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북경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Peking> 을 읽고...

깃또리 2018. 11. 22. 09:35

<북경에서 온 편지, Letter from Peking> 을 읽고...
저 자 : 펄 벅/ 역 자 : 오 영 수
출판사: 지성문화사

 

 

 

 전에 한 번 읽었으나 워낙 오래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책장에 꽂힌 <북경에서 온 편지>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저자 펄벅(Pearl Sydensticker Buck 1892.6~1973.3)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출생하여 생후 일 년이 안 되어 장로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살다 18살 때 미국에 돌아와 랜돌프 매콘 여자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다시 중국으로 갔다. 중국의 농업연구 권위자인 존 로싱 벅과 결혼하여 딸을 낳았으나 정신박약아였고 1927년 일본군의 남경 침공으로 가족이 몰살위기를 맞는 남다른 사건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미국인으로 중국에 살면서 이념, 종교, 관습으로 인한 갈등에 깊은 관심을 가져 창작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후일 술회하였다.

 

 그녀의 대표작은 1938년 미국 여성작가로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게 만든 "대지" 3부작을 비롯하여  "동풍 :서풍" "아들들" "분열의 집" "어머니"  아버지의 전기에 해당하는 "싸우는 전사들" 어머니의 전기 “어머니의 초상"  그리고 자기의 자서전 "나의 가지가지 세계" 가 있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아 금강산을 여행하고 우리나라 혼혈아를 다룬 소설 "새해"를 썼으며 1967 년에는 많은 사재를 기부하여 사생아 구호사업에도 힘썼다.  또 한국 방문기간 중에 자기 이름을 "박진주"라 불러 달라는 등 한국에 각별한 사랑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북경에서 온 편지>는 회고 형식을 빌려 쓰여져 마치 자서전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소설의 주인공이 마치 작가 펄 벅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 엘리자베드와 중국인과 미국인의 피가 반반인 제랄드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가 오랜 시절 특히 사고의 형성기인 유년시절을 동양 문화권의 중심인 중국에서 보낸 영향으로 참고 기다리는 인종의 부부애를 주제로 하였다. 격변기에 중국에 머물기로 결정한 남편을 남겨두고 홀로 미국에 돌아와 아무 능력이 없는 시아버지를 일부러 찾아내 모시고 산다거나 남편의 첩에 해당하는 여성으로부터 남편과 사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받고 승낙 하는 대목 등은 너무나 작위적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소설 후반부에 제랄드가 엘리자베드를 만나기 위해 탈출하다 암살당하는 장면에서 엘리자베드의 기다림과 믿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기다림의 미학이 아름답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동양 여성에게 강요되기도 하는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가 나타나며 결국 헌신적인 양보와 기다림이 가치 있었음을 절묘한 스토리 전개로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으로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파괴되는 위기의 시대에 엘리자베드의 순수한 사랑이 더욱 돋보인다. 미국 버몬트 주의 계곡에 자리한 집 주변의 수려한 풍광묘사와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노벨 수상작가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과 함께 아래 인용한 부분은 그 일부분으로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다.

 

 "나는 새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소유물에 정을 들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정들인 것에 싫증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아끼는 접시를 잃거나 깨졌을 때마다 생활의 일부분이 안타까이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나는 노란 선을 두른 파란 중국산 그릇을 사용했습니다.  아, 그런데 씻을 때 그것이 손에서 미끄러져 설거지통에서 산산 조각이 나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아끼던 그 그릇들을 차마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들을 주워 모아 문 앞에 사과나무 아래에 고이 묻었습니다."

 

* 책 뒷장에 적힌 이 책의 찬사를 옮겨 보았다.

 

A compelling international love story

"Letter from Peking," a novel by Pearl S. Buck, is narrated in the first-person by its main character, Elizabeth MacLeod. Her narration begins from her home in rural Vermont in 1950. Elizabeth has been separated from her husband, Gerald, due to the political upheaval in China; he has remained in China to attend to his duties at a university. Gerald is the son of a Scottish-American and a Chinese woman.

