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베트남 하롱베이

깃또리 2007. 9. 19. 20:51

 

 

 

 

베트남 하롱베이

 

 

 홍콩의 책랍콕 공항을 떠난 항공기는 2시간 정도 걸려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오후 늦은 시각 입국 수속을 하면서 살펴 본 하노이 공항은 우리나라 지방공항 수준 정도의 시설에 관리들은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표정은 하나 같이 무뚝뚝하여 아직 사회주의 체제를 벗어나지 않은 나라의 모습을 느낄 수 있였다. 수속을 마치고 청사를 빠져 나오니 해가 진 덕분인지 홍콩보다 오히려 시원하였고 이제 막 이곳저곳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는데 가장 크고 잘 보이는 곳에 우리나라 삼성의 광고판이 서 있어서 반가웠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나 삼성과 LG의 간판을 볼 수가 있어 가슴이 뿌듯하였다.

 

 우리 한국에서 수입하였다는 현대자동차의 중고버스에 올라 하롱을 향해 출발하였다. 모두들 하롱베이 하롱베이라고 부르지만 내가 찾아 본 지도에 따르면 하롱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18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이름이 하롱이고 그 앞 바다가 하롱만인데 또 하롱만은 삼 십여년 전 베트남 전쟁 중에 우리가 자주 들었던 통킹만 안의 또 작은 만이며 워낙 하롱만의 풍광이 유명하다 보니 하롱만의 영어식 표현 하롱베이가  익숙하게 불리워 지고 이제는 하롱을 가면서도 하롱베이를 간다고 할 정도인 것 같다.

 버스는 왕복 2차선에 명색은 고속도로이지만 갓길도 제대로 없고 중앙분리대는 커녕 황색선도 있으나 마나하며 오토바이는 물론 사람까지도 다니는 도로라서 매년 수백명의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여 고육지책으로 속도를 시속 50킬로미터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낮에 준동하는 교통경찰이 과속을 단속하기 위한 속도측정기도 없이 눈대중으로 아무 차나 세워서 적발하고 뇌물로 적당히 처리하기도 하여 마치 우리나라 70년대와 같은 형편이었다.

 우리는 마침 야간 운행을 하게 되어 그나마 속도를 60~70 킬로미터로 달려 낮에 4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3시간으로 단축 할 수 있었다.

가파른 고개도 없고 평야지대에 곧게 뻗은 길을 두시간 정도 달리다 허름한 휴게소에서 내려 늦은 저녁을 하였는데 시장하였던 탓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베트남 쌀 국수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같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 쌀 국수는 수년 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맛 보기 시작하여 캄보디아,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서울의 압구정동과 분당에서 여러차례 먹어 보았지만 이제 처음으로 본토의 쌀국수를 먹어 본 셈이었다.

휴게소 식당 한 쪽에 좌판을 벌려놓고 잡화와 과일을 파는 가게에는 열살 남짓한 꾀죄죄한 형색에 졸린 눈을 가물거리며 물건을 사주길 애처롭게 바라보는 어린 소녀가 있어 발길을 멈추고 이것저것 눈길을 주었으나 마땅히 살 것도 없었는데 투명 프라스틱통에 담긴 피스타치오가 보였다. 여기서 피스타치오를 보리라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반갑기도 하여 2불을 주고 한통을 사 맛보앗더니 틀림없이 서울에서 먹어 본 그대로의 맛이었다. 하기야 베트남이 쌀과 고무 수출이 세계 1.2위라는건 이전에 알았지만 커피 수출이 세계 2위라는 사실도 여기 도착하여 처음 알았다.

휴게소를 출발하여 3시간 반만에 하롱 호텔에 도착하니 현지사각으로 밤 11시 다음날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 눈부신 태양 아래 신비한 돌섬숲을 보리라던 기대가 무너지는 듯하여 여간 실망이 아니었으나 여기의 비는 주로 밤에 오고 낮에는 그친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부근의 허름한 동네의 골목길에 들어가 보았다. 작은 골목 양편에는 생필품과 채소, 과일 그리고 간단한 식료품을 땅바닥에 벌려 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가는 빗줄기 속에서 여기저기 아침을 준비하는 주부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었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똑 으나 크기만 반 정도인 두부가 보여 흥미가 있었다.

 

 골목시장을 구경하고 일행들과 9시에 호텔을 떠나 5분 거리의 바이차이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선착장에는 열대에서 자라는 나무로 건조한 붉은 목조 정크선 수 십대가 손님 맞이 준비에 부산하였는데 모두 빨간 바탕에 노란별이 그려진 베트남 국기를 게양하고 있어 이채로웠다. 배에 오르자 하늘은 아직 구름으로 온통 뒤덮였지만 비는 그치고 멀리 영화나 그림에서 보았던 낯익은 섬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큰 만 속의 작은 만이라서 그런지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였고 바다에서 으례 볼 수 있는 갈매기가 보이지 않았는데 갈매기가 없다 보니 바닷가에 분비물이 없고 그래서 해안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이곳 바다는 다른 바다에 비하여 염도가 높고 그래서 갈매기가 좋아 하는 작은 바닷고기가 없다고 하며 또한 여기에서 생산 되는 진주는 생산량도 많을뿐 아니라 품질도 세계적이라고 한다.

