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키다리 아저씨를 읽고...

깃또리 2006. 1. 31. 21:46
 

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Jean Webster

 

 

 작품성이 뛰어난 외국 문학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 될 때 먼저 어린이 읽기용으로 쉽게 번역하여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작품은 일반인들이 동화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수가 있다.

 

 좋은 예를 들면, 영국의 올리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Travels into Several Remote Nations of the world 가 그렇다.

 1726년 발행되었고 당시 정치상황을 실랄하게 풍자하여 한동안 금서이기도 한 이 작품은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용 모험소설로 알고 있으며 나의 경우도 우리글로 된 축약본 조차 겨우 10년 전에 읽고 그 진가를 알았었다.

 

 마찬가지로 <키다리 아저씨> 역시 내용이 재미있고 성장소설이다보니 어린이 도서로 먼저 소개되다 보니 문학성을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저자 Jean Webster(1876~1916, 40)는 뉴욕주의 한 도시에서 부유한 출판업자 어버지와 마크트웨인의 조카인 어머니의 맏딸로 태어났다.

 미국 동부 명문 여자대학 Vassar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학생 신분으로 글을 쓰기도 하고 사회문제 및 복지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졸업 후 유럽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혀 작가가 되기 위한 바탕을 다지기도 하였다.

 

 36세에 "키다리 아저씨"를 발표하여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켜 명성을 얻었다. Webster의 기본 사상은 "건전한 상식"에 근거하여 "인생은 아무리 슬프고 고달프며 어려움이 많다해도 결코 낙망하지 말고 명랑하게 살아야 하며 그렇게 지내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면 언젠가 행복해진다"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부잣집 딸이었지만 일찍부터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집단시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미성년 범죄 감화원, 빈민가, 고아원 등을 꾸준히 방문하고 관찰하면서 얻은 체험의 결론이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바로 이런 생각에서 쓰여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주인공 Judy는 고아원에서 자랐으나 낙천적인 성격으로 공부을 열심히 하였고 소설은 부자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부분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Judy는 이름도 모르는 후원자에게 처음엔 의무적이었으나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여러통의 편지를 써서 보내는데 주로 여자대학의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자기 주변 일상과 느낌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틀림없이 저자 자신의 바사여자대학의 경험을 살려 썼으리라 추측되는데 편지 내용이 너무나 재미있다.

 부모없이 16년간 고아원에서 자라던 시절들을 회상하는 대목을 읽는 순간은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읽다가 웃음을 참지 못한 부분은 후원자를 상상하여 모습을 종이에 그려보다가 머리 부분에 이르러서 대머리인지? 은발인지? 좀 알아야 그림을 완성하겠노라며 질문하는 대목이었다.  100 년전 배경인 소설에서도 여성들이 남자들의 대머리에 대한 관심이 컸었구나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Judy가 가장 즐거워하는 대목으로 후원자가 금화 다섯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 주자 자기가 이렇게 큰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쑥스러워하면서 이 돈으로 산 물건 일곱가지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부분이 퍽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1. Silver Watch

 수업시간에 시간 맞춰 과재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계

2. Mathew Arnold's poems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시대 평론가의 시집

3. Hot-Water bottle

기숙사에서 물 끓여 먹으려고 산 물병

4. Steamer rug

원래 기관사들이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 무릅 덥개로 실내온도가 조금 낮은 기숙사에서 필요

5.Yellow Manuscript paper 500매

6.Synonyms dictionary

동의어 사전

7.Silk stocking

부잣집 출신 친구가 신고 있어서 항상 부러워했던 물건

 

 주인공 Judy 는 물건을 자기가 샀지만 친구들에겐 Califonia의 자기 가족으로부터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물건들이라 거짓말 했다고 고백한다.

 

 먼저 은시계는 아버지로부터, 뜨거운 물 담는 병은 미국 북부의 나쁜 기후에 감기 들걸 걱정하는 할머니로부터, 원고지는 남동생 Harry로부터 그리고 실크 스타킹은 언니 Isabel 에게서 매튜아놀드 시집은 Susan 숙모가, 동의어 사전은 삼촌이 보냈는데 사실은 쵸콜릿을 보내려는걸 자기가 대신 사전을 고집했다는 등...

 

 저자 Webster는 마크 트웨인의 증손녀라는 걸 오히려 부담스러워하여 이 사실을 숨기기까지 하였다 한다. 39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변호사와 결혼을 하였으나 다음해 첫딸 출산후 산후 휴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문학적  꽃을 더 피울수 있는 40세의 아까운 나이였다.

 키다리 아저씨는 저자가 직접 각색하여 무성영화로 인기를 끌기도 하였고 사후에도 다시 한번 영화화 되기도 하였으며 뮤지컬 영화로도 나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백년전의 미국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재미 있는 소설이면서 이제는 고전의 대열에 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