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스크랩] 어느 Homeless

깃또리 2010. 8. 27. 21:56

어느 Homeless

2010. 08. 10.


궁금하기 짝이 없다!

우리 사무실 건물 맞은 편 담장 아래 땅바닥에서 40대 중반 되는 여성이 근 두 달 가까이 기거(?)하고 있다. 대개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어떤 땐 누워 있기도 한다. 처음 3~4일 지났을 때 직원 한 사람을 시켜 이유를 알아 보라했더니 근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수업료를 받지 못해 방세가 밀려 주인으로부터 쫒겨났다고 서툰 영어로 말했다 한다. 그래서 외모로 보아 핀리핀, 말레지아 사람인줄 알았다.

노숙이 길어지지 인근 주민들이 신고했는지 동사무소, 파출소 직원들이 두세 번 찾아와 자리를 옮겨주려고 설득도 하고 강요도 했으나 완강히 반대하여 그냥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몇 가지 사실들이 단편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풍문에 떠돌았다. 고향이 안동이라는 것, 국적은 한국, 혜화여고를 나왔다는 것, 그리고 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등등. 대부분 영어로 말하지만 답답하면 우리말을 하는 별난 버릇을 가진 사람이다. 체력이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혹서의 뙤약볕아래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며 오가는 차량과 행인들로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곳이며 가끔 술 취한 아저씨들이 행패를 부리는 것도 야근을 하는 사무실 직원들이 보았다 한다. 아침에 컵 라면을 먹는 것을 보았는데 가끔 김밥도 먹는다 한다. 그러나 컵 라면과 김밥으로 두 달 동안 견디는 것도 대단한 체력이다. 우리 사무실 야외 주차장에 가설된 수돗물을 받아 마시고 가끔 세수도 한다고 한다. 아 참, 대소변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다.

비오는 날에 곁에 있는 비닐로 덮어 놓은 몇 상자 되는 짐 꾸러기 안에서 우산을 꺼내    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비닐 옷을 입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걸 보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한 달 나 같은 사람은 보름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밤에 모기는 어떻게 하는지?

탈진하지 않고 태연히 앉아 있는 모습을 오늘 아침 출근시간에도 보았다.

야근하던 사무실 직원 이야기에 의하면 어느 날 언니인지 동생인지 나타난 여성이 이 사람을 데려가려 실랑이를 벌였는데 She is not my sister! 라고 소리 지르며 따라 가기를 거부했으나 억지로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갔는데 몇 시간 후에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한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이제는 동정심도 없이 단지 측은한 생각만 하고 있다.

이 여성이 요구하는 것은 큰 방이라고도 한다. 동 사무소인지 어디서 온 사람들이 방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작은 방이라고 거부했다 한다. 자신의 이 같은 처지에 작고 큰 방을 가릴 형편이 아닐텐데........이런 형편에 가끔 무슨 책인가도 보고 어느 땐 신문을 펼쳐보고 있으며 다리에 털도 제거하는 모습을 보고 아연하기도 하였다. 심리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이런 상태의 비정상인도 적절히 조치할 수 있는 사회 조직망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 없는 듯 하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다.

문득 죽어가는 어린이 옆에 독수리가 먹이 감을 기다리며 지켜보는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이 떠오른다. 이 사진 작가 카터는 이 사진으로 상을 받았지만 엄청난 죄의식으로 33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모두가 제 2의 카터는 아닌지.......끝.

 

 

 

출처 : 두건회
글쓴이 : 김동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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