 30분 가량 나아가자 눈 앞에 수 많은 돌섬의 숲이 장관을 이루며 다가와 배에 탄 사람 모두 일어나 탄성을 지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전설에 의하면 하늘에 있던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 바다 건너온 침략자들을 물리치려고 내뱉은 보석들이 바다에 떨어져 이 섬들이 되었다 하며 지질학상으로는 석회암층이 침식, 풍화작용을 거쳐 이루어진 독특한 지형으로 카르스트라는 용어로 불리운다 한다.

1994년 유네스코는 이곳의 빼어난 경관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 총 3천여개 되는 섬들 중에서 약 700개를 지정하여 세계자연유산목록으로 등재하였다 한다.

 

영화<인도차이나>와 <굿모닝 베트남> 그리고 우리나라 대항항공 선전 티비 광고에 모습을 보여 우리에게 더욱 낯 익은 곳이며 사실 나도 티비 광고를 보는 순간 중국의 어느 내륙 호수에 있는 섬들로 추측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우리가 탄 정크선은 이리저리 섬들을 몇개 지나 섬으로 빙 둘러 싸인 소위 선상 어시장에 들러 제주도에서 맛 볼 수 있다는 말만 듣던 다금바리와 다른 생선 그리고 해산물을 구입한 후에 다른 곳의 섬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 점심 시간이 되어 구입한 해산물로 푸짐한 성찬을 하였는데 다금바리 회에 가재, 대게, 조개 등과 안남미로 지은 쌀밥과 된장국 그리고 김치까지 나와 훌륭한 선상식사를 하였으며 일행 중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꺼내 마시기도 하였다.

 

 식사가 마쳐질 즈음 도착한 섬은 1993년 발견되었다는 종류석 동굴 티엔쿵(天宮)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아온 터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다시 배에 올라 도착한 섬은 호치민이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띠톱(Dittop)섬이었다. 호치민이 모스크바에서 같이 고생하던 친구인 띠톱과 함께 하롱베이 섬을 구경하다 친구가 이 섬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자 섬에 친구의 이름을 붙여주고 선물하였던 일화가 있다고 한다. 석회암 섬들이라 해변에 모래가 형성되지 않아서 가까운 중국에서 모래를 실어 날라 해안에 인공해변을 조성하였다고 하는데 다행히 파도가 없어 모래 유실이 적다고 하며 어린이들이 물 장난을 치며 즐거워 하였다.

다른 섬과 달리 섬 꼭대기까지 오르는 조금 가파른 돌 계단을 조성하여 가뿐 숨을 몰아쉬며 10분 정도 오르니 고생한 보람을 충분히 보상 받을 정도로 시야가 확 트여 주변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 참으로 비경의 모습을 재주 없는 내 글 솜씨로는 형용하기 어렵다.

 3킬로그램은 족히 나갈 어께에 매고 간 DSLR 카메라를 꺼내 수 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득히 멀리까지 점점이 흩어진 수 많은 섬들이 마치 푸른 바다에 초록 보석을 흩뿌린듯하였고 빨간 정크선이 섬 사이를 지나는 모습도 이국적인 풍경으로 놓칠 수 없었다.

꼭대기에서 내려와 기다리는 모터보트에 승선하여 <하롱베이 속의 호수>라고 부른다는 항루언을 향하였다. 눈 앞에는 섬 중앙에 높이 약 2미터 정도 폭 10여미터 되는 침식터널이 있어 우리가 탄 보트선은 반대 방향에서 나오는 다른 보트를 기다렸다가 터널을 통과하였는데 우리의 눈에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 싸인 넓은 호수가 펼쳐졌다. 예전에는 해적들의 은신처로 사용될 정도로 천혜의 은신처이자 비경을 자랑하는 말 그대로 바다 속의 호수였다.

 보트를 운전하는 현지인이 소리를 지르자 절벽에 부딪힌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호수를 떠나 띠톱섬으로 돌아와 정크선에 올라 하롱의 선착장으로 돌아 오며 언제 다시 볼 기약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비경을 뒤로하여 나는 이런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즉, 우리들은 이제야 여기를 다녀가지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세계의 명승지를 두루 섭렵하였으리라 그러나 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룬 경제적인 성과에 힘입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녁은 한식음식을 먹고 민속춤과 물위의 인형극을 관람하였으며 호텔 앞에서 늦은 밤인데도 손님을 태우려 기다리고 있는 베트남 부인의 자전거수레를 탓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탓으나 몸도 허약해보이는 여성이라서 조금 가다 돌아가자고 하여 중간에서 돌아왔다. 베트남도 경제적인 부를 이루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하롱베이의 좋은 추억을 오래 기억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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