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

깃또리 2019. 6. 27. 10:30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

이상빈, 글랜 스와포드 지음

잉크

2013. 05. 22.

 

 

오래 전에 같은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서가를 뒤져보니 지은이가 이상빈, 이브 로스만 샤인으로 공저자 중 한 사람 즉 한국 사람은 같고 외국인은 다르다. 이상빈씨가 외국인 두 사람과 각각 책을 쓴 셈이다. 이상빈의 약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제1회 입법고등고시, 제19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미국 명문인 코넬대학교 경제학 석사, 뉴욕대 경영학 박사로 다양하고 화려하다. 더구나 조깅, 등반, 지리산 당일 종주, 철인삼종경기 참석 등 체력도 수퍼 맨 급이다. 그러나 입법고시란 게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그리고 기술고시까지는 알고 있었는데...그런데 아직도 고등고시라는 말을 하는가 궁금하다. 하여튼 이 책은 소위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의 제 2편인 셈이다.

 

외국인 공저자들도 영어학 전공에 법학박사 그리고 영문학과 졸업에 영어 수사학과 영어 작문으로 석사를 취득한 사람들이라 영어에 정통한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1권이라 할 수 있는 <창피모면, 굴욕예방 영어상식 99>을 2~3년 전에 읽었던 기억에 서가에서 꺼내 표지를 열어보니 2007년 7월에 읽었다. 어언 6년이 흐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의 세월은 2~3년이지만 실제 경과 세월은 6년이니 뇌가 인지하는 시간보다 두 배가 빠르다는 말도 된다.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 같은데 세월의 흐름이 무상하다. 인간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으니 일단 순응하며 그 하나의 방편으로 이렇게 읽은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기억을 갈무리 해 본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을 독서후기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왜나면 콘텐츠 자제가 암기를 전제로 하는 단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느낌이고 정리가 필요 없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읽어보면 되는 책일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말했듯이 다시 고백하건 데 나는 독서후기에 단단하게 강박관념이 빠져서 어떻게 하든 후기를 쓴다.

책을 열면 이상빈의 머리말 다음에 공저자 Glen Swafford의 영문으로 된 서문이 나오는데 조금 재미있는 부분이 보인다. 그가 14년 전 한국에 당도하여 영어 학원선생을 할 때 보다 학생들의 실력이 월등히 나아졌다 하며 한국인들의 영어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면서 Konglish는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자신이 처음 들었던 콩글리시 중에서 술을 많이 마신 다음 한국인들이 의례 사용하는 이야기 'Cut the film'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뿐만이 아니라 이 표현을 좋아 한다고 하며 몇 콩글리시는 꽤 시적이면서 표현력이 풍부하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Konglish can sometime be quite poetic and expressive.”

그러나 원어민들이 알아듣기는 하지만 절대 사용하지 않는 말의 대표적인 경우가 'Very Terrible'이라 하였다. 원어민들은 'very bad' 또는 'terrible'을 쓴다는 말이다. 책 본문에도 나와 있으며 영어에서는 '극단 형용사'또는 '비교변화를 하지 않는 형용사 non gradable adjective'라는 게 있어 이를 강조하는 부사 very는 쓸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런 표현에 원어민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기왕 내친 김에 이 종류의 형용사를 열거하면...

 

exhaust, ancient, awful, brilliant, essential, excellent, fascinating, filthy, freezing, furious, gorgeous, hilarious, huge, miserable, starving, terrible, terrified, wonderful.

즉, 아주 좋다고 하여 'very wonderful!' 은 안 된다는 말이다.

 

생각보다 꽤 많을 뿐이 아니라 까닥하면 실수 할 단어들이라서 이제는 가급적 very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닌 가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하긴 우리말에서도 예를 들면 요즘 '너무'라는 말을 남용하여 내 개인생각으로도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강조나 감탄의 의미로 '너무'를 반복까지 하여 '너무 너무 좋다' '너무 너무 기쁘다'라고 하는데 사실 너무는 긍정의 의미와 어울리지 않는 약간 부정적인 경우에 사용하는 부사어로 자연스런 말이다. 즉 '너무 많다' '너무 빠르다'의 경우에서 많아서 꼭 좋은 경우가 아닐 때, 빨라서 좋을 경우가 아닐 때 적당하다. 그런데 지금은 긍정의 강조로 쓰는 걸 당연시 하여 어색하게 들리기도 하고 약간 '호들갑스럽게' '천박하게'까지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영어 이야기를 하다 엉뚱하게 우리말 이야기가 길어졌다.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총 99개의 소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참고로 큰 제목만 덧붙여 본다.

 

Chapter. 1. 이런 말 영어로 그대로 쓰면 창피해

2. 영어는 우리말과 다르니까 조심해

3. 비슷해 보인다고 바꿔 쓰면 곤란해

4. 은근히 잘 틀리는 이런 실수도 예방해

5. 이런 용법 알아두면 영어가 든든해

6. 작문할 때 이런 점을 명심해

 

영어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