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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봉 등정 2004. 2. 어느날.
아직 겨울의 끝자락이라 바람은 북쪽의 싸늘한 얼음기운을 머금고 있으나 그간 힘을 잃고 떠 있던 붉은 해는 마침내 나날이 기운을 얻어 온 세상에 골고루 에너지를 나누어줘 생명으로 충만해지고 그 생명의 힘으로 이제 어디선가 꽃 향기가 날아오는 기분 좋은 봄날입니다. 오늘은 2002년8월에서 2003년8월 꼬박 일년 동안 매회 무박 2일 여정으로 36회 일정을 마쳐 白頭大幹 종주(설악산 마산-지리사 천왕봉)를 달성한 별명이 "산신령"인 선배를 졸라 서울 시내에서 가까우면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남양주 조안면의 예봉산(683m)을 포함하여 두 세봉우리를 연달아 답사하는 산행 일정이었습니다. 상봉역에서 9시에 선배와 만나 경동시장에서 양수리를 왕래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양수리 검문소 앞에서 하차하였습니다. 원래 조안면 보건소 지소 앞까지 간 뒤에 등산길로 접어 들어야 하나 선배는 워낙 산에 많이 다닌 이력이 있어 그냥 동네를 가로 질러 약 20여분 나아 갔고 등산로 입구간판이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오늘은 답사코스는...
상봉역 #2번출구-버스정류장 166-2번 버스-양수리 검문소 앞"다리" 정류소-조안면 보건소 지소-수종사 입구-수종사- 운길산-적갑산-문철봉-예봉산-팔당리 버스 정류소. 610m 560m 630m 683m
등산로 입구에서 한참을 있었는데도 우리 말고는 등산객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철이 이르고 서울에서 떨어진 탓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한적한 산길을 생각하니 잘 된 일이라 좋아했습니다. 수종사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였는데 조금은 따분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왜냐면 대부분 일직선으로 죽 뻗은 경사진 도로에다 주변 경관도 밋밋하여 힘이 들었다 더구나 이따금 자동차가 지나면서 날리는 먼지에 짜증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수종사에 오르자 시야가 트여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북한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모습과 남한강이 일직선 방향으로 동쪽에서 흘러들어 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일대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남한강은 강원도 삼척 대덕산에서 발원하여 정선과 영월을 지나 굽이 굽이 흐르다 여기서 만나고 북한강은 금강산부근에서 발원하여 여기까지 온다는데 오래 전에 강원도 정선읍을 휘돌아 지나는 강이름 표지판에 한강이라 나와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하긴 부근 동대천, 오대천, 송천, 조양강, 동강 등 모두 한강 수계이다 보니 한강이라하여 그리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먼 곳에서 한강이란 이름을 보니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양수리 兩水里는 원래 북한강과 남한강 두 줄기의 강머리가 마주하는 곳이라 하여 "두물머리"라 했다하는데 굳이 한문 명칭으로 고치다 보니 양수리가 되었고 두물머리 하면 금방 두 강이 한데 모이는 정경이 떠오르고 발음도 정겨운데 멋 없이 양수리라 하였는지 이제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아쉽기만 합니다. 하긴 이게 어디 이 뿐이랴! 꽃뫼-花山, 찬우물-冷井里, 둑아래-下堤, 바람골-風溪, 한밭-大田 세다 보면 한이 없는데 우리 고유한 지명이 조선 사대부와 일제시기에 많이 바뀌었으니 이를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수종사에서 5층석탑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바로 운길산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여 정상에 오르니 작갑산, 예봉산이 빙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점심과 과일을 먹고 한숨 돌린 후에 적갑산에 올랐는데 나무들로 시야가 가려 바로 이어진 옆 봉우리 문철봉을 향했는데 정상에 다달으니 높이는 예봉산보다 낮았으나 주변 나무 가지를 정리하여 서울 쪽과 양수리 쪽 모두 잘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쪽에 안내판이 있어 읽어보니 문철봉은 바로 아래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 살던 정약용 선생님이 젊은 시절 형제들인 정약종, 정약전과 함께 자주 올라와 지식의 담론을 주고 받았다고 하여 그 봉우리 이름도 文哲峰이라 합니다. 내가 그동안 다산 선생 묘소가 있는 마재(마현)에는 여러번 가 보았지만 이렇게 우연히 모르고 오른 봉우리가 바로 존경하는 옛 사람의 흔적이 담긴 곳으로 두 발을 딛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안내판을 읽으면서 작은 "앎" 일지라도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더욱 "知'가 주는 기쁨에 대해 새삼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철봉을 뒤로 하고 오늘의 산행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예봉산 정상을 향해 나아 갔는데 문철봉에서 지근 거리여서 별 다른 힘 안들이고 정상에 올라 주변을 휘둘어 보았는데 바로 앞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하남의 검단산이 자리하였습니다. 아직 검단산을 오른 적이 없는데 언젠가 시간을 내 검단산을 오르리라 마음 먹고 시간이 흘러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였기에 우리들은 바로 하산길로 접어 들어 팔당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내려오니 시각은 5시 반으로 짧지 않은 산행으로 몸은 좀 피곤하였지만 두 강이 마주하는 장쾌한 모습을 산 정상에서 바라 보았던 일과 뜻하지 않게 다산 선생과 관련 있는 문철봉을 밟았다는 생각이 오늘의 산행을 더욱 의미있게 하였습니다.-끝.
문철봉에서 본 두물머리...
예봉산에서 바라본 운길산 ...멀리 북한강이 흐르고...
운길산에서 바라본 양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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