As the novel unfolds, Elizabeth reflects on her past life with the absent Gerald. She also tells the story of her ongoing relationships with her and Gerald's son, Rennie; with Gerald's elderly father; and with other people in her life.

 

"Letter" is a fascinating look at how international political forces can act like a "tidal wave," affecting families profoundly. The book is also an intimate look at a marriage from a woman's perspective, and a compelling study of a biracial young man (Rennie) who is struggling with his dual heritage while making the passage to manhood. There is also an element of political intrigue and danger, although the focus of this book is family relationships and emotions.

 

Although the dialogue is occasionally a bit stiff, overall I was very impressed by the subtle artistry of Buck's prose. She has an eye for details: an old man's dragon-headed cane, the birth of a calf, "arching maple trees blazing with autumn fire," etc. At its best she attains a delicate, economical poetic prose. This is a fine novel by a writer who, in my opinion, deserves more attention.

 

 

 

* 펄 벅 여사를 감동시킨 한국 농부의 마음

 

장편소설 대지(大地)1938년 노벨 문학상을 탄 펄벅(Pearl S. Buck, 1892~1973) 여사가 1960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우선 여행지를 농촌마을로 정하고 경주를 방문하던 그녀의 눈에 진기한 풍경이 발견됐다. 그것은 황혼 무렵, 지게에 볏단을 진 채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가던 농부의 모습이었다. 펄벅은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실어버리면 아주 간단할 것이고, 농부도 소달구지에 타고 가면 더욱 편할 것인데~ 라고 생각하고...펄벅이 통역을 통하여 농부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왜 소달구지를 타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에이, 어떻게 타고 갑니까...

저도 하루 종일 일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일했는데요.

그러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서양의 농부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소달구지 위에 짐을 모두 싣고, 자신도 올라타 편하게 집으로 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 주고자 자신의 지게에 볏단을 한 짐지고 소와 함께 귀가하는 모습을 보며 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펄벅 여사는 따지 않은 감이 달려있는 감나무를 보고는 따기 힘들어 그냥 두는 거냐고 물었다가 까치밥이라 해서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 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바로 이거에요. 내가 한국에서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고적이나 왕릉이 아니었어요.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라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펄벅 여사가 감동했듯이 감이나 대추를 따더라도 '까치밥'은 남겨 두는 배려를 하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우리 선조들은 씨앗을 심어도 셋을 심었다. 하나는 하늘(), 하나는 땅(벌레)이 나머지는 내가 나눠 먹겠다는 뜻에서였다. 이렇듯 씨앗 하나에도 배려하며, 소의 짐마저 덜어 주려는 농부의 마음과 보잘 것 없는 새들을 위해 까치밥을 남기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펄벅 여사가 정말 사려 깊고 심성이 고운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 펄벅여사와 케네디 대통령 이야기

 

케네디 대통령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펄벅여사를 백악관에 초대하였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국민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함께 했다 한다. 여기서 케네디와 펄벅이 나눈 대화는 펄벅여사가 얼마나 한국에 대하여 많이 알고 사랑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여기서 펄벅이 쓰고 있다고 했던 소설은 나중에 <살아 있는 갈대>란 제목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당시 한국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던 케네디는 한국은 골치 아픈 나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우리 미군을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이전처럼 일본이 통제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펄벅여사가 한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말에 무심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펄벅은 미국의 대통령이면서 이렇게 한국의 정치와 역사에 대하여 무지한 것에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다. “당신은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 한국사람이 얼마나 일본사람들을 싫어하는지 모르고 그런 심한 말을 하십니까? 지금 당신의 말은 미국이 다시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로 돌아가란 말과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하며 펄벅은 퍽 화를 냈다 한다. 하긴 지금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가 러시아의 어느 도시인 줄 알고 있었다는 말이 그의 측근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진정으로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펄벅여사와 같은 미국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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