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인간문제" 를 읽고...

깃또리 2005. 7. 11. 21:00

인간문제를 읽고...

강경애 지음

중앙교언

 

2005. 07. 08.

 

 

 얼마전 신문의 서울대 권장 도서 100선을 �어 보다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강경애의 <인간문제>였는데 작가 이름과 작품 제목도 생소하여 어떤 책인가 궁금하여 도서관에서 첫머리를 잠깐 읽다 아예 집으로 가져와 읽었다.

 

 작가 강경애는 국운이 기울기 시작하는 한일늑약이 이루어진 1905 년 다음 2 년 후인 1907 년 태어나 해방 2 년을 앞둔 1943 년 젊은 나이인 36 세로 세상을 떠나 일제 강점기 동안 살다간 불우한 여성작가이다.

 황해도 송화 출신으로 평양 숭의여학교를 다니면서 동맹휴학을 주도하다 퇴학 당하고 193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파금 波琴>의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계급의식이 뚜렸한 시와 평론을 약 7년간이란 짧은 기간에 발표하였다.

단편소설 <지하촌><어머니와 딸><축구전> 등을 남기고 장편소설로는 <인간문제>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등장 인물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선비    : 황해도 어느시골 동네에서 제일 예쁘고 마음씨도 고우나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뒤이어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 시골 지주 덕호집에 더부살이를 하며 고초를 겪는 주인공이다.

 

첫째    : 가난하고 무식한 동네 총각으로 선비를 짝 사랑하다 가난을 벗어나려고 도시 노동자의 길로 들어선다.

 

신철    : 서울에 사는 인물이 준수한 법대 졸업반 대학생으로 여자 친구 옥점의 집에서 만난 선비를 첫눈에 보고 좋아한다.

 

덕호    : 동네에서 가장 부자인 구두쇠로 외동 딸 옥점의 아버지인데 아들을 얻으려고 신천댁과 선비의 친구 간난이를 첩으로 들이고 나중에는 선비까지도 탐한다.

 

옥점    : 선비와 같은 또래 친구로 부자 아버지 덕호를 두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신철을 좋아하여 결혼하고 싶어 안달한다.

 

간난이 : 선비의 가까운 동네 친구지만 가난 때문에 덕호 아들을 낳아주려고 씨받이로 들어 갔으나 아들을 낳지 못하자 내 �기어 서울을 거쳐 인천 방직공장의 직공이 되며 노동운동에 가담한다.

 

 

 

대강의 줄거리

 

 일제 치하에서 피폐한 시골마을은 대부분 가난을 대물림하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지만 덕호는 머슴을 부리며 부를 누리고 면장이 되기도 한다.

 딸 하나뿐이어서 대를 이을 아들 보려는 덕호는 신천댁 다음으로 동네 처녀인 선비의 친구 간난이를 첩으로 들이지만 아들을 낳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냉대하다 덕호 아내가 갖은 트집을 잡아 결국 간난이를 내�아 버린다.

 선비의 아버지는 덕호 밑에서 일하는데 빚 받아내는 일로 어느 춥고 눈내리는 날 먼길을 떠났다가 빚진 사람의 워낙 딱한 사정을 보고 빚 받기는 커녕 자기 호주머니 돈을 나눠주고 와 덕호로부터 심히 야단을 맞고 그 길로 병석에 들어 세상을 떠난다. 선비의 어머니는 남편의 애처로운 죽음에 상심하여 시름시름 앓다가 선비를 혼자 남겨 두고 남편을 뒤따른다.

 결국 어디에 의지할 수 없는 선비는 덕호집에서 더부살이로 지내는데 덕호의 외동딸 옥점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만난 법대 졸업반 유신철을 시골집에 데려와 몇 달을 함께 지내면서 신철을 결혼 상대로 생각하며 애를 태우는데 막상 신철은 선비를 첫눈에 보고 마음은 온통 선비에게만 가 있다.

 

 서울에 돌아 온 신철은 옥점을 구슬려 선비를 서울에 데려와 공부를 시키자고 하며 이를 전해 들은 덕호는 내키지는 않지만 딸의 희망을 들어 선비를 서울로 보낼까 하여 선비에게 희망을 물어 보는데 워낙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비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던 중 집안에 혼자 있다가 술취한 덕호에게 몸을 내주게 되고 덕호는 아들을 낳으면 갖은 호강을 시켜 준다고 유혹한다.

