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Graffiti 이야기...

깃또리 2005. 9. 7. 11:31
 

GRAFFITI 이야기

 

 

 

 간밤에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리더니 낮엔 간간이 햇살이 비치는 하루였다.

집에서 큰 길을 따라 압구정동 방향으로 10 분 정도 나가면 한강변 자전거 도로와 만나고 위로 88 올림픽도로가 지나가는 지하 통로가 있다.

 이 곳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강변 산책로에 나가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었다.

가까이 두고도 이렇게 좋은 길을 모르고 지낸 것이 자못 억울하기도 하다.

한강 물줄기를 건너 맞은 편 경치를 바라보는 일도 좋지만 30 미터 길이 정도 되는 지하 통로 벽에 빼곡히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갈 때마다 항상 어딘가는 새롭게 바뀌기 때문에 오늘은 어디가 변했나 찾아보는 것도...

 

 그리고 가끔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색색의 스프레이 통을 널려 놓고 작업하는 구경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냥 벽화라 하기엔 독특하여 어느날 작업에 열중하던 사람에게 물어 보니 그래피티 라고 했다.

집에 와서 사전을 이리저리 찾아보니  " graffiti 그라피티" 가 나와 있고 다음에 누군가 에게 다시 알아보니 "mural 뮤랄" 이라고도 한다고 한다.

그라피티는 이태리어고 뮤랄은 영어 일 텐데 조금 차이가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외국의 밋밋한 건물 벽을 온통 현란한 그림으로 장식한 걸 보았는데 바로 그 방법으로 하는 것 같았다.

어떤 그림은 너무 잔혹한 느낌을 주거나 험상 궂게 그려져 지나가는 사람 몇이 구청에 불만을 나타내 어느날 지나가는 나에게 의견을 묻기도 했는데 내가 보기엔 도심 어느 곳에 이런 공간도 있는 것도 괜찮겠기에 현상 유지 쪽에 찬성을 하였다.

몇 달이 지났는데 지금도 없어지지 않는 걸 보니 나 같은 찬성파가 많았는가 보다.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으나 아직도 모자란지 밤하늘은 온통 짙은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려 있으나  도심의 불 빛으로는 남산타워의 현란한 불 빛도 보이고 잠실의 올림픽 주 경기장의 오륜기 사인 불빛도 여느날 보다 잘 보였다.

 성수대교에서 시작하여 영동대교를 지나 청담대교까지 걸어 갔다가 다시 돌아서 집에 오니 두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걸어서인지 다리가 좀 뻐근했으나 기분은 좋았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길 거리에 젊은 남녀들의 물결이 넘쳐난다.

이제 도시의 밤이 시작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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