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고...
장영희 문학 에세이
샘터
장영희
2005. 5. 5.
2001년 8월부터 3년간 조선일보에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북칼럼을 책으로 묶은 대부분 서양문학서의 소개와 함께 장영희교수가 읽은 책과 관련한 에세이가 주요한 내용이다.
장교수는 영문학 전공자이면서 영어의 우리말 번역을 위해 특별히 1년간 공부한 사람답게 우리 글에도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 특히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오히려 수 많은 책을 섭렵하는데 시간을 보내면서 영문학작품의 연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주변의 일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흥미있는 일들과 때로는 섭섭하고 안타까운, 때로는 가슴 아픈 일상사에 대한 솔직한 느낌과 감동을 풀어 놓았다.
책 앞머리에서 장영희 교수는 자신이 규정하는 문학관의 일면을 내비치고 있는데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왜 문학서적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은 일종의 대리 경험이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시행착오 끝에 '어떻게 살아가는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목표를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치열한 고통, 환희, 열정 등을 느끼고 감동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삶에 눈뜬다는 것은 때로는 아픈 경험이지만 이 세상을 의미있게 살다 가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 할 통과의례이다."
신문사에서 칼럼연재를 요청하면서 한가지 주문을 하였다는데 "선생님의 글을 보고 독자들이 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아야 겠는데 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 가도록" 해달라고 했다 한다. 그러나 장교수는 이런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고전이라 일컽는 책을 골라서 감동 받은 부분을 인용하기도 하며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노라면 단순한 책 소개를 벗어나 장영희 교수의 그간의 궤적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을 내다 볼 수 있기도하며 아울러 인간 삶의 방향을 제시 받기도 한다.
한동안 수필집, 에세이집이란 허울을 쓴 그렇고 그런 자신의 신상담이나 늘어 놓은 책과는 다른 격조 높은 문학세계에서 길어 올린 번득이는 삶의 희노애락과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책의 수 많은 부분을 인용하기 보다 장교수가 소개한 책을 적어 우리들이 잊고 지내는 서양문학에 대한 일면을 알아본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903~1908
생 텍쥐페리 -<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 1943
엘리자베스 베릿 브라우닝 -<시집 Poems> 1844
너 새니얼 호돈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 1850
아서 밀러 -<세일즈 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 1949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낙엽>
사랑이 이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들의 슬픈 영혼은 이제 지치고 피곤합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수그린 당신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쿠리 료헤이 -<우동 한 그릇>
F. 스코트 피츠제랄드 _<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1925
에릭 시걸 -<러브 스토리 Love Story>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The Brave New World> 1932
노발리스 -<푸른 꽃 Die Blaue Blume> 1802
도스프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The Brothers of Karmazov> 1880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Don Quixote> 1605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Utopia>1516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The Diary of Anne Frank> 1947
펄 S. 벅 -<대지 The Good Earth> 1931
조지 엘리엇 -<사일러스 마아너 Silas Marner>1861
윌리엄 워즈워스 -<서정시집 Lyrical Ballads>1798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Three Days to See> : 20 세기 최고의 수필
손톤 와일러 -<우리 마을 Our Town> 1938
데이비스 소로우 -<윌든 Walden> 1854
로버트 브라우닝 -<피파가 지나간다 Pippa Pass>1841: 극시 중에서 <아침의 노래>
계절은 봄이고
하루 중 아침
아침 일곱 시
진주 같은 이슬 언덕 따라 맺히고
종달새는 창공을 난다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하느님은 하늘에
이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롭다.
