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영한사전 비판"을 읽고...

깃또리 2005. 7. 19. 20:15

영한사전 비판을 읽고...

이재호지음

궁리

 

 

2005.07.16.

 

 

 

 나는 두 세번 읽을 책은 서점에서 구입하고 그렇지 않을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데 <영한사전 비판>은  제목만 보아도 구입할 책이라 생각하고 휴일 서점가는 일을 기다릴 수 없어 아내에게 사오도록 부탁한 책이다.

  읽은지 이제 6개월이 지나 이번 달에 또 한번 읽었는데 두번을 읽어도 역시 재미 있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재미"란 말은 평소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갖은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를 말하기 때문에 오해 없기를 바라며, 저자 이재호씨를 잠깐 소개할 필요가 있을듯하다.

 

 1935년생이니 이제 70세로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한국인으로 서울대 영문과와 동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국과 미국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방문교수로 일한 경험과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인 노학자이다. 그의 저서를 대충 �어 보니 주로 영시번역과 영문학사에 관한 책을 50여권 집필하였고 최근에 그리스 로마 신화번역으로 이름을 높인 이윤기씨의 번역책에 대한 지적이 주류를 이루는 <문화의 오해>를 펴내기도 하였다.

 

 사실 지난 토요일 본사에서 일을 마치고 종로 교보문고에 들려 여러 다양한 책 구경을 하다가 <문화의 오해> 몇 페이지를 넘겨 보다 바로 옆에 있는 영문법 책을 잠시 펼쳐 본 후에 값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는 전철에서 가방을 열어 책을 꺼내었더니 구입하려던 <문화의 오해>가 아니고 다른 책이었다. 다시 돌아가 교환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이렇게 하여 또 다른 책을 읽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여 그냥 돌아와 책장에 넣어 두었다.

 

 <영한 사전 비판>은 부제로 "7개 사전에서 발견한 오류들을 중심으로 살펴 본 우리나라 영한사전의 슬픈 현실" 이란 긴 제목을 달았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왜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첫째, 우리나라 영한사전은 그 뿌리부터가 슬플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로 사전을 외국인인 미국사람이 선교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1890 년 H.G. Underwood "A Concise Dictionary of the Korean Language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사전)

1권 Korean-English

2권 English-Korean

 

 둘째로는 우리나라 사람에 의한 최초의 영한사전도 해방 이후 별다른 준비과정도 없이 필요에 따라 급히 만드느라 일본사람들이 만든 영일사전 즉, 英和大辭典 을참고 삼아 라고 하나 사실은 그대로 베끼고 일부 변경시켰다는 일이다.

-1946년 新生英韓辭典 :류형기

 

 셋째로는 영한사전 발행 115년의 역사와 해방 60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도 제대로 된 사전이 없다는게 저자의 지적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이면서 시대적 상황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영어 어휘를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이 일본은 당시 중앙정부의 시간과 재정적 지원 아래 이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고 일본이 애써 얻은 과실을 손쉽게 얻은 편인데 그러나 이런 손쉬워 보이는 방법은 결국 언어문화 종속화로 이어지는 불행한 결과가 되었다.

 

책 내용을 대충 정리해보면,

 

서문/왜 이 책을 쓰게 되었나.

저자가 1970년 우연히 sir 을 찾아 보니 "경(卿)"이란 번역어가 없어 메모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메모 내용이 30년 넘게 쌓여 우리나라 영한사전 7권을 대조하고 조사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 한다. 

 

비판1./ 순우리말이 빠져 있다.

appetizer. appetizing 에서 '미각을 돋우는' 은 있지만 '입맛을 돋우는'은 없다.

face '얼굴'은 있지만, '낯'은 없다.

mating '교배'는 있지만, '짝짓지'는 없다.등

 

비판2/실제로 쓰는 번역어가 많이 빠져 있다.

age "연령" 은 있지만, '춘추, 연세'는 없다.

anemone 꽃이름은 그리스어 (anemos:바람)에서 왔으며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이며 아네모네라고만 나왔고 '바람꽃'이 없다.

context '문맥'은 있지만, '맥락'은 없는 사전이 많다.

discourse '강의,강화'는 있지만 '담론'은 없다

discrepancy '괴리'라고 자주 쓰는 번역어가 없다.

lane '차선'으로 나와 있으나 '차로'가 맞다.

