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를 읽고...

깃또리 2019. 7. 8. 11:59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를 읽고...

F. 스콧 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 0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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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한 평가와 찬사는 한마디로 대단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The Time>지 선정 '현대100대 영문소설', <뉴스위크>지 선정 100대 명저,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추천도서, 영국 유력방송사 BBC선정 '꼭 읽어야할 책', <옵저버>지 선정 '인류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등과 함께 '미국문학의 영원한 기념비' 또는 '국보급 작품'이라는 찬사가 붙었다. 몇 년 전 뉴욕 랜덤출판사의 편집위원회는 20세기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 선정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1922> 다음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꼽았다니 그럴만하다.

 

  아무튼 나는 이런저런 평판에 휩쓸려 10여 년 전에 영문으로 된 요약본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기억나기로는 모르는 단어를 사전 찾아가며 두 번인가 반복해서 읽었지만 크게 가슴에 와 닿는 감흥이 없었다. 더구나 J. 개츠비라는 30세 정도 되는 젊은이가 일확천금으로 거부가 되었으나 이미 결혼하여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5년 전의 옛 연인을 못 잊어 되찾으려다 간단한 속임수로 비극적 죽음을 맞았는데 이런 인물에 어째서 'Great'라는 말이 덧붙여졌는지 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휘만 가지고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대부분 Great를 '위대한'이란 의미로 일단 받아들이지만 이 의미 말고도 '대단한'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어쩌면 저자는 <대단한 개츠비>로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며 처음부터 우리말 번역을 <위대한 개츠비>로 하다 보니 이런 혼란이 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덧붙여 우리들은 1920년대 미국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외자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 열광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던 중 올해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씨가 직접 번역하여 출판하였고, 기존 번역본 중에서 '유려하면서도 원문을 잘 살려 낸'이란 평판을 받던 영문학 박사이며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교수인 김욱동씨가 개정판을 내고 <로마인 이야기>로 번역계에서 이름을 높인 불문과 출신 김석희씨도 번역에 뛰어 들어 갑자기 이 책의 판매는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 <The Great Gatsby>의 국내 개봉에 앞선 판매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 번역본을 대조하여 읽을 만한 여유도 없고 그럴 처지도 아니어서 가장 오랜 기간 영어 통번역에 몸담았던 김욱동교수의 번역본을 구입하여 읽었다. 그러고 보니 김욱동 교수 이름은 내 이름의 앞뒤가 바뀐 이름이다.

 

  먼저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책 뒤의 작가연보를 참고하여 소개해 보았다. 1896년 9월 24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출생하여 아버지를 따라 뉴욕 주 버펄로, 시라큐스, 다시 버펄로로 옮겼다가 1908년 그의 나이 14살에 세인트폴 아카데미에 입학하였다. 1909년 15살에 교지에 첫 단편 <레이먼드 저당의 신비>를 쓰고 이어서 뉴저지 주 가톨릭학교 뉴빈 스쿨에 입학하여 시거니 페이 신부를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다.

1913년 프린스턴대학교에 입학하여 여러 문학관련 친우들과 친교를 맺었으나 가난하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로부터 거절당하고 학업을 게을리 하다 질병을 핑계로 1915년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1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으나 졸업은 하지 않았다 한다. 다음 해 육군보병소위로 임관하였으며 이 무렵 <낭만적 에고이스트>탈고, 1919년 육군 제대하고 부유한 변호사의 딸 젤더와 약혼한 다음 <낭만적 에고이스트>를 개작하여 <낙원의 이쪽>으로 제목을 바꿔 출간하였다. 1920년 젤더와 약혼과 파혼 후 다시 약혼하여 결혼하고 다음 해 딸이 태어났다. 소설, 단편, 희곡 등을 쓰다 1923년 프랑스로 이주하였으나 아내 젤다의 혼외정사가 있을 즈음인 1924년 <위대한 개츠비> 집필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여행, 어니스트 훼밍웨이와 만남, 미국으로 귀환, 다시 파리와 이탈리아 여행, 북아프리카 여행 등을 하였으며 1930년 젤다의 신경쇠약증세로 치료차 스위스에 거주하였다. 1931년 부친의 사망으로 미국에 귀국하여 소설 <밤은 부드러워, Tender is Night> 출간과 할리우드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많은 에세이를 쓰다가 1940년 그의 나이 44세에 할리우드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메릴랜드 주 록빌의 세인트 메리스 묘지에 묻혔다. 그의 부인 젤다는 8년을 더 살며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한다.

 

피츠제럴드는 23살 젊은 나이에 주변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기대 속에 작품을 내놓을 시절 이런 말을 했다 한다.

