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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2003. 11.16.
곽재구 시인은 "사평역에서"란 시로 알고 있었으나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온 곽재구의 예술기행을 읽고 곽 시인의 글이 마음에 들어 다시 포구기행을 찾아 읽어보았다. 사실 포구기행은 2002년에 발간되었고 예술기행은 올해 출판되었으니 순서를 바꿔서 읽는 셈이다. 포구기행은 곽시인이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 우리나라 각지 주로 남해와 동해의 섬과 포구를 찾아다니면서 쓴 여행 산문집이다. 곽재구 시인은 전남 광주출신으로 청년기에 전라남도 남해안 포구를 수 없이 들락거렸고 전경 시절엔 남해 이름 없는 포굿가에서 근무하기도 하여 더욱 수많은 추억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제주도를 십여 회 건너가 해안지대를 샅샅이 누비고 돌아다녀 기행문 상당 부분이 제주도 포구에 할애하고 있다.
저녁을 먹고 우리 가족과 같이 민박을 정한 처녀들 넷과 민박집 마루에 앉아 있는데 동네 총각 네명이 수박을 들고 나타났다. 우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일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동네 앞 바위에 건너가자고 제안하였다. 내가 보기에 동네 총각들은 서울에서 온 처녀들과 놀고 싶어 나를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또한 처녀들도 자기들끼리만 총각들 따라가기도 뭐해서 나를 끼어 들이는 눈치였다. 이래 저래 내가 합세 하기로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임시로 만든 땟스티로플 배를 가지고 동네 총각들이 들이닥쳤다.
물론 우리를 건네 준 총각들은 기진맥진한 눈치였다. 아무튼 그 친구들 덕분에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을 하였고 오후엔 동네 바로 뒤 작은 언덕을 넘자 작은 조약돌로 이루어진 바닷가가 나타났는데 해수욕객도 한 사람도 없는 곳에서 우리들만의 세상을 만난 듯 호사를 만끽하였다.
책에 나온 시인 곽재구의 답사 섬과 포구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화진 가는 길 소라고둥 곁에서 시를 쓰다- 선유도 기행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네- 동화와 지세포를 찾아서 하늘 먼 곳, 푸른빛의 별들이 꿈처럼 빛나고- 어청도에서 아, 모두들 따사로이 가난하니- 삼천포 가는 길 그곳에 이상한 힘이 있었다- 동해바다 정자항에서 대보등대 불빛 속에 쓴 편지- 아름다운 포구 구만리 산도, 이 산도 쉬어가고- 진도 인지리에서 남동리 포구로 가는 길 묵언의 바다- 순천만에서 화포에서 만난 눈빛 맑은 사람들- 거차에서 꾸는 꿈- 모든 절망한 것들이 천천히 날아오를 때- 향일암에서 나무 새의 꿈을 만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팥죽집 가는 길- 바람과 용, 그리고 해산토굴 주인을 위하여- 개펄이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변산반도 국립공원 왕포 천천히, 파도를 밟으며, 아주 천천히...-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집어등을 켠 만휴의 바다- 남제주군 대정읍 사게포 바다로 가는 따뜻한 바람처럼- 우도로 가는 길 신비한 하늘의 아침- 조천 저 너머 강둑으로 가고 싶어요- 바람아래 해수욕장을 찾아서 동백숲 속에 숨은 선경- 지심도로 가는 길 춘장대에서 '교코'를 읽다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의 항구- 충남 서천군 장항 봄비 속에서 춤추는 공룡들의 발자국을 보다- 경남 고성군 상족 포구 갯바람 속에 스민 삶에 대한 그리움- 해남 송지 어란 포구
똑같은 섬이나 포구를 다녔는데도 시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 평범한 사실조차도 매끄럽고 아름다운 문장과 유의미한 사실로 만드는 재주에 감탄하면서 다시 가게 되면 시인의 관찰을 확인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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