 

비판3/장황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seed money '종자돈'이라고 많이 쓰는 번역어를 빼먹거나 끝에 적었다.

beauty spot '애교점'이라고 하면 되는데 장황한 설명을 했다.

interactive '서로 작용하는' 보다는 '쌍방향의'가 더 적절하다.

multipurpose '여러 목적에 쓰이는'보다는 '다목적의'가 더 좋다.

 

비판4/漢字단어가 한글로만 적혀 있어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國花인가 菊花 인가 ?

지각성 지진(crust earthquake) 遲刻性인가 地殼性인가? 사실은 '늦게 오는 지진'이 아니라 '지구표면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말한다.

해군에 이순심함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충무공 李舜臣함으로 알겠지만 사실은 충무공의 부하로 충무공을 도와 혁혁한 공을 세운 또 다른 장군인 무의공 李純信함이다.

이화여자대학이 오얏꽃(李花)여자대학인지, 배꽃(梨花)여자대학인지?

'한국어의 어휘가 70%이상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이 한자의 90%이상이 두 가지 동음이의어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키워드들이기 때문에 한자 어휘를 어느 수준까지 학습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비판5/번역어의 우선 순위가 적절하지 않다.

ovum 은 '알' 보다는 '난자'를 먼저 쓰고, sperm은 '정충'보다 '정자"가 먼저 오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하였다.

 

비판6/중요한 단어들이 표제어가 빠져 있다.

인도의 도시 이름 Bombay 가 예전에는 '봄베이'라 발음했는데 1994년 인도정부에서 정식으로 'Mumbai 뭄바이'로 요청해와 지금은 바꿔 불러야 하고 Calcutta 도 'Kolkata 콜카타'로 불러야 한다.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 high heeel, court shoes,rafting 도 빠져 있는데 특히 rafting은 '뗏목타기'라는 표현보다는 다른 표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battiore liberro(free defender)의 줄임말인 libero는 배구와 축구에 모두 사용되는데도 일부 용어로 표기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비판7/내용상 오류 및 오자가 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또는 '은자의 나라'라는 우리나라 애칭으로 영어로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으로 잘못 나온 사전이 있다는데 이는 일본이 "해 뜨는 나라" '일출의 나라'라는 애칭으로 'the Land of the Rising Sun' 이라고 하여 '해 Sun' 앞에 the 를 붙였는데 이를 그대로 따라하다가 실수를 하였다고 저자는 지적하였다. 사실은 'The Land of Morning Calm'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역사구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개념과 영어사에서 말하는 Old English(고대 영어700~1150),Middle English(중세영어1150~1500), Mordern English(근대 영어1500~)는 엄연히 다른데도 이를 혼동하는 경우를 지적하였다. 즉, 시대역사 구분과 영어사 구분은 달라서 서양사에서 고대는 B.C.5OO~로마제국 멸망시기인 A.D.500 이며 중세는 500년~르네상스 시대인 1350을 말한다. 그러나 영어사는 이와달리 앵글로 색슨 문학은 역사시기로는 중세에 속하며 엘리자베스 1세나 세익스피어 시대의 영어는 근대 영어에 속하는 셈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중세문학에 Old English와 Middle English문학이 공존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전들이 이를 잘못 알리고 있다 한다.