 

  "모든 작가는 자기 세대의 젊은이들,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그 뒤의 영원한 미래 세대의 교육자들을 위한 작품을 써야 한다." 퍽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작가의 소명을 적확하게 인식한 작가라 생각한다. 44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고 돈을 벌기 위해 우선 손쉬운 단편을 주로 썼던 관계로 장편소설은 5편밖에 없지만 단편은 무려 160편이나 된다 한다. 그러고 보니 작가 김영하가 쓴 어느 글에서 자신도 장편소설 5편을 썼으니... 어떻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작가들에게 장편소설 5편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닌듯하다. 이렇게 작품 숫자로 보면 작가로서 평가는 낮지만 그러나 그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훼밍웨이와 함께 그를 20세기 미국소설 3총사로 부른다 한다. 더구나 그 어느 작가보다도 그의 작품들은 영화제작자, 연극연출가, 무용안무가, 그리고 음악가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또한 피츠제럴드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 J. 개츠비와 겹쳐 보이는 부분도 많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사랑, 젊음, 부에 대한 꿈을 이 소설을 통하여 펼쳐 보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도 많으며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너무 자세한 줄거리 소개는 예의 가 아닐 것 같다. 단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와 장소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해 본다. 시기는 1922년 봄에서 가을이며 뉴욕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롱 아일랜드 해협에 돌출한 작은 두개의 반도 웨스트 에그와 이스트 에그가 주 무대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미국 중서부출신이다. 1인칭 화자 닉 켈러웨이와 그의 예일대학교 친구이며 아마추어 폴로선수인 톰 뷰케넌은 미네소타 출신이고, 개츠비의 옛 연인이자 톰의 아내이며 닉 켈러웨이와 먼 친척인 데이지 페이와 데이지의 친구이자 골프선수인 조던 베이커는 루이스빌이 고향이다.

 

  개츠비는 미네소타 주의 어느 시골에서 자랐다 하였으나 실제는 노스타코다에서 출생하였으며 원래 이름도 ‘개츠’였다. 세계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잠시 머물다가 미국으로 돌아와 그리 떳떳치 못한 사업으로 거금을 소유한 사람으로 나온다.

등장인물들의 나이는 소설에서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개츠비는 30조금 못 미친 29살 정도이고 닉 켈러웨이와 톰 뷰케넌은 30, 그리고 데이지는 23, 조던은 21살쯤으로 여겨진다. 내가 영문 요약본을 읽었을 때 개츠비는 젊은 나이에 큰돈을 거머쥐어서 조금은 거만하고 근엄한 말씨와 태도를 보이는 인물로 나타나는데 우리말 번역본에서는 겨우 한두 살 위이며 옆집에 사는 자신보다 훨씬 가난한 닉 켈러웨이에게 말끝마다 "형씨"라는 호칭을 붙여 영문판에서 느꼈던 개츠비의 모습에서 크게 다른 조금 촐랑맞고 경망스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일 때문에 문학관련 번역은 잘해야 본전이며 '번역은 반역'이란 말도 있으며 번역을 잘하려면 번역자는 원작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여기에서도 이런 사실을 감지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여운이 남는 대목을 후일 다시 기억하기 위해 추려서 적어 보았다. 닉 켈러웨이가 프로골프 선수 조던 베이커와 사귀는 동안 그녀의 정직하지 못함을 알아차린 다음 "여자의 부정직함이란 그렇게 심하게 나무랄 것이 못된다."라고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덕목 중 적어도 한 가지는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도 그러한 덕목이 있다. 즉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정직한 사람 중 하나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자신의 부인 젤다가 프랑스 조종사와 애정행각을 벌였기 때문에 아마 이런 문구를 쓴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자신도 많은 여성과 교제를 했으며 이 소설을 쓴 13년 후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 만난 가십 칼럼니스트를 쓰는 여성과는 죽을 때까지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소설 첫 부분에 개츠비는 자신의 정원 잔디마당에 서서 어두운 밤 해협 건너 작게 반짝이는 초록빛 불빛을 보다가 사라진다. 소설 중간 부분에서도 개츠비는 꿈에도 그리던 옛 연인 데이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비가 내리는 창밖에서 파도치는 롱아일랜드 해협을 건너다보며 데이지에게 데이지 집의 부두 끝에 밤새도록 항상 켜져 있는 초록불빛 이야기를 한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화자 닉 켈러웨이가 사치와 탐욕으로 얼룩진 동부를 떠나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개츠비의 집 잔디마당에 들어가 그를 회상하는 글이 나온다. 이때 또한 데이지 집 앞 초록불빛이 언급된다. 결국 이 초록불빛은 1920대 미국의 젊은이들의 욕망의 상징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요약본 중에서 Great 라는 단어가 단 한 번 나타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개츠비가 죽은 사흘 후 개츠비의 아버지 개츠씨가 도착하였으며 그의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닉 켈러웨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자신의 아들에 대하여, “He had a big future before him, you know, If he'd lived, he would have been a great man. He'd have helped build up the country."라고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영화 관람 후기 -2013. 07. 02.

