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April - 4 월

깃또리 2005. 4. 13. 21:29

April - 4 월 

 

 

 

 

3 월이 봄의 열림이라면 4 월은 봄이 무르익는 달입니다.

이제 3 월을 뒤로하고 내일이면 4 월 바로 라일락이 피는 4 월이 시작되는군요.

 그런데 4월1일은 보통 만우절이라 하여 애궂게 전국 소방서와 경찰서의 피곤한 하루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만우절은 April Fools' Day 라 하여 서양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친한 사람을 놀리는 풍습에서 유래한  날이며 이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April Fool 이라 부른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우리말 제목으로 "애련의 밀사" 였는데 어느날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원 제목이 April Fools였는데 만우절과 무슨 관련이 있었는지 너무 오래 되어 내용도 잊었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분이 알고 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여튼, 만우절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합니다.

 원래 16 세기에는 새해를 맞이 하는 첫 날이 4 월 1 일 이었는데, 1562 년 그레고리 교황이 새해 첫 날을 지금과 같이 1월 1일로 정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듣지 못하고 새해 첫 날을 그냥 예전과 같이 지냈다 합니다.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4 월 1 일을 첫 날로 지낸 사람들을 상대로 장난을 쳤다는데 바로 April Fools라고 놀렸다 합니다.

 또한 이날을 "물고기 날"이라고도 하여 종이로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 옷에 붙이고 친구가 알아 차리는 순간 "4 월의 물고기"라고 외치며 놀리기도 했다는 친구나 가족간의 화목과 우정을 새삼 확인해 보는 즐거운 날이었다고 합니다.

 

 흔히들 4 월을 "잔인한 달" 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내 생각으론 아마 4.19 혁명으로 젊은 생령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다 지금은 수유리 차디찬 흙속에 누워 있으며 많은 피를 흘린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여 이 말이 본말과 다르게 사용되는가 봅니다.

 

 사실은 미국에서 태어나 활동하다 영국으로 귀화하여 미국에서는 미국작가로 영국에서는 영국작가로 대접 받고 있는 20세기 최고의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T.S.Eliot 의 4부로 된 유명한 장시 <The Waste Land 황무지> 1부 The Burial of the Dead 의 1장 1연 첫줄에 나오는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 에서 나온 말인듯 합니다.

 이 시는 기독교의 성배신화, 이집트의 전설, 그리스 로마 신화, 보들레르의 악의 꽃, 말라르메의 시, 단테와 세익스피어 작품의 인용, 프레이져의 <황금가지>, 인도의 작품과 동양의 사상, 종교적 제의, 상징, 비유 들이 무수하게 중첩되고 인용되어 일반 평범한 지식체계로는 도처히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시인데 이 구절만은 어찌된 영문인지 잘 인용되고 있는가 봅니다.

 

 그러나 이 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4 월이 단순한 격동과 애절한 시기라는 의미를 뛰어 넘어 현대 인류의 보편적 고뇌와 비극을 그린 시라는 것을 해설을 읽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T.S.Eliot 는 이 시에서 1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서양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에서 표출되는 극도의 황폐화는 이제 치유 불가능하다고 진단하였고 온전한 재생과 구원은 필사의 노력만이 그 길이 보인다는 뜨거운 인류애의 정신으로  이 시를 써 내려 갔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은 조금도 나아짐이 없고 도처에 증오와 원한은 커져만 갈 뿐더욱 빈부의 차이도 격심해져 그가 살던 시대 보다 한층 인간성의 황폐화가 심화되고 있음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다.

 지구라는 녹색별의 주인공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언젠가는 이 지구의 아무 죄없이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의 존재까지도 기약할 수 없다는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과민한 탓이 아닐 듯 합니다.

 그래도 T.S.Eliot 의 시 황무지에 꽃을 피웠던 라일락이 이제 우리 아파트의 화단에서 가지에 꽃 망울이 맺혀 이 봄을 찬란하게 장식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그 빼어난 향기를 기대하며 벌써부터 기분이 황홀해 지기도 합니다. -끝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월  (0) 2005.05.04
라일락 향기속에...  (0) 2005.04.21
이 가을에 듣는 음악...  (0) 2004.10.02
함께ㅡ 더불어 사는 삶(후배의 글)  (0) 2004.08.29
친구집의 등나무 꽃...  (0) 200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