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5 월

깃또리 2005. 5. 4. 10:34

5 월을 맞아...

2005. 5. 1.

 

 

 

 사태 일듯 온 산야를 휩쓸던 봄꽃들의 축제도 서서히 막이 내려지고 이제 5 월입니다.

흔히들 5 월을 "계절의 여왕 Queen of Seasons"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람으로 비교하면 에너지의 과잉 분출시기인 20 대의 요란함이 4 월이라면 5 월은 원숙미가 더해진 3.40 대의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고  아마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사람이 생활하기 가장 좋은 시기여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씨는 자신의 20대 방랑여행을 통하여  5 월을 청춘과 연결짓고 있습니다.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5 월하면 연상되는게 장미꽃이며 장미 또한 "꽃의 여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얼마전까지 서울의 어느 여자대학에서는 매년 5 월에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을 뽑아 "May Qeen"이라고 부르며 화려한 행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원래 영국에서 5 월을 봄의 시작으로 삼고 그 고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골라 May Qeen 이라 부르며 마을 한가운데 꽃과 리본으로 장식한 큰 기둥을 세워 이를 May Pole 이라하였으며 남녀가 함께 둘러 모여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하루 종일 즐겼다하는데 아마 이 대학도 이 놀이를 본받아 행사를 치르다 슬그머니 그만 둔듯 합니다.

 

  역시 5 월과 관계가 깊은 5월 1일 노동절은 앞의 밝은 이미지 행사와 달리 피와 죽음이 얽힌 대조를 이루는 아픈 역사적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노동자의 천국처럼 행세를 하지만 불과 120 여년전인 1880 년 후반까지만 해도 노동자는 사람 취급도 못받으며 열악한 환경과 대우로 일했는데 드디어 노동자들이 궐기하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특히 시카고에서는 시위에 무리하게 대처하는 경찰의 힘에 사망자와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합니다.

 1889 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사회주의자 대회에서 3 년전에 일어났던 이 비극적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5월 1일을 May Day 노동자의 날로 정하고 전세계의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을때까지 싸울것을 선포하였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 색체가 짙은 이 노동절을 3월 10일 옮겨 한동안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다가 이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해난구조 신호를 SOS로 알고 있으며 Save our ship, Save our Soul 의 약자라고 웃으개 소리를 하지만 실은 모르스 부호에서 가장 타전하기 쉬운 글자라 하는데 해난사고와 달리 비행기 조난사고의 구조신호는 이와 달리 May day,may day, may day. 라고 세번 연속 타전한다 하는데 실은 m'aider (help me)라는 프랑스어의 영어식 발음으로 그냥 외우기 쉽게 may day 라고 한다 합니다.  

 

 아무튼 일년 중 가장 좋은 달 5 월은 어린이날, 어머니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등이 들어 있는 달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5 월하면 조금 불편하였건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 때라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남녀 어린이를 뽑아 면소재지를 돌며 행사를 계획하였는데 내가 남학생 어린이로 뽑히고 어떤 여자애가 한 짝이 되었습니다.

 지금 같으며 치맛바람을 일으켜서라도 이런 행사에 남녀 어린이 대표로 선정되려 하겠지만 당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꽃 가마에 태워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다채로운 행사가 끝나고 다음 날부터 주변 친구들이 너무나 짖궂게 놀려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어린 마음에 고생을 하였습니다.

왜냐면 그 행사가 마치 결혼식 같은 형태어서 그랬나 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당시의 놀림을 받던 기억이 생생하며 그 이후 한동안 5월만 되면 또 다시 그런 행사에 휘말릴까 두렵워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추억입니다.

 

 이렇게 화창한 5 월에 또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영국의 헨리 8 세 왕비였던 앤 여왕이 남자들과 얽힌 부정한 행동에 대한 혐의로 단두대에 서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아 ! 오월이군요! 라 했다는데 정말 죽음을 앞두고도 찬탄하기에 손색이 없는 화창한 봄날이었던가 봅니다.

  이제 자신의 죽음을 잊어도 좋을  만큼 찬란한 5 월을 맞아 삶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찬미해보며 이 찬란한 봄도 앞으로 몇번이나 되풀이 되려는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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