 Little Britain은 도버해협 건너 프랑스 땅으로 예전에 브르따뉴(Bretagne=영 Britain)지역이며 The Great Britain은 지금의 영국으로 브르따뉴보다 크다는 의미였기에 '대 브리튼'은 맞는 표현이지만, Britain Museum을 '대영박물관' Britain Empire을 '대영제국'이라고 번역한 일본사람들의 잘못을 우리가 그대로 답습하는건 옳지 않다고 했다. 즉, '영국 박물관' '영국제국' 이 맞다는 말이다. 알고 보니 그럴듯한 말이다.

 

비판8/어원이 수록된 사전이 필요하다.

사용빈도가 높은 영어 2만 어휘 중에서 본래어는 19%, 프랑스어36%, 라틴어 15%, 그리스어13%, 이고, 14만 어휘의 경우에는 본래어14%, 프랑스어21%, 라틴어 36%, 그리스어 21%인데 이렇게 다른 말에서 유래한 비율이 높은 영어이기 때문에 그 어원을 밝히는 것이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들에게 어원을 아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서 추천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1.어원적 접근에 접두어, 어간, 접미어 파악

2.단어의 구성요소를 인식

3.단어의 구성요소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법 인식

4.파생 어휘의 인식 등을 제시하고 있다.

 

비판9/일본 사전의 영향을 받아 일본식 번역어가 많다.

 영국인이며 화란 동인도회사 상선 조타수로 1600년 일본에 상륙하였던 윌리엄 아담스가 당시 세력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조선술, 항해술등의 고문이 되어 근 20년간 일하였다고 한다. 또 1808년엔 나가사키에 입항한 영국배의 화란인을 포로로 잡은 사건을 계기로 일본정부의 명령으로 영어학습을 시작하고 1811년엔 일본의 최초사전인 英和辭典이 편찬되었다는데 이러한 일본정부의 앞을 내다 본 안목에 힘 입어 일본의 사전은 다른 어느 나라 보다 발전을 하였고 우리는 반대로 오랜 쇄국정책과 일본의 36년간 압제하에 신음하다 해방을 맞고 바로 영어에 접하게 되어 사전을 만들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 결국 일본의 사전을 베끼기에 급급하여 일본식 번역어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도 똑 같은 화란인인 박연이나 하멜같은 일행이 풍랑에 난파 되어 제 발로 들어 왔을 때 조정에서 문호개방의 기회로 삼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만 해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을 쥐고 있는 우두머리가 앞을 내다 보는 혜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앞날도 뒤바뀐다는 사실이 실감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범정부적인 지원으로 사전편찬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비판10/필요없는 말은 되도록 줄여야 한다.

사전 뿐만 아니라 문장에서도 해당 되는 사항인데 "의" '인" "를(을)" "가" 등 불필요한 사용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예 : Lamppost    가로등의 기둥->가로등 기둥

      Mendel's Law    멘델의 법칙->멘델 법칙

     

      Poetic Justice    시적인 정의->시적 정의

      Fighting Attitude    호전적인 태도->호전적 태도

 

      Maul    상처를 입히다->상처 입히다

      Masked    가면을 쓴->가면 쓴

 

      Fatuous    실체가 없는->실체 없는

      Fortunate    재수가 좋은-> 재수 좋은

 

비판11/인명, 지명 등을 표기하는 방법이 혼란스럽다

Television : 텔래비쥰, 태래비존, 텔레비죤, 테레비죤, 텔레비전, 텔리비죤, 테레비전,텔레비젼, 테레비존, 텔리지�, 네페지지언, 텔레비죤 총 13개

 

Chocolate: 초콜렛, 쵸코�, 초컬릿, 쵸코렛, 쵸코릿 총 5개

 

비판12/새로운 국제음성기호의 도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전들이 대니얼 존스의 '간략표기체계'를 따르는데 이제는 새로운 체제인 "정밀표기 신체계"를 선택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끝으로 영한사전의 역사와 북한의 영한사전인 <영조대사전>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어 이 책 한권에서 여러가지 영어에 대한 상식과 영한사전의 내용을 폭 넓게 기술하여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