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분 Eleven Minutes" 을 읽고... 파올로 장편소설 Paulo Coelho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2004. 11.1
"옛날 옛적에 마리아라는 창녀가 있었다." 로 시작하는 조금 불순한 소재의 소설책이다. 코엘료는 알다시피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라질의 다재다능한 인기있는 소설가로 이제 세계적인 독자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는 "꿈과 모험" "순수한 사랑" 등을 주로 다루는 소재의 소설을 즐겨쓰는 작가인데 이번 "11분"은 그렇지 않아서 조금 당황하였다. 특히 11분이란 남녀의 성교시에 남자가 느끼는 쾌감의 짧은 시간을 의미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책의 첫장을 열면 나타나는 작가의 말에서 손녀, 손자를 둔 코엘료의 애독자인 어느 나이 지긋한 신사에게 전하는 말을 통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두가 듣고 싶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저를 사로잡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의무 말입니다. 세상엔 우리에게 꿈꾸게 하는 책도 있고, 또 우리에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도 작가에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 자신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글을 쓰느냐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글이란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사에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글도 써야한다는 말인듯하며 작가는 자기가 쓰는 글에서 정직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성노동자, 성사업종사자라고도 불러 달라는 성매매여성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 이런 소설이 한발 먼저 나온게 시기를 잘 맞추어 나온 책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인류최초의 직업이라는 매춘의 역사가 유구하고 성의 쾌락에 대한 문제에 초연하기에 어느 시대 어느 사람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여서 성을 다루고 파헤쳐 글을 쓰는데 어쩌면 이상할 게 없는 지극히 당연한 주제이기도 하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기원전 3~4세기경 나그 함마디에서 출토된 <이시스 찬가>를 독자들은 먼저 읽게 된다.
나는 최초의 여자이지만 마지막 여자니라. 나는 경배받는 여자이자 멸시받는 여자이니 나는 창녀이자 성녀이니 나는 아내이자 동정녀이니 나는 어머니이자 딸이니 나는 불임지자 다산이니 나는 유부녀이자 독신녀이니 나는 빛 가운데 분만하는 여자이자 결코 출산해본 적이 없는 여자이니 나는 출산의 고통을 위로하는 여자이니 나는 아내이자 남편이니 그리고 나를 창조한 것이 내 남자라 나는 내 남편의 누이이니 그리고 그는 버려진 내 자식이니 언제나 날 존중하라 나는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없이 멋진 여자이니
소설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주인공 마리아는 브라질의 북부 어느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 작은 직장에서 일하다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코파카바나라는 고급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말이 클럽이지 사실은 고급 창녀들이 대기하는 업소인데 마리아는 일단 자기의 젊음과 미모를 이용해서라도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농장을 구입하여 부모님에게 효도할 계획을 세워 도서관에서 손님을 위한 교양서적과 농장경영에 관한 책을 빌려보기도 한다. 마리아는 여기에서 일약 미모에 교양있는 아가씨로 알려져 많은 단골 손님을 확보한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 창녀라해도 성적으로 다양한 버릇을 갖은 손님들을 만나면서 섹스에 대한 여러 지식도 얻고 생각을 하게 된다. 젊고 부유한 테렌스라는 새디스트를 만나 섹스의 색다른 절정의 순간을 맛보기도 하며 많은 돈을 벌어 저축하는 중에 역시 화가이며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돈도 많은 두번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랄프 하르트라는 29살의 영국인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와 동침하면서 많은 경험과 마음이 통하는 섹스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일단 목적한 돈이 저축되어 하르트와 마지막으로 진정한 성적 교감을 나누고 다음날 고향인 브라질로 떠난다.
그러나 랄프 하르트는 마리아를 진실한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고 중간 기착지인 프랑스 파리공항에 뒤쫒아와서 재회하며 소설은 소위 Happy Ending 으로 끝난다.
이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빈번한 섹스묘사나 성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창녀, 섹스에 대한 인간의 꾸준한 관심과 역사적 고찰이 자주 고전을 통해 인용되고 작가의 견해가 주인공이나 작중인물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 읽는 이로 하여금 지식을 보태주고 나아가서 이러한 간단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창녀에 관련한 인용으로는...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서 식사하시는 걸 알고 그 동네의 죄지은 한 여인이 향유 담은 옥함을 들고 왔다. 여인은 예수의 뒤로 가 그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칼로 씻고 그 발에 입맞축로 향유를 부었다. 예수를 초대한 바리새인이 이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 만일 선지자라면 자기를 만지는 저 여인이 어떠한 자, 곧 죄인인 줄을 능히 알리라.'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시몬아 , 내가 너에게 할말이 있구나." 그가 말했다."선생님, 말씀하소서." 그러자 예수가라사대, "어떤 사람에게 빚을 진 이가 둘 있었다. 한 사람은 그에게 오백 데나리온을 빚졌고, 또 한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다. 그런데 그 두 사람에게 갚을 능력이 없었으므로 그는 두 사람에게 빚을 모두 탕감하여주었구나. 그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그를 사랑하겠느냐"? 시몬이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더 많은 빚을 탕감받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네 판단이 옳도다." 예수께서 여인을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셨다. "이 여인이 보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인은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제 머리칼로씻어구나. 너는 내게 입맞추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인은 이곳에 들어온 이래 내 발에 ㄷ입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는구나. 너느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인은 향유를 내 발에 부었구나.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르노니, 여인의 사랑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누가복음 7장 37절~47절
이 소설에서는 이제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긴 했어도 한국사람에게는 약간 금기시 되는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285 페이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클리토리스의 존재는 1559년 레알도 콜롬보라는 의사가 <해부학>이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에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어요. 예수가 태어난 지 1500년이 넘도록 공식적으로는 무시되었던 거예요. 콜롬보는 그 책에서 '예쁘고 유용한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어요. 믿어져요?" 두 사람은 큰소리로 웃었다. "이 년 후인 1561년 가브리엘로 팔로피오라는 또 다른 의사가 자기가 그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였어요. 물론 둘 다 이딸리아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훤하니까 두 남자는 누가 공식적으로 클리토리스를 세계사에 편입시켰는지를 놓고논쟁을 벌였답니다!"
두 번째는 "G Spot" 에 대하여 마리아와 도서관의 사서인 여자와 나누는 대화에서 이런 말이 있다. "G 스폿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서가 물었다. "아줌마는 그것의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아세요?"
*1950년대에 이를 연구한 과학자의 이름인 그레펜버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작가노트에서 파올로 코엘료는 이 소설을 쓰게된 배경과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다. 즉, 성의 성스러운 의미를 발견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렸으며 1970년대에 어빙 윌리스란 작가가 <7분>이란 성에 관련된 소설을 썻으나 검열에 걸려 출판을 하지 못했는데 <11분>은 바로 이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다.또 1997년 이딸리아 만토바에서 받은 브라질 창녀가 쓴 아직 출판되지 않은 소설 내용을 읽고 구상을 시작하였으며 그 후 취리히에서 그 창녀를 만나게 되었고 다음에 제네바에서 여러 창녀들에게 자기 책을 싸인해 주는 기회가 생기고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 소설이 구체화 되었다고 한다. 결국 작가를 포함하여 인간 누구나 섹스를 언제나 컴컴한 구석방에 가두어 줄 수도 없는 일이며, 이제 성이 밝은 세상으로 한발짝 한발짝씩 모습을 드러내 성의 담론이 상당한 수준으로 자유스러운 형편에서 이 소설은 성과 함께 남녀의 사랑에 대한 질문에 다소의 답을 주기도 한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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