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y Dick" 을 읽고...
Herman Melville 지음
(1819~1891, 72)
2005. 05.22.
우리에게는 <백경白鯨> 으로 소개 되어 알려진 <Moby Dick>을 읽게 된 그간 몇가지 계기가 있다. 수년전에 백경의 원문 몇 페이지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워낙 어려워 몇 줄 읽다가 덮었던 일이 있었다. 왜냐면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여러지역에서 흘러온 교육을 받지도 않고 정식 영어를 쓰지도 않는 사람들로 거칠고 험한 해상 용어를 섞어서 쓰는 대화체가 그대로 소설네 나오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부족한 내 실력으로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원문 읽기는 감히 생각할 자신이 없었는데 몇 주일전 코스트코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고쳐 적은 그림이 곁들인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니 한번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 되어 들고 왔으나 그래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한번은 대강 읽고 두번째에는 다시 숙독해보니 퍽 흥미 있는 책이란걸 알았다. 우선 저자 허만 맬빌을 소개해보면, 1819년 뉴욕의 수입업으로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일곱남매 중 하나로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에 아버지 사업이 파산하는 바람에 학교를 마치지도 못하고 생계를 위해 농장일, 사무원, 가정교사 일등을 거치고 18세의 어린 나이에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배에서 일하다 좀더 극적인 인생경험을 위해 고래잡이 배의 선원으로 계약을 하고 육지를 떠났다.
그러나 잔인한 선장 등쌀에 도저히 배겨나지 못해 태평양상의 어느 작은 섬에서 하선하였으나 식인종 원주민에게 붙잡혔다. 예상외로 이 야만인들에게 오히려 좋은 대접을 받고 지내다 오스트렐리아 포경선을 만나 미국으로 돌아와 해군에 입대하였다. - 이러한 경험이 이 소설에서 이교도 야만인에 대한 호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Typee, Omoo, Billy Budd 같은 독특한 소설을 썼고, 포경선에서 얻은 경험과 꾸준한 독서야 말로 자신에게는 Harbard 이고 Yale과 같은 위대한 배움의 학교였다고 후일 술회하였다.
젊은 시절 포경선 항해를 바탕으로 고래에 관한 당시로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해양소설의 백미라고 할 만한 이 소설 <Moby Dick>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1851년 <고래>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초판 발행하고 다시 <모비 딕>이라고 제목을 바꿔 미국에서 출판하였다.
허만 맬빌은 유럽 성지 여행중에 영국의 리버풀 영사로 있던 너세니얼 호돈을 만나 친교를 맺고 그의 <주홍글씨 The Scalet Letter>가 나온 1년 뒤 그는 백경을 써 그에게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소설을 읽어 본 사람들에겐 너무나 형식이 생소하고 이질적 요소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혹평이 이어져 멜빌은 글을 쓰려는 의욕을 잃어 몇 편의 소설과 작품 활동을 하다가 세관에서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여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진 인물로 지내다 죽었다.
그의 죽음 30 년 뒤이며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여 1921 년 레이몬드 위버가 쓴 평론이 세상에 나와 새로운 주목과 작품의 가치를 인정 받아 그의 명성이 부활하였으며 지금은 미국 문학의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설의 하나이다.
허만 멜빌의 삶을 되돌아 보면 작가에게 다양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치열한 삶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 인생의 진면목을 생생히 묘사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직업이 교사지만 삶에 지루함과 따분함을 느낄 때마다 바다를 동경하는 젊은 Ishmael이스마일 의 회고형식을 빌어 이루어 진다. 이스마일은 어느 추운 겨울 포경선과 계약을 준비하며 값싼 여인숙에서 뉴질랜드 작은 섬 추장의 아들인 Queeqeg와 며칠밤을 함께 지내면서 친구가 되고 같은 배를 탄다. 이교도에 온몸에 문신으로 흉칙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용맹스러운 그와 끈끈한 우정을 유지한다.- 어느 평자는 이 부분을 작가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으로 보기도 한다.
거대한 흰향유고래인 Mobe Dick으로부터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겨 고래뼈로 만든 의족을 한 외다리로 복수심에 불타는 늙은 선장 Ahab 밑에 30 여명의 선원을 태운 Pequod 호가 드디어 크리스마스날 운명의 항해를 시작한다.
