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냉정과 열정사이 (아오이 편)을 읽고...

깃또리 2005. 8. 13. 23:36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2005.08.08.

 

 

 

 같은 제목으로 두권의 소설이 한권은 남자 주인공 쥰세이가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또 한권은 여자 주인공 아오이 의 이야기를 쓴 조금 특이한 소설이다.

 한권은 책표지가 짙은 청색으로 Blu 다른 한권은 오랜지 색으로 Ross 인데  이탈리어이며 이 두권을 흔히들 남자편, 여자편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작가도 남자와 여자로 서로 다른 사람이고 번역자도 남성과 여성으로 다르다.

 

 소위 여자편은 아오이의 회상 형식으로 도쿄와 피렌체에서 지내는 이야기지만 대부분 아오이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일본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소설이 끝나는 30 세까지 8 년을 생활하는 밀라노에서 지내는 일들이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진다.

 

 아오이는 도쿄에서 쥰세이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다 쥰세이의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불시 방문으로  임신 사실이 들어나 두 사람의 갖은 모욕과 강요로 임신 중절을 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쥰세이와 다투고 헤어지며 아오이는 처참한 심정으로 학교를 마치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온다.

 

 소설 끝부분에 아오이의 아버지는 해외주재 은행원으로 밀라노에서 오랜 근무를 하다 이제는 영국 런던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오며 그러나 아오이에게는 그 어디 보다도 밀라노를 고향처럼 마음 편한 곳으로 느낀다.

 지금은 부모도 살고 있지 않지만 친구와 이웃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자주 드나 들던 식당, 꽃집, 낯익은 상점들과 함께 밀라노의 분위기를 사랑하며 계절이 변하며 수많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밀라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작은 공방이 딸린 보석 가게 점원으로 취직하여 일하는데 어느날 포도주를 수입업을 하는 미국인 마빈이 프로포즈를 하여 3년간 동거를 하는데 마빈은 기품 있는 외모와 예의 바른 태도로 끔직이 아오이를 사랑하며 이탈리어로 보물이란 의미인 "데조르" 어느 때는 영어의 Joy에 해당하는 "조이아"라고도 부르며 마치 부서지기 쉬운 크리스털을 다루듯 아오이를 사려 깊게 사랑하고 자신의 부모에게 소개한 후에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한다.

 

 학창 시절 책벌레라는 별명을 들었던 아오이는 도쿄에서 겪은 아픈 상처로 더욱 내성적이 되어 매일 상점에서 돌아 오면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몸을 담그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 낙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밀라노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일본에서 같은 대학교을 다니며 아오이를 쥰세이에게 소개도 하였던 다카시의 예고 없는 방문을 받은 뒤 얼마 후 일본의 쥰세이로부터 지날날 일들에 대한 사과와 용서를 비는 편지가 도착한다.

 8 년이란 세월 동안 잠자고 있던 쥰세이와 지냈던 기억들이 깨어나 아오이는 마빈의 집을 나와 작은 아파트를 얻어 지내며 돌아와 달라는 마빈의 설득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2001년 한세기도 바뀌어 8월 25일 아오이의 서른번째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꼭대기로 간 아오이는 쥰세이를 만나 오랜 그리움을 떨치며 호텔에서 3일간 보낸다.

 

 그러나 자신은 이 세상에 어디 보다 밀라노에 있어야 할 사람으로 깨달은 아오이는 피렌체역에서 쥰세이와 헤어져 밀라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망연히 서 있던 쥰세이는 아오이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유럽 특급열차표를 구입하여 아오이를 뒤따르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한 가지 이 소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아오이와 마빈의 생활은 무척 행복하게 보이며 미국인이지만 마빈은 진심으로 동양인이며 이탈리아에서 자란 아오이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사람으로 묘사하였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여 상류층 생활을 하는데 아오이는 쥰세이의 편지 한통으로 마음이 변하여 마빈을 떠나는데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으나 사실 마빈과 아오이의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메울 수 없는 깊은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헤어지는게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하였다. 아무튼 첫 사랑을 찾아 새로운 삶을 결정하는 아오이의 선택이 어쩌면 옳은 길인지도......-끝.

깃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