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캄보디아 앙코르 왓 가는길...

깃또리 2005. 9. 14. 20:08

 

앙코르 왓 가는 길...

 

 나는 평소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인도의 타지마할과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 그리고 러시아의 샹트 페테르스부르그를 꼽고 있었다.

 이번 여름 마치 그 중 하나인 앙코르 왓을 다녀왔다.

앙코르 왓이 있는 캄보디아는 정식 국호가 The Kingdom of Kambodia 로 외견상 입헌군주국이며 지금은 우리가 잘 아는 시아누크 공의 아들이 왕으로 앉아 있고 훈센총리가 실직적이 권한을 쥐고 있다. 국토의 주변 지형으로는 서쪽과 북쪽에 타일랜드, 북동쪽에 라오스, 동쪽엔 베트남 그리고 남쪽은 타일랜드만에 접해 있으며 면적은 18만 평방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4/5 정도이고 인구는 정확하지 않으나 1300만 조금 넘을 것이라 한다.

공식 언어는 크메르어이며 인구의 90%가 크메르족이며 전형적인 소승불교국이다. 크메르족은 한때는 동남아시아의 최강의 앙코르왕국을 세워 위세를 떨치기도 했으나 주변국의 침략에 무너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를 거쳐 한동안 일본군대가 주둔하기도 했으나 2차 세계대전후 입헌군주국을 표방하였다. 그러나 잦은 내전과 특히 공산정권이었던 크메르 루즈 (붉은 스카프를 둘렀다하여 이런 명칭이 붙었다 한다.)세력의 총리였던 폴 포트 치하 4년 동안 200만 명이나 되는 양민 대량 학살이라는 전대미문의 만행이 저질러져 인간 잔학함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 나라이다. 일반인들은 영화 Killing Field 킬링 필드로 당시의 사건을 잘 알게 되었고 캄보디아는 지금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 최하빈국의 신세에 놓여 있는 형편이다.

 

 캄보디아 내륙에 자리잡은 앙코르 왓의 교통편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공항을 이용하는 방법과 타일랜드 수도 방콕의 돈 무앙 공항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이번에 방콕 을 거치는 일정을 택하였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다섯 시간 걸려 방콕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 국경도시 포이펫에 도착하여 캄보디아 입국 수속을 20분 정도 걸려 마치고 지금까지 타고 온 쾌적한 이층형 관광버스에서 작고 불편한 중형버스에 올라 탔다.

80년대 사용하다 수출한 우리나라 중고 아시아 버스였는데 자동문이란 한글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길거리에는 "여수대학"이란 큼직한 글씨가 적힌 대형버스가 서 있었는데 아마 대학에서 사용하다 캄보디아에 중고차로 팔았던 차량이었다.

포이펫 도시를 조금 벗어나자 붉은 황토길이 나타났는데 동서남북 어디를 보나 산 하나 보이지 않고 지평선만 펼쳐진 드넓은 평야 사이로 곧게 뻗은 길이었고 들판 어느 곳엔 모를 심은 것 같지만 대부분 휴경지인듯 풀만 자라고 있었다. 

길 바닥은 여기저기 심하게 패여 차는 덜컹거리고 가끔 운전사는 어느 곳으로 가야 할 지 잠시 속도를 줄이고 순간순간 갈 방향을 정하느라 고민하는 눈치였다.

차 앞자리에서 안내하는 한국 가이드는 이렇게 길이 험하다 보니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거나 자동차 고장으로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들판에서 놀던 들소가 갑자기 버스로 돌진하는 돌발사태도 있으니 미리 염두에 두라고 웃음을 섞어 하는 말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상당히 고생하겠구나 걱정하였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논과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평야지대를 줄곳 달려야 앙코르 왓 근처도시인 시엔 리엡까지 5시간이 걸리고 도중에 19개의 다리를 건너야하는데 중량물을 실은 차량이 지나다가 다리가 부서지는 사태도 발생하며 그럴 때면 다리 보수작업 하는 동안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다리들은 대부분 10~20미터 정도로 길이는 짧았지만 엉성한 철골구조에 바닥은 대개 나무판자를 깔았으며 폭도 좁아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건너야 하는 형편이었다.

