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산방한담, 山房閑談>을 읽고...

깃또리 2018. 5. 31. 12:37

<산방한담, 山房閑談>을 읽고...
법정
샘터
2017. 12. 10.



 처음 읽은 <말과 침묵>은 대개 1970년대 글이고, 두 번째 <영혼의 모음>은 1969~1972년에 쓰신 글이며, 세 번째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은 1882~1887년이다. 이 책 <산방한담>은 1970년 후반에서 1883년 초까지 신문과 잡지에 실었던 칼럼이다. 네 권까지 읽다보니 언뜻 보면 엇비슷한 내용을 반복하여 읽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좋은 글은 여러 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아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생각으로보다 읽고 또 읽었으며 수양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쉬엄쉬엄 읽었다. 산방한담은 말 그대로 산속의 작은 방에서 한가롭게 쓴 글로 강원도 ‘수류산방’ 또는 ‘수류화개실 水流花開室’에서 썼다 한다.


 <우리들의 얼굴>이란 소제목에서 ‘얼굴’은 원래 ‘얼골’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의 ‘얼’ 즉 ‘정신’이 깃든 곳이며 한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드러낸다고 하였다. ‘사람의 얼굴에서 신의 모습을 본다.’라는 말도 있다 하는데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본디 없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규정하고 확인 할 수 없어 인간은 종교를 만들고 종교의 중심에 신을 세웠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얼굴에서 신을 본다는 말은 지극히 인간중심이고 참된 종교적 발언이라고 본다. 세계는 바야흐로 종교로 인해 자기의 신을 위해 무참한 살육을 서슴치 않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차라리 종교와 신이 없는 세상이 훨씬 평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불교, 기독교를 비롯하여 모든 종교에서 그 종교의 중심인 석가모니, 예수 그리스도, 마호멧보다는 그들의 외침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종교는 대부분 현란하고 공허한 설교와 설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고 휘황찬란한 성당, 교회, 사찰 그리고 엄숙한 의례와 광란의 종교 행사로 대중을 현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적다보니 종교의 부정적 부분을 너무 강조한듯하다. 다수의 종교, 종교인들이 선한 행동으로 이 어지러운 세상에 등불이 되려고 노력하는 경우를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다.


<종교와 자유정신>에서 법정스님은 자연의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 했다.


<어떤 수행자>에서 수행자들의 걸식에 대한 이야기로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에서 가장 이름이 자주 나오는 ‘아난다’와 ‘마하가섭’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난다는 부잣집에 들어가 걸식을 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 먹기도 힘들 테니 그렇게 했다 하며 가섭은 일부러 가난한 집만 골랐는데 그 이유는 전생에 복과 덕이 부족하여 가난하기 때문에 현생에서 복과 덕을 베풀어 미래의 가난을 덜어주려는 생각이었다 한다. 똑 같은 스승을 모시고 지내는 제자들이지만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또한 가섭은 부처님이 주신 옷을 기우고 또 기워 평생 누더기 옷 한 벌로 생을 마쳤다 한다.


<겨울 숲>
 법정스님은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얼마 정도는 따지 않고 그대로 둘 때가 많았다 한다. 그 이유로는 ‘나는 과일을 입으로만 먹지 않고 눈으로도 먹을 수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하셨다. 또 다른 이유로 배고픈 산새들이 쪼아 먹을 수 있도록 그대로 두었다 한다. 스님의 넓은 사랑의 한 표현을 말이나 글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한 예라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스님은 딸린 식구가 없고 애지중지해야할 물건이 없어 마음 내키면 집을 비우고 훌쩍 어디든 다녔는데 특히 제주도를 여러 번 들렸다 한다. 떠나는 목적을 이렇게 쓰셨다.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그 자체에 그 의미가 있다. 관계의 울타리에서 떠나봄으로써 자신의 실체를 보다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극히 쉽게 이해가 되는 말이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사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 즉 예를 들면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 총각이나 이혼이나 사별하여 혼자 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조차도 그러하고 결혼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혼자 떠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혼자 자유롭게 떠났다가 다시 돌아 와도 어색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아직은 조성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