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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2004. 12. 23.
국내에서 독자들의 인기에서 일본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을 앞지르는 작품이 아마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국내판: 喪失의 時代)" 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70년대 발표된 설국에 비해 하루키의 작품은 같은 일본 작가의 작품에 비교하여 여러 면에서 다름을 발견하게 된다. 하루키가 동양인으로써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독자층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작품의 내용이나 문체가 일본풍을 벗어 나 가볍고 경쾌하며 서구적인 시각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현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적절하게 그려낸 점이다.
여러 평론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심각한 문제를 가볍고 경쾌하며 빠르게 풀어내는 탁월한 재주에 현대를 살아 가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작가라는 이야기이다. 하루키는 일본 동경의 명문 대학인 동경대학교 영문과 출신으로 많은 영어로 쓰인 문학 작품을 읽었으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였고 특히 유럽의 이탈리아를 자주 방문한 경험으로 그의 글은 동양적 시야를 벗어나 서구 문학과 잇대어 있는 작가이다.
일본의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의 여론 조사에서 살아 있는 작가 중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한 점만 보아도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0 여년전에 선보인 상실의 시대는 이제 Steady Seller의 자리를 굳혔다고 할 수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하루끼 29세인 1979년 "群鳥" 신인상에 응모에 당선 되어 소설가로 데뷔한 하루끼의 처녀작으로 자전적 요소가 많은140 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비교적 짧은 소설이다. 내용은 주인공 "나"는 21살인 동경의 어느 대학에 입학한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여름방학 기간 18일간에 일어나는 이야기가 그 전부이다. 주인공 "나"와 한살 위인 별명이 "쥐"인 동네 친구 그리고 어릴 때 사고로 새끼 손가락이 없는 19살의 레코드가게 아가씨 이렇게 세사람이 등장하는데 제이스바를 운영하는 중국인 "제이"가 몇 부분에서 나오기도 한다. "나"의 작은 아버지가 세사람이며, "나"와 섹스를 한 여자애들이 역시 세사람이어서 3 이란 숫자가 작가 하루끼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듯하다. 이 소설은 하루끼가 29 살이 되는 어느날 불현듯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고지와 만년필을 사들고 부엌 테이블에서 앉아 주로 밤에 썼다고 한다.
소설 첫 문장은 "완전한 문장 같은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으로 시작하는데, "배우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 나이를 먹고 늙어 간다는 게 그렇게 크게 고통스런 일은 아니다"라는 말이 뒤이어 나온다. 평소에 나도 "나이"와 "배우는 자세"에 대해 같은 생각을 품고 있던 참이어서 절묘하게 조합된 의미 있는 귀절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에서 하루끼가 가공으로 창작해낸 인물로 미국 작가라는 하트필드의 입을 빌려 "글을 쓰는 작업은 단적으로 말하여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과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다.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 라는 알듯 말듯한 여운을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하트필드가 인터뷰 중에서 한 말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소설에 쓴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노력 없이 끄적여 소설이라고 내 놓는 작가들에 대한 질타로 새겨들을 수 있다. 하루끼의 소설 특징이라할 만한 가벼운듯한 이 소설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가벼움에서도 곳곳에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는 의미있는 철학적 문제를 넌지시 제시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손가락이 한개 뿐인 아가씨와 대화에서 "진화하기 때문이지, 개체는 진화의 에너지를 견뎌낼 수 없어서 세대교체를 하거든, 이건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야." 라는 말이 나온다. 가설치고는 그럴듯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하루끼의 젊은 날의 초상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로 일상의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그려나가며 Sex조차도 산뜻한 한잔의 맥주를 마시는 느낌을 주는 탁월한 글솜씨를 보여줘 읽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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