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을 읽고...

깃또리 2019. 8. 2. 15:52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을 읽고...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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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글에 우리말 옮긴이가 있다는 것은 먼저 영문으로 나온 책을 우리말로 바꿨다는 이야기이다. 지은이 소개 글을 옮겨보면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 Kicking away the Ladder 2004>, <개혁의 덫, 2004>, <쾌도난마 한국 경제 2005>, < 국가의 역할 Globalization, Economic Development, and the Role of the State 2006> 등이 있다. 최근 출간된 <누가 알려주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이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어 읽어 보려다 우선 먼저 나온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을 펴보게 되었다. 책의 부제목에 암시하듯이 선진국에서 강요 하다시피 하는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에 대한 숨겨진 역사를 쉬운 예를 들어가며 밝히고 있다. 추천사를 보면 세계적인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유수한 신문사 경제 분야 전문가 들이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특히 살아 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언어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노엄 촘스키의 장하준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장하준은 탄탄한 경제학 이론과 역사적 증거에 기반 하여 세계 경제를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문명화된 형태로 개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성 있고 건설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만일 오늘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로 장하준의 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에서 모잠비크, 세계 일류 기업에 도전하다! "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 나오는데 50년 후인 2061년을 가정하여 현재는 가난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빈민국 중 하나지만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 최고 수준의 기업이 운영되는 나라로 상상하는 내용이다. 이는 저자 장하준이 지금은 세계 유수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지만 그가 태어난 해 1963년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나라였으며 장하준 교수가 살아온 40년이란 기간은 1인당 국민소득은 구매력 관점에서 보면 영국의 200년 미국의 150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의 1963년은 영국의 조지3세 시절,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시기에 해당한다는 재미있는 비유이다. 결국 아프리카 모잠비크도 어떤 계기가 주어지고 환경이 바뀌면 프롤로그 이야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의 제목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관련한 글이 나오며 퍽 인상 깊게 생각되어 여기에 옮겨 본다.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 하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에는 아예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부유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을 권장하는 것이 역사적 위선이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중략) 역사는 승자들에 의해서 쓰여 지는 것이고, 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만큼 부자 나라들은 상당 정도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자국 역사를 실제 모습 그대로가 아닌 현재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국의 관점에 더 어울리게끔 점진적으로 고쳐 쓸 수밖에 없다." P-35

 

어떤 책을 읽고 나면 책 내용 모두를 기억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렇다면 다시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방법과 내용을 꼼꼼히 정리해야 하는데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분야가 아닐 경우가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책 을 덮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또한 경제에 관한 내용이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내용이 많아 우선 내 기준에 맞추어 일부 내용을 옮겨보았다.

 

외국인 투자는 규제야 하는가? 라는 소제목 항에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로 각국의 국민성에 대한 비유를 재미있게 들고 있다. 즉 핀란드 사람들의 너무 심한 자의식을 나타내는 이야기로 각 나라 사람들이 코끼리에 대한 책을 써 보라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라 한다.

 

빈틈없는 성격의 독일 사람들은 <코끼리에 대해 알려진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주석이 빵빵하게 달린 두 권짜리 두툼한 학술서를 쓸 것이고, 철학적 명상과 존재론적 고민에 자주 빠지는 프랑스 사람들은 <코끼리의 삶과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사업적인 감각이 뛰어난 미국사람들은 <코끼리로 돈 버는 방법> 그러나 핀란드 사람들은 <코끼리는 핀란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책을 쓸 것이라고 한다.

 

사실은 핀란드의 외국자본 투자에 관한 내용이지만 너무 딱딱하여 내 눈에는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과 역사 이야기가 더 흥미 있다. 앞에서 말한 핀란드 사람들의 자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유럽인들 중에 핀란드 사람들이 유독 자신들의 정체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다.