주요 등장 인물을 소개하면 우선 3명의 항해사가 나오는데 1등 항해사 Starbuck, 2등 항해사 Stubbs , 3등 항해사 Flask 인데 여기서 그냥 지나칠수 없는 인물이 Starbuck이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는 것도 재미 있겠다.
미국의 최대 커피 전문 프렌차이즈 체인으로 카페라테, 에스프레소 특히 내가 즐겨 마시는 카프치노등을 취급하는 커피 가게가 바로 Starbucks 로 1971년 시애틀에 회사를 세우면서 커피를 좋아하는 이 소설의 항해사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커피 가게는 해발 900~1500 미터에서 수확하는 에치오피아의 아라비카산 원두만을 사용하며 세계 40여개국 9000여 가게 어느 곳이나 똑 같은 풍미를 갖는 커피를 파는 것을 자랑하며 또 Beans Stock 이라는 독특한 사원복지 정책을 펴 미국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 100대 최고 직장에 들어가기도 한 회사이다.
또 하나 이회사는 대중매체에 광고 선전을 하지 않는 대신에 미국 최대 체인서점인 반즈앤드 노블(Barnes and Noble)이나 유명 은행, 호텔내에 가게를 차려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며 어느 가게나 똑 같은 초록색으로 된 매장 간판과 이 소설에 나오는 피쿼드호의 선수에 그려진 머리를 풀어내린 여인의 모습을 회사 이미지로 사용하는 점도 특이하다.
사실 이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싸이렌(Siren)이고 유럽에 널리 퍼진 인어공주의 모티브이기도하며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을 홀려 배가 암초에 좌초하게 만든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와 연관지어 스타벅스 커피를 한번 마시면 그 맛에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의 인사동에 있는 가게는 세계 유일하게 한글 "스타벅스" 란 초록색 한글 간판을 붙여 지나가다 보면 어딘가 생경스럽게 보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전통거리라는 인사동의 위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지 않아 지난 겨울에 일부러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신 기억이 있다. Tom Hanks 와 Meg Lyan 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You've got mail 에서도 아침에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를 들고 나오고 두 사람이 만나기도 하여서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스타벅스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아무튼 스타벅스를 창설한 인물은 <모비 딕>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소설에는 제 각기 독특한 배경을 갖는 작살잡이 Hapooner 세 사람이 나오는데, 인디안 타쉬테고 Tashtego, 흑인 대구 Daggoo 다음으로 이 소설의 내래이터인 이스마일과 우정을 쌓는 뉴질랜드의 어느 작은 섬의 추장 아들인 퀴퀘그 Queequeg 이다.
마지막으로 자기와 선장의 죽음 그리고 피쿼드호의 불길한 운명을 횡설수설 하는데 결과는 모두 그가 말한데로 이루어져 불가사의한 인물인 필리핀 마닐라 섬 출신인 페달라 Fedallah가 나온다.
이 소설에서 참고래, 향유고래 그리고 머리가 흰색인 거대한 향유고래인 모비 딕이 나오며 참고래보다 가치가 있는 향유고래는 머리부분에 값비싼 기름이 있으며 피쿼드호는 선창 가득 향유고래 머리에서 채취한 기름을 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귀환을 해도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원한과 복수심에 불타는 선장은 선원 중에서 가장 이지적이고 현명한 항해서 Starbuck의 돌아가자는 간곡한 요청에 총을 겨누며 모비 딕을 추적할 것을 명령한다.
이때 돌아서면서 내 밷는 Starbuck의 충고는 선장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편협한 사고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류를 범하는 우리 모두가 새겨 볼 만한 말이다.
" I'm not going to warn you to beware of Starbuck. You would only laugh at that. But, sir, let Ahab beware of Ahab - you are your own worst enemy!"
