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고흐를 만나다>를 읽고...

깃또리 2018. 12. 7. 12:30

<고흐를 만나다>를 읽고...
글 노경실/ 번역 문혁진/ 시 메릴인 챈들러 맥센타이어
가치창조
2015. 01. 11.


 일주일 전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가 영화<국제시장>을 보러 가자고 전화를 했다. 나는 이미 보았다고 했더니 다시 두 번 보면 안 되겠느냐고 하여 그렇다고 두 번 보기도 뭐해 후배 마음을 돌리려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영화 대신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그림 전시회로 용산 전쟁기념관의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이었다. 후배가 승낙하여 약속을 하여 삼각지 지하철역에서 함께 내려 기념관 로비에 들어서자 줄이 제법 길었으나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도 많아 곧 입장하였다. 사실 나는 이전에 열렸던 전시회들만 생각하고 고흐의 유명 작품 몇 점을 필두로 4~50여 점의 유채화와 스케치 등이 전시되는 줄 알았으나 막상 들어가 보니 실제 그림 전시가 아니고 고흐의 그림을 주제로 한 대형 영상전시였다. 고흐의 그림에 큰 관심이 없었던 후배에게 내가 아는 데로 작품을 소개하고 함께 구경하고 나오긴 했지만 약간 속은 느낌이 들었으나 내가 사전 알아보지 않고 간 탓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살다보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고 기왕에 전쟁기념관에 왔으니 무료입장하는 전시물을 보기로 하였다. 나와 후배는 맥아서 장군에 관한 글도 읽고 밀랍인형 그리고 그의 유품 전시물도 보았으며 9.28 서울 수복 당시 서울 시청 앞 태극기 게양 흉내도 내보는 등으로 그날 나들이의 아쉬움을 벌충하였다.


 오늘 일요일 마침 그날의 허망한 <반 고흐 10년 기록전>생각이 떠올라 내 서가에서 이 책<고흐를 만나다>를 다시 꺼냈다. 2010년 구입하였으나 작년에 비닐 포장지를 벗기고 열어 보았더니 책이라기보다는 화집에 가까워 약간 실망 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 다시 꺼내보니 그때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하늘의 뜬 구름처럼 변하기도 한다. 이를 거울삼아 내 주변의 다른 사람의 변심을 굳이 문제 삼지 않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지금 이 그림책에 호감을 갖는 이유로는 사진이 선명하여 원화를 보는 것보다 더 밝은 느낌이며 그림마다 곁들인 고흐의 짧은 글들이 다시 읽으니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이 조금 색다르다. 고흐가 그린 그림 중에서 1887년부터 1990년 그가 죽기 직전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의 작품 22점을 대강 시대 순으로 하여 페이지 꽉 차게 일부부분을 확대하여 실었다. 다음 페이지에는 그림 제목 아래 그림과 관련 있는 고흐의 글을 짧게 실었고 아래엔 노경실 작가가 역시 해당 그림과 관련한 글을 실었다. 세 번째 페이지는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라는 시인의 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으며 번역은 문지혁이란 사람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해당 그림을 실었는데 그림 아래에 제목과 작품제작 년도와 현재 소장된 장소가 나와 있어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2점 중에는 주로 잘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들이 포함되었다. <반 고흐의 침실>, <씨 뿌리는 사람들>, <아이리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테라스>, <까마귀가 나르는 밀밭> 등이 그렇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일은 <해바라기> 그림이 한 점도 없는 점이다. 해바라기 그림 중에 특히 14송이 해바라기는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 누구나 좋아하는 그림이다. 고흐가 그린 그림은 숫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그림마다 풍부한 설명이 가능하여 감상자들은 제 각기 선호하는 그림이 다양하며 한 권의 책에 이 정도 선정한 수준은 대체로 훌륭한 편이라 생각한다.

 책 제작은 ‘The Color of Light’라는 부제 비슷한 문구가 곁들여진 하드커버 표지와 속표지가 고흐가 좋아하였던 노란색으로 만들어 고흐 관련 그림책으로 어울리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맥앤타이어의 시는 감흥이 일지 않고 관련 그림과도 동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고흐의 편지도 틈틈이 읽고 그림에 대한 해설도 찾아 읽은 덕분인지 오히려 고흐가 쓴 짧은 글들에서 더 친근감이 들고 다시 읽어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흐가 그림만 열심히 그린 사람이 아니고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의 소설가들의 글을 읽었기 때문에 고흐가 쓴 짧은 글 속에서도 깊이가 감지된다. 예를 들면 <노란 하늘과 태양이 있는 올리브 숲>이란 그림에 관련한 고흐의 글은 이러하다. "그리스도는 모든 예술가들 중에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서,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예술가는 조각도, 그림도 그리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말을 통해 코로 숨 쉬는 사람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고흐의 삶을 추적해보면 그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도 않았으나 항상 성경을 곁에 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목사였고 자신도 한 때는 전도사로 잠시 일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보다 성경을 통하여 또는 작가들의 글을 통하여 세상의 선과 악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나는 고흐의 어떤 그림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단지 시기별로 특정의 그림에 관심을 두었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정초 즈음에 어떤 은행 달력에 나온<씨 뿌리는 사람들>을 처음 보고 고흐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하여 20대 시절에는 <해바라기> 그림을 좋아했으며 30대쯤에는 <자화상>들을, 40대에는 한동안 <아이리스>를 좋아하여 내가 매일 점심을 하는 식당에 <아이리스> 복사본 그림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기도 하였다. 50대 언저리엔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중에서도 특히 교회가 보이는 <별이 빛나는 밤>과 <밤의 카페 테라스>를 좋아하였다. 지금은 모두 다 좋아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고흐가 간질병이 발작하여 생 레미 정신병원에 지내는 동안 창문 밖에 보이는 <아이리스>를 그렸다는 사실은 이번 책을 보고 알았다. 구금상태와 다름없는 처지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예전과 달리 그림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아이리스>에 덧붙여진 고흐의 글은 이러하다.
 '이곳 병원의 의사들은 나에게 있었던 일이 일종의 간질성 발작이라고 진단을 내린듯하다. 그러나 나는 의사들에게 자세히 물어 보지는 않았다. 요즘은 두 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라색 아이리스 그림과 라일락 그림인데 모두 병원에서 얻은 소재다.

 책 마지막에 이 책을 쓰기 위한 참고 서적이 <반 고흐의 비밀, 문국진>,<반 고흐 VS 폴 고갱, 브래들리 콜린스>,<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내 친구 빈센트, 박홍규>,<반 고흐, 태양의 화가, 파스칼 보나프>,<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주현>이다. 여섯 권 중에 앞에서 네 권은 읽었고 두 권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시간이 되면 찾아 읽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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