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북한산 오봉 등정기...

깃또리 2004. 6. 1. 22:43

오봉 五峰 등정

2004. 3. 말

 

 

도봉산을 수차례 올라 다녔지만 오봉은 멀리서 바라만 보았을 뿐 가까이 가보지 못하고 언젠가 가보려니 하다가 기왕이면 날씨도 산행에 최적인 3월이 가기 전에 오봉을 거쳐 의정부까지 도봉산 최장코스를 답사해 보리라 마음 먹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우이동 방학동에 들어 서자 이게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여기 저기 작은 밭들이 이제 봄을 맞아 무언가 심으려고 준비가 한창이고 즐거운 새소리는 긴 겨울 잠에서 깨어 이제 봄의 환희를 노래하는듯 산행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9시 반에 걷기 시작하여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우이능선을 타고 오르다 우이암 근처에 도착하여 잠시 한 숨을 돌리느라 쉬었는데 우이암은 모양 생김새가 소의 귀와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으며 이 바위 아래 동네가 우이동이 되었으리라 쉽게 짐작해 보았다.

이미 우이암 근처에는 우뚝우뚝 모습을 드러낸 여러 암봉이 있지만 이 부근에서 주변을 둘러보자면 8시 방향으로 북한산의 세 봉우리인 백운대(836.5),인수봉(810.5),만경대(799.5) 이름하여 삼각산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고 1시 방향으로는 도봉산의 주봉들인 만장봉(740)을 비롯하여 자운봉, 신선대, 선인봉이 마치 옹기종기 모여 의논하듯 모여 있는게 보였다.

 바로 내가 오늘 가려고 하는 오봉은 11시 방향에 일렬 횡대를 지어 다섯개의 봉우리가 마침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하얀 바위를 드러내고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 바퀴 휘둘러 주변 경치를 일별하고 나는 오봉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가자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지도를 펴 놓고 앞으로 갈 길을 이리저리 따져 보고 있었는데 아마 초행인듯 싶었다. 여기에서 오봉을가는 길이 두개였는데 하나는 사람의 발길이 많이 난 길이었고 다른 한 길은 발길이 적은 한적한 길이었다.

나는 문득 미국시인 Robert Frost의 "The Road Not Taken. 내가 가 보지 않은 길" 이란 시가 생각나, 그래, 사람의 발길이 드문 길을 택해서 가보자.

처음 어느 정도는 제법 사람 다닌 흔적이 있더니 이내 희미한 인적만 있을 뿐 양 옆의 나무들이 앞을 가리기도 하고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어 머리를 숙이기도 하고 가지를 헤쳐 나가면서 나아갔다. 그러나 방향으로 보면 오봉 쪽을 향하고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이런 잠시의 걱정을 보상이라고 하는듯 키가 불과 손가락 마디 반밖에 안되고 잎이라고 해야 여린 떡잎이 두개 뿐인 노란꽃을 힘들게 받치고 있는 야생풀꽃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 이맘 때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 한여름의 광풍과 세찬 빗줄기에 쓸려가지도 않고, 온 세상을 얼음의 세계로 갇히게 했던 지난 겨울의 혹독하고 쓸쓸한 겨울을 도대체 어떻게 이겨내고 이 작은 꽃씨가 이 모든 거친 자연을 이겨내고 이렇게 누가 보아 주는 사람도 없는 ㅇ외진 곳에서 싹을 띄우고 이렇게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말인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작은 꽃아! 미안하다. 내가 네 이름을 불러 줄 수 없음을... 내가 너에게 해 줄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어 겨우 가만히 네 이름을 불러주는 가장 쉬운 일인데도 네 이름을 알지 못해 그냥 지나쳐야 하는 구나.

"정말, 미안해!"

작년에 읽은 책 중에 영어의 세월로 십수년을 지내는 동안 야생초에 우연히 관심을 가져 허락을 받아 교도소 한쪽 구석에 밭을 만들어 심고 가꾸고 그림도 그리면서 밝은 세상에 나와 "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씨의 책에 이런 내용의 말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싸잡아 부르는데 이 세상에 야생초, 야생화는 있어도 이름 없는 잡초는 없다."

