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호모 데우스, Homo Deus>를 읽고...

깃또리 2018. 7. 16. 15:54

<호모 데우스, Homo Deus>를 읽고...

유발 하라리/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18. 05.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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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본문만 544페이지에 옮긴이의 <후기> 6페이지 그리고 <참고문헌> 소개가 무려 45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책이다. 전작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 인류라는 주인공의 지나온 과거 이야기이고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에서 다루는 시간의 단위가 보통 몇 백, 몇 천 년이 아니라 몇 만, 몇 십억 년이다 보니 시간 개념에 실감이 나지 않고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고 지구를 지배하여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지능이 뛰어나다는 인간은 또한 가장 잔인하여 그 동안 이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을 멸종시키고 지금도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저자의 글을 읽으면 더욱 충격적이다. 더우기 멀리 되돌아가지 않은 시기에 호주의 태즈매니언의 멸종 이야기 중에 마지막 태즈매니아인의 박제 이야기는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 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멸종까지는 아니지만 북미 인디언, 남미 잉카족, 아즈테카 족들은 살육과 강제 이주를 당하고 본래 자신들의 비옥한 땅을 빼앗기고 이제는 척박한 땅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지내는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작 <사피엔스>가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으나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는 다른 나라 보다 높았던 것 같다. 왜냐면 이 책의 <서문>은 <다시 한국의 독자들에게>이며 책 여러 페이지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예로 들었으며 여러 차례 언급하였고 심지어 북한의 김정은도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유발 하라리씨가 이 책을 쓰기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나하여 검색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2016년 4월 출판사의 초청으로 서울에서 특별강연을 하였다. 아마 당시 출판사와 독자들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은듯하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나라 독자들에 대한 배려로 곳곳에 대한민국을 거론한 것 같다.

 

서문 첫 문장은 이러하다. "<사피엔스>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신, 인권, 국가, 또는 돈에 대한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이 행성을 정복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이 책 <호모 데우스>에서는 우리의 오래된 신화들이 혁명적인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검토할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21세기에 인간이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할 거라는 예측으로 시작했다. 이 예측은 그리 독창적인 것도 대단한 선견지명도 아니다. 그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전통적 이상들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인본주의가 인간의 생명, 감정, 욕망을 신성시한 지 오래되었음을 고려하면, 인본주의 문명이 앞으로 인간의 수명, 행복, 힘을 극대화하려 할 거라는 점은 불을 보듯 훤하다."라는 문장도 뒤에 나온다.

 

이 앞 문장에서 소위 저자가 말하는 '상상의 집단신화'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종교'를 제외하였는데, 아마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개신교 기독교의 교세가 왕성하기도 하고 편협하기 때문에 저자가 <사피엔스>에서 수없이 언급햇던 '종교'를 뺀듯하다. 아니면 저자는 신, 인권, 국가, 종교라 했으나 번역과정이나 또는 출판사의 편집과정에서 제외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출판사도 책이 팔려야 하기에 민감한 다수의 독자들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을 피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 중에 "전통 종교들은 자유주의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성경은 유전공학, 인공지능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대부분의 신부, 랍비, 모프티는는 생물학과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일어난 최신 발견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발견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다른 도리가 없다. 고대 문헌을 외우고 그 내용에 대해 논쟁하는 대신, 과학 논문을 읽고 실험하는 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종교 지도자 특히 신을 믿는 사제들 그리고 절대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뼈아프게 들리는 내용이지만 귀를 막고 지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귀에 경읽기가 될 것이다.

 

500페이지 되는 두꺼운 책을 간단히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아서 일단 책의 목차를 적어본다.


서문격인 <인류의 새로운 의제>

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들을 간단히 요약해보았다.