T. S. 엘리엇 -<황무지 The Waste Land> 1922 : 장시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숫꾼 The Catcher in the Rye>1951
허만 멜빌 -<백경 Moby- Dick> 1851
셔우드 앤더슨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Wineburg, Ohio>1919
헨리 데이비스 -<가던 길을 멈춰 서서 Leisure>
근심에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벤자민 프랑클린 _<자서전 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1793
프란츠 카프카 -<변신 The Metamorphosis> 1915
시드니 포터 -<마지막 잎새 The Last Leaf> 1907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Grapes of Wrath> 1937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1595
윌리엄 포크너 -<음향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 1929
알베르 카뮈 -<이방인 The Stranger> 1946
버지니아 울프 -<세월, 등대로, 미세스 댈러웨이>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1864~1869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1813 : 학위 논문작품
조셉 콘래드 -<암흑의 오지 Heart of Darkness> 1899 : 영와 지옥의 묵시록
P. B. 셀리 -<서풍부 Ode to the West Wind>1820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1855
안데르센 -<내 삶의 이야기 The True Story of My Life> 1847 :5대 자서전
헨리 나우엔 -<친밀함 Intimacy > 1969
책에 소개 된 작품들을 훝어 보면서 내가 읽은 책이 적다는 사실을 알면서 앞으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차근차근 읽어 보려한다. 고전이란 세월을 뛰어 넘는 영원성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에게 교훈과 함께 장교수의 말처럼 간접 경험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끝.
-장영희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이맘때쯤 편지를 보낸 기억이 나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수술을 하시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셨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독자의 한사람으로 건강을 회복하셔서 좋은 글을 계속 읽을 수 있기 바라며 다시 편지를 쓰게 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지난 편지에 밝힌 바와 같이 저는 건축기술자로 업무상 또는 취미삼아 잘 지어진 건물들을 자주 보러가는 일이 많습니다. 지난 주에도 성남 분당에 훌륭한 교회 건물이 있다 하여 전에 다니던 직장 후배와 같이 갔었습니다.
풍부한 공사비를 들여서인지 고급 대리석이 깔린 중앙 홀과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본당을 비롯하여 도저히 그냥 지니치기 어렵게 하는 진한 커피향이 가득한 전망 좋은 휴게실등 참으로 훌륭한 건물이었습니다. 또한 한쪽에 아담한 서점까지 갖춰져 있었는데 지나치자는 후배를 설득하여 책구경을 하였습니다.-구입을 안해도 이런 저런 책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지요.
물론 서점엔 대부분 교회와 종교관련 서적이었지만 어인 일로 장교수님의 <"내 생애 단 한번">이 가장 좋은 자리에 놓여 있어 한편으로 반가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바로 옆에 새로나온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있었습니다.
신간을 열고 몇 페이지를 훝어보고 있는데 눈치 빠른 후배가 책값을 지불한 다음 저에게 선물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후배가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하여 <내생애 단 한번>을 추천하여 우리 둘이서 그날은 커피값을 아껴(?) 책 한 권씩을 산셈입니다.
이제 막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또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제가 앞으로도 장교수님의 책 읽은 자랑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책의 장정도 멋있고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과 도판들이 좋았습니다.
더구나 오래 전에 조지 엘리엇의 Silas Maner 가 시사영어사판 축약본이 있어 그 당시 무척 감명 깊게 읽었는데 <거울 속의 감옥>편의 구두쇠 이야기하면서 소개되어 퍽 반가웠어요.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 번역판을 얼마전에 다시 읽었는데 쉬운 문장이라니 읽어 볼 마음도 생겨 구해 놓았습니다. 하긴 얼마전에 코스트코에 갔더니 미국에서 출판하였으나 잘 안팔려서 그러는지 헐값으로 쌓아놓고 파는 초등학생용 책 세권을 사왔습니다. 특히 Anna Sewell 이라는 영국여성 작가가 쓴 <Black Beauty>는 재미도 있고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등을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대중의 인기를 얻고 난 후에 영국에서 동물의 학대문제가 논란이 되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해설에 나왔더군요. 우리집에도 세살이 된 강아지가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혼내 준일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주리고 부디 몸 건강하시길 다시 바라며 다음 소식 전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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