 

즉, 이들의 언어는 우랄 알타이어계로 가까운 스웨덴이나 러시아말보다는 한국말이나 일본말에 가깝고 핀란드는 스웨덴의 식민지로 600년 러시아 식민지로 100년 을 지내다 1918년 독립하여 수 천년동안 이민족에 시달린 한민족과 같은 환경에서 지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성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에서 소제목 항에 싱가포르항공, 르노, 포스코, 엠브라로 등이 사실은 국영기업으로 시작하여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폭스바겐 역시 독일 니더 작센주 정부가 최대 주주라는 것이다. 즉, 일반인들이 공기업은 효율이 떨어지고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편견과 오해를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아이디어 차용은 잘못인가?> 1905년 물리학에서 경이로운 해로 인정하는데 그 이유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발전 방향을 바꾼 세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 당시 그는 물리학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스위스 특허 사무원 말단 직원이었다 한다. 유럽에서는 특허제도가 활발하지 않아 화학분야는 특허제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아인슈타인이 화학자였다면 그는 직장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반대로 특허제도가 없어 오히려 아이디어 차용이 과학발전에 많이 도움을 주었다는 주장을 내 놓고 있다.

 

<재정 건성성의 한계> 일반인들은 물가 인상은 무조건 나쁜 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장하준교수의 논지에 따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어 놓은 것을 더 잘 지켜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들이 미래에 벌 수 있는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왜 그럴까? 물가 상승률을 낮은 수준, 그것도 대단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엄격한 금융. 재정. 정책은 경제 활동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노동 수요의 감축, 실업 증대, 그리고 임금 감소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물가 통제는 노동자에게는 양날의 칼이다."-P 234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부정부패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장하준교수는 대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뇌물이 과연 역기능만 하는가? 퍽 재미있는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부정부패는 도덕적으로 부당하다. 만일 부정부패와 같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들이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명백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세상사가 단순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 부정부패로 파탄을 맞은 나라 - 모부투 집권의 자이레, 뒤발리 집권의 아이티

 

2. 청렴결백한 나라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3. 부정부패가 심했어도 제법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 인도네시아

 

4. 뿌리 깊은 부정부패가 있었으나 훌륭한 성과를 이룬 나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대반, 중국 등

 

사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지금은 부정부패가 없었던 듯한 나라들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가보면 매관매직, 뇌물수수, 공금횡령, 부정선거 등이 판을 치던 시기가 있었다. 뇌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옮겨본다.

 

"가장 많은 뇌물을 내놓을 의사가 있는 기업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기업이 사업 허가를 따내서 좀 더 많은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 경쟁자보다 더 많은 뇌물을 주는 기업에게 건설 허가를 주는 것이나, 건설 허가를 입찰에 붙이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효과는 똑 같다. 공정한 입찰이 실시되면 국고로 들어가며 잠재적인 소득이 파렴치한 공무원에게 들어간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P-255

 

미국 원로 정치학자 새무얼 헌팅턴의 "경제 관점에서 보면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부정직한 관료들 이 존재하는 사회보다 더 나쁜 사회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격하고 지나치게 집중화된 그리고 정직한 관료들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P-256

 

장하준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표현과 함께 사악한 삼총사로 IMF, IBRD 세계은행 그리고 WTO를 지명하고 있다. 이들이 밀어붙인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경제 프로그램들이 차례차례 엄청난 실패로 돌아 간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자유무역, 민영화, 자유시장 등을 대표적 잘못으로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부정부패와 취약한 민주주의 따위의 정치적 문제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비 정책적인 문제인 문화적 요소 또한 허구라는 사실을 말하고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한마디로 민족성과 경제발전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가난할 시기에 외국인들은 유교사상에 찌들어 가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 놓았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유교사상에서 찾기도 한다. 유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끈끈한 가족주의, 근면성, 규율, 검소 등의 덕목이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약 100년 전에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이 일본이나 독일을 여행하고 난 다음 쓴 여행기에 읽으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 일본인이나 독일인들이 "게으르고 시간관념이 부족하다." "태평하고 감정을 잘 주체 못한다.""둔하고 굼뜬 사람들"이라고 평했으며 더구나 한국인에게는 더욱 가혹한 평가를 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런 말들이 문화와 연결 지어 타당한가에 대하여 저자는 묻고 있다.

 

저자는 아랍의 회교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세계는 아랍제국이 가장 강력하고 문명화되었었다. 결국 경제 발전에 확실하게 좋거나 확실하게 나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들의 문화 속에 들어 있는 '원료'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하면서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오히려 경제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약육강식의 치열한 무한경쟁의 시대이다. 그리고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개인과 국가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여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