인류의 행복을 다루면서 결국 인간의 생물학적 행복은 쾌감이며 쾌감은 일시적으로 존재 했다가 곧 사라지므로 인간의 행복추구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에피큐로스는이미 2300년 전 설파했으며 그보다 200년 전 부처는 쾌락 자체가 인간의 고통의 근원임을 알고 행복 또는 쾌락추구에서 벗어나는 일이 인간의 길이며 마음 수련의 길임을 알았다. 저자는 젊은 유대인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동양의 불교에 대한 식견과 이해가 높다. 저자는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쳐 약 300년 전에 인본주의 혁명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인본주의는 특히 서양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나 이 인본주의가 어떻게 세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지구의 황폐화로 이끌었는지를 설명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인본주의, 인본사상이라면 퍽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반대로 이 인본주의로 말미암아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학대받았으며 가혹하게 상대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였다. 결국 다시 말하면 저자는 표현은 다르고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지만, 모든 살아 있는는 중생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불교적 사상이 훨씬 가치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인류세> 충적세, 홍적세 등에 비교되는 표현으로 이 부분의 글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지구에 40억년 전에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했으며 그 동안 기후변화, 지각판 운동, 화산폭발, 소행성충돌 같은 자연현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나 근본적인 자연규칙은 바뀌지 않았다 하였다. 참고로 '인간세'와 관련하여 지질 구분은 크게 1. 은생이언 2. 현생이언 으로 나누고 현생이언은 다시 1. 고생대 2. 중생대 3. 신생대로 구분하며 가장 가까운 신생대는 1.팔레오세 2. 에오세 3. 마이오세 4. 플라이오세 5. 홍적세 6. 충적세 로 나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지금은 현생이언/ 신생대/ 충적세 인 셈이다. 가장 가까운 홍적세 만해도 250만 전이고 현재의 충적세도 1 만전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인류인 사피엔스의 출현으로 지구 생태계를 크게 간섭되어 지구에 끼친 영향은 그 어떤 자연현상보다 심각하고 영향이 컸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여 저자는 인류세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저자는 인간과 지구상의 다른 동물을 비교하는 내용의 글을 여러 페이지에 실었다. 주요 내용은 인간만이 지성과 감정을 지닌 동물이 아니고 말, 돼지 심지어 쥐에게도 동료와 가족을 보호하려는 감정이 있으며 결국 신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고 인간은 이 세상을 지배하고 다스리라고 했으나 이는 전적으로 잘못이라 했다. 무신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신이란 애초에 없었고 앞에 말한 내용 자체가 성립불가한 말이다. 즉 성경이나 코란 등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끼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며 지구 황폐화의 많은 책임이 저자의 주장처럼 이런 종교적 교리와 연결되는 인본주의에 있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지금까지 수천수만 년 동안 인류가 저지른 잘못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뿐이므로 마침내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 받들던 신의 자리에 앉게 되리라는 우울한 예측을 하고 있다.


 더구나 인간의 한없는 탐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대세계는 개인과 집단이 경주로 인한 긴장과 혼돈에도 불구하고 경주를 그만두지 않게 되어있다. 즉 현대세계는 성장을 지고의 가치로 떠받들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모든 희생과 위험을 감수한다. 집단 수준에서는 정부, 기업, 조직이 성장의 관점에서 성공을 평가하고, 평형 상태를 마치 악귀인 양 두려워하도록 부추긴다. 개인들에게는 소득과 삶의 척도를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고 세뇌한다. 현재의 조건에 꽤 만족한다 해도 당신은 더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제의 사치는 오늘의 필수품이 된다. 전에는 방 세 칸짜리 아파트와 자동차 한 대 그리고 데스크탑 컴퓨터 한 대로 잘살 수 있었다 해도, 지금은 방 다섯 칸짜리 집과 두 대의 자동차 그리고 아이팟, 테블릿 피씨, 스마트폰이 세트로 필요하다. 개인들이 더 많이 갖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인간은 탐욕에 쉽게 물든다. 문제는 국가와 교회 집단적 제도가 이 새로운 이상에 동조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수천 년 동안 사회는 개인의 욕망을 억제해 어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파이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던 때에는 사회 화합을 위해 그 욕망을 제어해야 했다. 욕심은 나쁜 것이었다. 그런데 근대에 와서 세계가 거꾸로 뒤집혔다. 근대는 인간집단에게 평형 상태가 혼돈보다 훨씬 더 무섭고, 탐욕은 성장의 원동력이므로 선한 힘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더 많이 원하라고 사람들을 부추기고, 탐욕을 억제하던 오래된 규율들을 없애버렸다. 그 결과 생겨난 불안을 상당 부분 달래준 것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였다. 이 이데올로기가 이토록 인기를 얻게 된 한 가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 사상가들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말을 반복한다. '걱정 마,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 자본주의는 이런 식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우리가 어디로 질주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탐욕과 혼돈의 시스템을 신성화했다."