우리 차가 어느 다리 앞에서 갑자기 정지하여 가슴이 철렁하였다. 드디어 부서진 다리가 나타났구나 ! 그러나 동승하던 캄보디아 가이드가 급히 차 앞으로 나가더니 신호를 하여 우리 차를 유도하여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뒤를 돌아 보았더니 바닥에 깔았던 판자 일부가 달아나 벌어진 틈을 피해 가며 겨우겨우 그 사이로 차가 건너왔던 모양이었다.

불안을 준 것은 다리 뿐만이 아니었다. 달리던 차를 갑자기 세우고 현지 운전기사가 자동차 뒤를 돌아보기를 여러번 하였다. 그 때마다 무슨 일인가 가슴을 졸였다. 만일 덩렁 차가 도로위에서 서기라도 하면 그나마 시원찮은 에어콘 바람에 의지하였는데 뙤약볕 아래 먼지를 뒤집어 쓰고 그늘 하나 없는 길바닥에 서 있어야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차량 냉방장치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서 불안을 느낀 운전기사가 쫒아 내려가 여러번 점검한 모양이었다.

 결국 에어콘 성능이 저하하여 천장의 통풍구를 열어 보기도 했는데 더운 바람이 들어와 시원치가 않아 다시 닫아야만 했다. 이런 흙길을 털털 거리고 3 시간 정도 달리다 휴게소에 들렸는데 말이 휴게소이지 간이 구멍가게에 엉성한 화장실이 있어서 그나마 감지덕지 해야할 곳이었다.

진열장에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수입한 과자가 보이고 음료수와 열대 과일이 그나마 우리의 식욕을 돋우어 1불을 주고 이름은 잊었지만 캄보디아산 과일을 사 먹었다. 가장 진기한 광고는 상점 제일 위에 한글로 "컵라면 2불" 이라 써 붙여 놓아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다시 차에 올라 한참을 달려 오후 2시가 다 되어 점심 시간이 넘어 배가 고팠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바나나라도 몇개 준비할 걸 후회하였다. 조금 지나 도로변에 달랑 한채가 서 있는 식당에 늦은 점심을 하였는데 간판은 "종로식당"이었다. 이 구석진 곳까지 한국 사람이 장사를 하는 구나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캄보디아 현지인이 하는 식당이라 하였다.

그런데로 먹을 만한 쌀밥과 계란국 그리고 이름모를 나물 반찬과 김치가 나왔는데 현지인이 담았다는데도 적당히 익어서 맛이 있어 염치 불구하고 두번이나 더 청해 먹고 세번째는 떨어져 없다고 했다.

 점심을 마치고 잠시 그늘에서 쉬다가 다시 차에 올라 끝없이 이어지는 황톳길을 2시간 남짓 달려 앙코르 왓 유적지 관광으로 발전하고 있는 신흥도시 씨엔 리엡에 저녁 5시쯤 도착하였다.

관광 도시답게 곳곳에 현대식 저층형 호텔이 서있고 좌측으로는 북한이 운영하는 "평양랭면"집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서울식당"이 있어 교포들이 3.8선 도로라는 제법 넓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조금 달려 시내를 벗어나 해지기 전에 구경해야 한다는 동양 최대 호수라는 경상북도 크기만하다는 톤래 삽 호수에 다달았다.

 앙코르 왓을 구경하고 다시 흙길을 갈 생각을 하니 당시에는 걱정스러웠었는데 이제 한국에 돌아와 회상해 보니 그때의 고생은 다 잊어버리고 그래도 털털거리며 고생하며 달리던 황톳길이 눈에 선하게 깊은 인상으로 기억에 남고 근사한 성능 좋은 모터싸이클을 한대 사서 황톳길을 달리는게 희망이라던 한국 가이드 문철씨의 이야기도 잊혀지지 않는다.-끝.

 

 

사진: 황톳길-휴게소-캄보디아 맥주 앙코르맥주-톤래 샵 호수 일몰광경- 캄보디아 민속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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