 덕호에게 몸을 내맡기며 얼마씩 받은 돈을 간수하던 선비는 덕호의 아들도 낳을 기미도 없고 덕호 아내의 눈치도 심상치 않아 선비는 서울로 돈벌이 간 간난이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간난이 어머니를 찾아가  서울 주소를 얻어 캄캄한 야밤에 덕호집을 떠나 곡절 끝에 간난이를 만난다.

 

 한편 신철은 판검사가 되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과 부잣집 딸이지만 가치관이 다른 옥점과 결혼도 마음에 없어  신철에 큰 기대를 건 학교교사인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와 노동자의 길로 나선다. 신철은 자본가들에게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노동자를 의식화하여 계급투쟁에 나서도록 하여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게 하며 자신도 험한 건축공사와 부도노동에 직접 뛰어 들어 갖은 고생을 하며 여러 부류의 인천지역 노동자들에게 의식화 교육은 시킨다.

 

 서울에서 일하던 간난이와 선비는 인천에 새로 지은 방직공장이 문을 열자 자리를 옮겨 취직을 하는데 간난이는 노동운동에 암암리에 가담하여 밤마다 삐라를 돌리기도 하고 돈을 벌어 고향을 다시 찾겠다는 꿈을 가진 첫째도 인천 부두에서 일하다 신철과 우연히 만나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신철의 운동에 가담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과거나 주변 인물들을 모르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첫째는 월미도로 야유회 가는 방직공장 여직공들이 스쳐지나가는 틈에서 선비 모습을 홀깃 보지만 반신반의 하며 어릴적 선비의 싱아를 빼앗아 먹으며 같이 놀던 즐거운 회상을 하며 언젠가 선비를 만나 같이 사는 자신을 그려본다.

 간난이는 공장에 노동운동 삐라를 몰래 뿌리는 일이 발각되자 위험을 느껴 선비에게 뒷 일을 부탁하고 담을 타 넘어 공장을 탈출하고 공장에 남은 선비는 얼굴이 예뻐 공장 감독의 관심 대상이 되고 심해지는 유혹을 겨우겨우 물리치며 일하지만 건강이 날로 쇠약해진다.

 

 사상범으로 신철은 체포 되어 감옥에 갇히고 아버지가 면회 와서 마음을 바꾸라고 간곡히 사정하며 이제는 변호사인 학교친구로부터 사상전환을 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충고를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 후 첫째와 노동운동 동지들은 신철이 결국 사상전환을 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하고 부잣집 처녀와 결혼하였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러나 선비는 폐결핵에 걸려 각혈을 하자 공장에서 해고 당해 �겨나고 간난이는 노동운동하는 동지 철수와 첫째에게 도움을 구해 선비에게 달려오지만 세 사람은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싸늘하게 식어가는 선비를 발견하며 첫째는 고향을 떠난 뒤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선비를 마주 대하고 흐느끼며 기구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깊고 어두운 인간문제에 대해 고뇌한다.

 

 결국 이 작품은 조선왕조 봉건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제 수탈이 심해지던 30년대 자본주의 도래에 의한 유산계급과 무산계급, 자본가와 노동자, 지식인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도시와 농촌 등에서 일어나는 불균형과 부조리한 문제를 인간문제로 인식하여 다룬 소설이다.

신철을 통해 지식인의 나약성을 덕호를 통해 부의 부당한 축적 그리고 자신의 대 잇기에 눈이 어두워 무자비한 여성들의 정조 유린문제등을 엿 볼 수 있으며 농촌의 핍박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강경애는 당시로 모던걸에 속한 지식인이었지만 이러한 문제에 일찍 눈을 돌려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편과 평론 그리고 장편 <인간문제>로 당시의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한 선구적인 여성작가라 생각되며 세월이 흘러 많은 변화와 새로운 사회질서가 구축되었다고 하나 강경애가 지적한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 현실에 여전히 한켠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로 인식 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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