 

'탐욕과 혼돈의 시스템을 신성화 했다'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렇다. 이 시대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악한 자본주의 생산자들의 꾀임에 끌려 과소비가 늘어나고 내일이 없는 환상만이 난무한다. 가까운 예를 들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남용되는 비닐포장지와 일회용 물품들이 이제서야 뜻있는 사람이나 단체들로부터 주목되고 있으나 퍽 늦은 감이 있다. 또한 먹고 마시는 음식이나 음료도 과용 소비되고 있다. 어느 결혼식장의 뷔페 식당에서 경험한 경우로 음식 가지 수만 해도 50가지가 넘었으며 과연 이런 음식이 다 소비되는지 남게 되는 음식은 어디로 가는지? 아마 상당부분이 남아서 음식 쓰레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주위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다. 이런 문제에 관련하여 세상은 크게 세 부류의 사람들로 나뉜다. 첫째, 지금까지 인간의 지혜로 과학이 발전하여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으니, 지금 걱정하는 문제도 언젠가 누군가가 다 해결할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둘째, 이런 문제를 왜 걱정하느냐, 내가 살다 세상을 떠나면 된다. 아마 어떻게 되겠지. 셋째 앞에서 내가 걱정하듯 지금의 상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어야 하나? 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하여 명쾌하게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문제이다. 

 

* 마침 이 후기를 다시 읽어 보는 중에 조선일보 2018년 5월 31일자 기사에서 관련된 내용이 있어 덧붙였다.


지구의 주인은 식물로 확인됐다. 무게로 따지면 열에 여덟이 식물이었다. 하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생물은 인간이었다. 지구 생물량의 0.01%밖에 차지하지 못했지만 야생 포유류 83%를 멸종시켰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론 밀로 교수 연구진은 지난 21일 국제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수백 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지구에 있는 생물의 총량은 5500억t이며, 그중 식물이 82%인 4500억t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생물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탄소를 기준으로 생물량을 계산했다. 식물 다음으로는 박테리아가 700억t(13%)으로 가장 많았다. 동물은 20억t이었으며, 그중 인간 76억명이 6000만t을 차지했다.인간의 생물량은 남극에 사는 크릴이나 흰개미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이 지구 생물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야생 포유류는 인류가 농업을 하기 전보다 6분의 1로 줄었다. 해양 포유류도 고래 남획 등으로 인해 5분 1밖에 남지 않았다. 식물도 절반이 멸종했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6500만 년 전 공룡을 사라지게 한 제5의 대멸종에 이어 인류에 의한 제6의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지구에 남은 것은 인간과 가축이었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현재 육지 포유류의 60%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이고 36%는 인간이라고 밝혔다. 야생 포유류는 4%에 지나지 않았다. 새도 마찬가지다. 70%가 닭이나 오리같이 인간이 키우는 가금류(家禽類)였고 야생 조류는 30%에 그쳤다.연구진은 전 세계의 생물량을 알아보기 위해 지구의 다양한 곳을 관측한 인공위성 원격 탐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와 함께 DNA 해독 정보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미생물의 양을 추정할 수 있었다. 밀로 교수는 "사람들이 이번 결과를 보고 인류가 지구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기 바란다"며 "육류를 덜 소비하는 식의 식습관 변화가 동식물의 서식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