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고...

깃또리 2018. 5. 10. 13:22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고...
미치 엘봄/ 공경희
세종서적
2017. 02. 26.


 한글판 초판 발행일자 1998년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해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왜 발행일을 다시 확인하느냐면 내 서가에 오래 꽂혀 있었고 페이지를 열면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으나 내가 구입해서 한 번 읽고 꽂아 놓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 책인지조차 알 수 없다. 다만 죽어가는 교수와 면담한 내용이라는 정도만 기억이 날뿐 다른 내용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은 이유는 나와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이 책의 영문판을 다섯 번 정도 읽고 녹음된 내용을 수도 없이 들어 테이프가 닳을 정도였는데 영어 말하기 실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다. 이 후배가 새로 만나서 살 여자 분들에게 이 책을 읽었는지 물었는데 어느 여성은 제목조차 모르고 있어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하여 실소를 감출 수 없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 영문판이 있나 서가를 훑어보았으나 같은 저자인 미치 엘봄의 <For one more day>,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은 있으나 <Tuesday with Mory>는 없다. 이 책은 내가 보기에 철저하고 치밀하게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의 기록으로 성공한 책이다. 이 성공의 바탕엔 자신의 죽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거리낌 없이 세상 사람에게 보여준 노교수의 용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책의 구성도 한 몫하고 있다. 즉, 저자 미치 엘봄과 모리 슈워츠 교수의 14번의 화요일 대담 내용과 중간 중간 미국 전역에 일어난 반인륜적인 사건들을 다뤄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또한 췌장암에 걸린 미치 엘봄의 동생 데이비드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죽음을 뒤돌아보게 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적으면서 왜 내가 이 글을 적는 가 되묻는다. 왜냐면 가끔 책의 후기를 쓰면서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술술 쓰여 지지 않을 때가 있어 어떤 때는 한 두 페이지 쓴 다음 며칠 후 다시 시작하기도 하는 등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걸려 읽은 책의 내용이 잊어져 아쉽고 둘째로는 후기를 쓴다는 생각을 하면 중요한 부분을 메모도 하면서 더욱 집중하기도 하는 장점이 있다. 또 후기를 쓰면 읽은 책을 보관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지고 모여진 후기를 훑어보노라면 다소의 성취감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을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야기가 한 참 빗나갔는데, 모리 슈워츠 교수는 러시아 이민자 아들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모피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 찰리는 무뚝뚝하였지만 가정에 충실하고 밤에 산책을 좋아했다. 몸이 허약했던 어머니는 모리가 8살 때 세상을 떠나고 다행히 소박한 외모의 루마니아 출신의 새엄마 에바는 가난을 벗어나는 길은 교육뿐이라는 신념으로 모리와 동생 데이비드가 공부에 전념하도록 뒷바라지를 하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밤에 동네 골목을 산책하다가 강도에게 지갑을 뺏기고 도망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맞았다. 그러나 모리는 역경을 딛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1979년 졸업한 다음 석, 박사과정을 마치고 매사추세츠 주 월섬시 브렌다이스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되었다. 교수가 되기 전 잠시 정신병원에 근무한 경험으로 유대인이었으나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불교에도 호감을 지녀 윤회사상에도 심취하여 자신이 죽어 가젤영양이 되고 싶어했다.


 한편 이 책을 쓴 미치 엘봄은 모리교수 밑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여러 제자 중에서 모리교수의 사랑을 많이 받은 학생 중 하나로 대학원 진학을 권고 받았으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학교를 떠났다. 미치의 졸업 논문은 <미국 풋볼이 대중에게 어떻게 종교나 마약이라 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가 되었나.>이다. 물론 이 논문의 지도교수는 모리교수였다. 피아니스트의 길에서 좌절하여 저널리즘 석사 취득 후 스포츠작가의 길을 걸으며 자유기고가로 두각을 나타내며 돈과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티비에서 옛 은사인 모리교수가 데드 코펠과 대담하는 프로그램에서 루게릭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키즈 루게릭 선수가 걸려서 잘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척추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지속적으로 파괴되어 근육이 위축되어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불명의 신경계통의 불치병으로 스티븐 호킹도 이 병에 걸렸다.

병원을 찾은 미치는 졸업 후 16년 만에 다시 만나 죽음을 앞 둔 모리교수로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첫째 날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받아들이는 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둘째 날
‘자기 연민’으로 자신을 용서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셋째 날
‘후회’ 즉 삶을 뒤돌아보며 잘못한 일을 반추한다. 동양의 사상가 공자님의 ‘일일삼성’을 떠올리게 된다.
넷째 날
‘죽음’을 긍정적으로 접근하여 삶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알게 된다. “죽게 되리란 사실을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다섯째 날
‘가족’은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최고의 가치이다.
여섯째 날
‘감정’을 잘 조절하고 특히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일곱째 날
‘노쇠’는 단순한 쇠락이 아닌 성장이다. 노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여덟째 날
‘돈과 물질’은 사랑의 대용품일 뿐이다. 삶에서 돈과 물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홉째 날
‘사랑’은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고,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죽음이다.
열 번째 날
‘결혼’은 가족을 구성하기 위한 필수사항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이 있을 때 삶이 완성된다.
열한 번째 날
‘문화창조’ 기존의 문화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열두 번째 날
‘용서와 화해’ 죽기 전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라.
열세 번째 날
‘죽음과 관계’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관계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리 교수는 열 네 번 째 화요일을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동, 서양 조금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게 되면 스스로를 다시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