 

도서관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독서후기를 막 마무리하고 있는데 수년 전에 함께 일하던 한태호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 3시 30분에 함께 영화관람 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작년에도 두어 번 함께 영화를 본 일도 있는데 무슨 영화냐 물으니 우연의 일치란 말을 이런 때 필요하듯 바로 <위대한 개츠비>라 하였다. 집 근처 씨네시티에서 상연시간 10분 전에 만나서 내가 금방 마친 후기를 읽어 주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보았다면 조금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츠비 역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는데 그가 출연했던 <타이타닉>이나 <로미오 줄리엣>같은 이전 출연 영화의 배역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개츠비 역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연기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신인을 기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설에서 개츠비가 30이 조금 넘은 젊은이였는데 영화에서는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디카프리오(39살), 아쉬움이 많았다. 김욱동교수의 번역본에 개츠비가 닉 켈러웨이에게 말끝마다 '형씨"라는 호칭을 붙여 퍽 어색하였는데 원문에는 'Old sport'이니 차라라 '형씨'보다는 '친구'정도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였다.

 

데이지가 남편 부케년이 다른 여성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알지만 그의 재산 때문에 자신의 어린 딸을 보여주면서 개츠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I hope she'll be a fool- that's the best thing a girl can be in this world, a beautiful little fool. 여자가 세상을 편하게 살려면, 아름답고 귀여운 바보가 되는 게 좋아"라 했던 데이지,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살인을 저질렀으나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옛 연인 개츠비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죽음에 이르렀으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고 조화조차 보내지 않은 다음 바람둥이 남편을 따라 도망치듯 사라지는 데이지 역으로는 케리 멀리건이다.

 

"개츠비 당신은 빌어먹을 인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 하며 개츠비의 죽음에 슬퍼하고 사랑의 환상과 배신 그리고 타락한 동부도시 뉴욕에 환멸을 느끼며 고향으로 떠나는 닉 켈러웨이역은 토비 맥과이어이며 그런 데로 배역을 잘 해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서 소설 속 인물을 가장 잘 연기한 배역으로 톰 부케넌역의 조엘 에저튼을 꼽는다. 왕년에 명문 예일대학교 미식축구선수에 넘쳐나는 재산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모든 욕망을 다 채워보는 남자로 나오는 부케넌 역으로 얼굴표정 연기와 오만한 태도 등이 가장 어울린 연기였다고 보았다. 더구나 그는 아내의 옛 연인인 개츠비로부터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가 많지 않았느냐고 힐난을 받자 “Once in a while I go off a little adventure, but I always come back, in my heart I love her all the time.”라고 태연히 맞상대 한다.

 

아내가 교통살인으로 곤경에 빠진 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남의 손을 빌려 J. 개츠비를 죽게 하고 자신의 아내도 꼼짝 없이 옭아 매어두는 용의주도함을 보인 인물이다. 또 이 영화에서 볼 만한 눈요기로 토요일마다 개츠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화려하고 현란한 파티 장면들이다. 아마 이 영화의 감독 바즈 루어만이 이전에 <댄싱 히어로>와 <물랑루즈>를 감독하였기에 이런 연출대목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한다.

 

또 내 눈에 들어 온 장면으로는 영국 런던시내에는 Black-cap이라는 역사 깊은 영업용 택시가 있으며 뉴욕시에는 Yellow-cap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 뉴욕을 다녀 온 기념으로 자석이 붙은 작은 모형의 노란 택시를 사 온 일이 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는 그냥 택시라고만 되어 있으나 영화에서 데이지 집에서 닉 켈러웨이가 자기 집으로 돌아 올 때 호출한 택시가 노란색으로 바로 Yellow-cap이었다.

 

이 Yellow-cap이 약 백 년 전에도 뉴욕에 있었다는 셈이다. 서울에는 영업용 택시로 주황색으로 어디선가 "꽃담황토색"이라거나 "해치택시"란 표현을 보았는데 나는 그런 데로 괜찮은 서울 택시의 색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왕이면 우리 정서에 맞고 외국인들도 부르기 쉬운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Can't repeat the past? I'm going to fix everything just the way it was before,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 아니 옛날과 똑 같이 돌려놓겠어."라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는 개츠비는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비명에 사라지지만 이 소설이 오랜 세월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J.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미국인들의 가슴에 위대한 가치로 받아 들여 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하였다.

 

영화 관람으로 소설 속의 이미지들이 일부분 훼손되기도 했으나, 한편 영상에 의한 이미지 강화부분도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영화 관람에 초대해준 한태호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