산야에 흩어져 있는 풀꽃들은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을 망정 대부분 한 시기에 꽃을 피우고 그 ㄸ꽃으로 씨를 맺으며 또 우리가 흔하게 보는 야생초는 대부분 그 잎고 줄기 뿌리를 먹을 수 있기도 ㅎ라며 의외로 약용효과도 뛰어니기도 하다고 한다.

작은 꽃들고 헤어져 조금 산길을 오르자 오봉과 연결되는 넓은 길과 다시 만나 점점 눈 앞에 다가서는 오봉의 아름다운 모습에 오늘 오봉을 찾은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 찬탄하며 12시 반쯤 오봉의 제1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오봉은 말 그대로 다섯개의 봉우리가 동서방향으로 줄지어 서 있는데 도봉산이나 북한산의 다른 봉우리와 좀 다르게이 다섯 봉우리 위에서는 동그스럼한 바위들이 올라 앉아 조금은 귀엽기도하고 앙증맞은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모습으로ㅜ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오봉 중 제일 첫번째 봉우리는 높기는 하나 큰길과  바로 연결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가직4ㅗ 온 점심을 하고 있었으나 나는 둘째 봉우리의 너럭 바위에 앉아 가지고 간 점심을 정말 맛있게 들었다.

식사 후엔 조금 위험하기도 하였으나 나 보다 훨씬 나이 드신 아저씨들이 앞 장서서 가는 바위길을 이용하여 오봉의 세번째 봉우리를 거쳐 네번째 봉우리 밑까지 다달았으나 네번째 봉우리는 전문 등산가들이 자일을 내리고 있어 나는 여기서 아래로 내려와 오봉을 작별하고 도봉산을 향해 발길을향하였다.

도중에 기둥보습이라 하여 주봉 柱峰이란 이름이 붙은 돌기둥을 한참 보고 신선대에 올라 눈 앞의 만장봉과 자운봉의 영겁의 세월 풍상에 깍이고 닳은 바위들을 바라 보면서 이에 비하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한 여름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은 짧은 인생을 간난과 노심초사 속에 살아가는 보잘것 없는 인간

신선대에서 내려와 북한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코스인 반장봉과 포대능선 사이의 철로프의 난간대 코스를 거쳐 포대능선을 타고 사패산 방향을 향해 걸었다.

대부분 도봉산 등산은 도봉산역에서 출발하여 포대나 다락능선을 거쳐 도봉산을 오르는 코스를 오랜 기간 반복하다 보니 몸의 자율신경이 이에 익숙하여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니 뭔가 어색하였다. 특히 철로프코스에서 어딘지 몸과 손의 위치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익숙함"이란게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으며 이렇게 익숙함에서 벗어나는게 힘이 들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더우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패산은 외곽 순환도로의 터널공사로 한동안 매스컴에서 자주 나와 알고 있었는데 조선시대 선조 임금님이 시집가는 딸인 정혜옹주에게 선물하면서 이름이 붙은 산이라고 한다.

사패산을 향해 걷다 해도 기울기 시작하고 시간도 5시 반을 가르켜 정상은 다음으로 미루고 회룡역을 목표로 하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부근이 남향받이여서 인지 군데군데 진달래가 피어있었다. 내려오다 보니 회룡사 뒤의 석굴암 앞으로 내려오게 되엇는데 안내문을 보니 김구선생인 한동안 은거한 곳으로 그 당시 바위에 각자가 암자 경내에 있다고 하며 의정부시의 지정문화재로 등록아ㅣ 되었다고 하여 기왕 보고 가려고 했으나 철문이 굳게잠겨 흔들어 봐도 누가 나와 보지 않아 포기 하고 한참을 걸어 회룔역에 도착하니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총 9시간 반에서 2시간 반을 쉬었다고 하면 그래도 7시간을 줄곳 걸었던 셈으로 최근에 가장 긴 산행을 한셈이다.

그래도 오늘은 아름다운 오봉을 답사하고 도중에 노란 작은 꽃도 보기도 하여 피곤해도 기분은 좋은 산행이었다.

오봉

길섶에 핀 야생화-이름 모름?

도봉산 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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