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피렌체 회상...

깃또리 2005. 8. 11. 16:50
 

피렌체 Firenze

 

 일본 작가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의 주요 배경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오모가 있고 여주인공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인 5월25일 쥰세이와 아오이가 만나는 피렌체는 중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탈리아 중북부의 아름다운 도시이다.

 이탈리어로 피렌체 Firenze 이고 영어로는 플로렌스 Florence 라 부르는데 의미는 <꽃의 도시>로 알고 있다.

 

 오래 전 친구와 함께 로마 시내와 바티칸 관광 계획으로 이탈리아 레오나르드 다빈치 공항에 도착하여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 로마 시내 가는 교통편을 묻다가 이야기기 길어져 기왕에 이탈리아에 왔으면 피렌체를 꼭 가보라는 조언을 듣고 일정을 변경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일이지만 우리는 당시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아무 사전 지식도 없이 로마 중앙역으로 가 기차를 타고 피사에 들러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구경하고 다시 기차에 올라 조금 더 달려 내린 곳이 피렌체였으며 때는 여름날의 늦은 오후였다.

 그 후 몇년이 지난 벌써10 년 전인 1994년엔 버스를 이용하여 스위스를 거쳐 베네치아에서 하루 밤을 자고 아래로 내려가 들린 곳이 피렌체 두번째 방문이어서 지금도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이 새롭다.

 

 처음 갔을 땐 로마 시내와 바티칸에 대한 여행 준비만 했기에 피렌체에 대한 간단한 상식조차 없었고 기차역에서 앞에 펼쳐진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의 모습에 저으기 놀랐었다. 호텔을 정하려고 거리를 두리번 거리는데 단테하우스란 화살표가 보여 아, 피렌체가 그 유명한 중세의 문인 단테의 고향이구나 생각하고 호텔 정하는 일은 조금 미루고 화살표를 따라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개방 시간이 지나 들어 가지 못하고 밖에서만 서성이며 단테하우스의 건물 외부만 보고 돌아왔다.

 그 당시 단테(1265~1321)라면 생각나는게 우선 베아트리체였고 베아트리체에 생각이 미치자 무슨 다리 이름이 떠오르지만 생각 나지 않아 지도에 베키오 다리를 발견하고 단테가 베키오 다리를 건너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아름다운 베아트리체를 일별하고 평생 영원한 여인으로 삼아 평생의 역작 "신곡Divina Commedia" 에 베아트리체를 등장시켰다는 생각이 떠올라 아르노강위에 걸쳐 있는 베키오 다리를 찾아 가기도 하였다.

 피렌체 여행 후에 안 사실이지만 단테는 아홉살 때 베아트리체를 다리 위에서 한번 보고 잊지 못하다 열여덟살 때 다시 만나 베아트리체의 정중한 인사를 받았으며 얼마 후에 베아트리체는 결혼했으나 요절하였고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영원한 여인"으로 승화시켜 사랑과 시혼의 원천으로 삼았다 한다.

또한 두 사람이 만났던 베키오 다리는 아르노강에 걸쳐진 작은 강이지만 로마시대 마지막 다리로도 유명하다.

 

 당시 적은 월급으로  여행하던 시절이라 별 둘인지 셋인지 길거리에 눈에 띄는 작고 오래된 허름한 호텔에 들었다. 호텔 이름은 잊었지만 기억나는 일로는 모나리자 그림이 프랑스 미술관에 보관되었다 도둑 맞았는데 절도범이 이탈리아 피렌체로 가져와 바로 이 호텔에 들어 한동안 숨겨 가지고 있다가 반환되었다는 사실이  이 호텔의 작은 안내문에 나와 있어 모나리자가 있던 호텔에 하룻밤을 잔다는 기분에 들뜨기도 하였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오모에 들러 청동으로 된 입구문이라든가 쿠폴라를 올려 보며 찬탄하던 일이 어제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에 자주 나오는 두오모 Duomo란 영어의 Dome, 라틴어 Domus로 원래는 반구형의 지붕이란 말인데 주로 성당 건축에 나타나다 보니 성당이란 의미로 쓰이고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대개 두오모 주변에는 광장과 시장이 있고 도시의 중앙에 있는 경우가 많다.

 

 소설에 나오는 피렌체의 두오모는 Santa Maria del Fiore 성모 마리아 성당이며 15세기 메디치 가문 후원으로 세워진 건물이다. 메디치 가문은 엄청난 부의 축적으로 사실상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많은 예술가를 지원하였으며 메디치 가문의 저택 팔라초 피티는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여행지였지만 기억에 남는 미술품으로는 미켈란젤로가 29세에 다른 조각가가 질이 나쁘다고 버린 대리석 덩어리로 지금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다비드 상을 제작하여 아카데미 미술관 안의 원형지붕 아래 세워져 있었다.

 

 쥰세이와 아오이가 바로 이 피렌체의 두오모 꼭대기에서 일본에서 헤어진 후 8년만에 다시 만나 피렌체 도시를 배경으로 긴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아래의 도시를 바라 보는 소설적 설정은 정말 근사한 생각이다. 왜냐면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원지이고 르네상스란 원래 재생이란 의미이니 두 사람의 사랑도 다시 살아 난다는 알레고리를 암암리에 나타내기 때문이다.

 

 피렌체는 중세 모습을 가능한한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해 현대식 건물 신축을 허가 하지 않아 두오모 쿠폴라에 올라 시내를 보면 벽돌색 기와 지붕들이 비슷한 높이로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이루고 있어 누구든 한 번 보면 잊지 못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얼마전 신문 보도에 피렌체가 자랑하는 미켈란제로의 다비드상의 표면 불순물을 지우는 작업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하여 옛날 그 시절이 생각나 다시금 피렌체를 가고 싶은 생각이 불연듯 일기도 하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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