녹음이 우거진 숲길 아래엔 여전히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윙윙거렸지만 산 등성이쪽에선 장끼가 까투리를 부르는 꿩의 구애소리가 산을 치렁치렁하게 울려 서울 한 복판에서 이런 소리를 듣자니 갑자기 심산유곡에 온 느낌이었다.

 한참을 정상쪽으로 오르다 발길을 하얏트호텔쪽으로 돌려 내려가는 길에 3~4 미터 키에 하얀꽃을 매달고 있는 아름다운 꽃나무를 발견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글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그림에서도 본 일이 없는 멋진 꽃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라 우선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나무 이름을 몰라 아쉬웠다.

  

 야생화 공원에 도착하자 가족과 연인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점심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는데 표지판은 서 있으나 꽃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야생화란 말 그대로 사람의 손길에 의지하지 않고도 기후와 토질, 배수, 일조, 통풍조건 등 자연환경이 맞는 곳에 제각각의 야생화가 적응하여 생장하기 때문에 어느 한곳에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함께 생육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욕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씨를 뿌리거나 옮겨 심으면 1, 2년은 버티겠지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자연 도태 되는게 이치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잘 다듬은 화강석의 우리나라 8 도 표지석이 있는걸 보니 전국 각지에서 야생화를 각 지역 단위로 옮겨 심었던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몇년이 지났는지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을 뿐 들풀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일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공무원들이 안이하게 처리한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연조건에 적응력이 강한 일부 야생화는 살아 남아 갸냘프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기저기에서 모듬살이를 하고 있어서 고맙기 그지없었다.

 특히 한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금낭화 그리고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매발톱꽃과 작은호숫가에 핀 노란 금붓꽃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야생화 공원자리는 원래 외국인거주를 목적으로 지은 고급 아파트인 외인아파트 2채가 있던 자리였는데 서울시에서 벌인 남산 살리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남산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건물로 지목되어 서울시에서 매입 후 폭파공법을 이용하여 일시에 무너뜨린 바 있다.

 사실 불과 몇 년을 내다 보지 못하고 아까운 자원을 투입하여 지은 건물을 얼마 후에 없애야 하는 바보짓을 하였고 제 각각 생존 방식이 다른 야생화의 생장 특성을 무시하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전국의 야생화를 한곳에 모아 키우겠다고 야생화 공원을 만든 일도 무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며 기왕에 조성한 야생화 공원을 더 잘 가꾸어 매년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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