지면관계로 앞부분 여러 이야기를 건너 뛰고 일단 피쿼드호가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 인도양으로 다시 태평양으로 나아가 모비 딕을 찾아 드 넓은 대양을 헤메다 영국 포경선을 만나 모비 딕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그 배의 선장은 모비 딕에게 오른쪽 팔을 잃어 의수를 해 같은 고래에게 다리를 잃은 피쿼드호의 Ahab 선장과 의기투합하여 두 선장은 악수 대신 의족과 의수를 부딪치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편의 코메디를 장면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선장은 모비 딕 추적을 한사코 말리나 Ahab 선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초연히 그와 헤어진다. 얼마 후에 또 다른 포경선 Rachel 호를 만나게 되는데 그 선장은 모비 딕을 쫒던 자기 아들과 몇 명의 선원이 탄 모트가 행방불명으로 울상이 되어 피쿼드호 Ahab 선장에게 사례금을 줄테니 같이 수색활동을 하자고 간청하지만 선장은 조금의 동정도 보이는 기색 없이 모비 딕 추적에 시간이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한다.
드디어 태평안의 적도 부근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내뿜으며 유유자적하는 모디 딕을 발견하고 선장은 미칠듯이 좋아 환호하며 모비 딕에 다가가지만 워낙 영리하고 포악한 고래에게 보트만 파손 당하고 첫번째 희상자로 자신의 예언처럼 Fedallah 가 행방불명 된다.
Fedallah 는 이미 세개의 예언을 하였었는데 첫째, 자기가 가장 먼저 이 세상을 떠나고 다음으로 선장 Ahab이 줄에 의해 죽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선장은 죽기 전에 먼저 죽은 자기를 한번 보게 될 것이며 세번째로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관이 다음으로 미국산 나무로 만든 관이 나타날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였다.
일단 Fedallah 의 행방불명으로 예언이 맞아 들어가는 듯하여 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선장은 더욱 광기에 쌓여 흰고래와 세번째 만나는 날 수 년전 자기가 던진 작살을 비롯한 많은 작살이 몸에 박힌 채 모비 딕이 바다 위로 솟구치는 모습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제 마지막 일격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에 보트에 오른다.
거대한 고래는 그간 다른 배에서 던진 작살 줄을 몸통에 얼기설기 걸치고 있었는데 물에 솟구치자 그 고래의 몸에 행방불명 되었던 Fedallah 가 엉킨 줄에 매달려 눈을 부릅뜨고 나타나 결국 Ahab 선장은 다시 한번 그를 보게 되어 두번째 예언이 입증 되어 선장은 놀란다.
그러나 모비 딕도 그간 자신을 괴롭힌 가장 기분 나쁜 대상이 피쿼드호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듯 가장 광포한 행동을 보이면서 정면으로 돌진하여 피쿼드호 선수에 머리를 부딛혀 배는 한쪽으로 기울어 침몰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 바다 위에 떠있던 작살, 창, 보트 잔해들도 휘말려 사라지며 이와 함께 선장은 고래에 엉킨 작살줄에 목이 감겨 허공으로 날아가다가 모비딕이 바다로 잠수하자 같이 심연으로 사라진다.
결국 예언은 모두 들어 맞은셈이다. 고래에 얽매어 함께 바다에 들어 간 Fedallah는 사람이 만들지 않은 관에 실린 셈이며 피쿼드 호는 미국산 나무로 만든 배이므로 모든 선원의 운명을 실고 물속으로 사라진 거대한 관이 된셈이다.
이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검은 나무 상자가 솟아 올라 바다에 떠오르는데 이 물건은 Queeqeg가 자기 죽음을 대비하여 만들었던 관으로 결국 그는 죽어서까지 이스마일을 구해준셈이다.
몸에 새겨진 문신과 같은 여려가지 형태로 새겨진 검은 관을 붙잡고 하루밤 하룻낮을 표류하던 이스마일은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Ahab 선장이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뒤에 두고 죽음과 맞 바꾼 원한과 적개심 그리고 이에 맞선 모비 딕의 광포함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자신에게 우정을 다해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Queeqeg 에 대한 기억들을 되새긴다.
그리고 이스마일은 운좋게도 아직도 아들을 찾아 헤메던 Rachel호에 구출되는 것으로 이스마일의 회상은 끝을 맺으며 이 장쾌하게 바다에서 벌어진 인간과 고래와의 싸움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패배로 끝을 맺지만 인간의 끝없는 도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긴 감동의 여운을 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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