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방문하거니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서울 시내의 훌륭한 지리적 환경을 보고 감탄한다고 한다. 먼저 시내 한 복판에 큰 강이 흐르고 주변에 수려한 산들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관악산과 남한산 정말 내가 보아도 좋은 산들이다. 이렇게 빼어난 산들이 수도권 전철에서 내려 곧 바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서울 시민에게 크나큰 축복에 속한다. 나도 수년전부터 시간이 있으면 이런 산들에 오르길 좋아하는데 가는 회수에 비하면 준비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옛 직장 선배로 산에 자주 다녀 산신령이란 별명이 붙은 분이 계시는데 북한산만 600여회 올랐으며 작년 한해에 30 회 이상 주말을 이용하여 무박 이틀로 백두대간을 종주하였을 정도이다. 나 보다 나이도 한참 위인데도 산을 오르는 가뿐한 발걸음을 따라가기에 벅찬 경우가 있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쉬어 가자고 조르기도 한 두번은 괜찮지만 횟수가 많으면 좀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힘겹게 뒤따라다니기도 하다.
얼마전 같이 산을 가게 되었는데 복장과 산행 준비가 나와 너무 차이가 나서 과연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먼저 등산화만해도 다섯개 다른 종류를 날씨와 등산의 여러 상황에 따라 골라 신는다고 하는데 바닥도 이태리에서 생산 되어 수입한 비브람창을 댄 등산화이 나는 고작 현장에서 신다 버리기 아까워 신발장에 넣어둔 현장 안전화를 신고 나섰다. 등산배낭도 대여섯개나 된다고 하며 크기와 용도에 맞춰 메고 나온다는데 물병을 안에 넣고도 호스를 밖으로 연결하어 물먹기도 쉽게 되었고 비가 오면 배낭을 덮을 수 있는 Rain cover가 아래 붙어 있는 독일 교포가 개발한 Dueter 라는 제품이었다. 나는 딸애가 쓰던 OO여자 대학교라고 앞뒤에 새겨진 검은 일반 학생배낭을 메고 다닌다. 바지도 언듯보면 무슨 쫄바지 같은데 사실은 빗물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한다는 기능성 천으로 만든 옷이고 웃옷도 마찬가지 기능성 천이며 겉옷은 Windbreaker 라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나는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갔을때 10불도 채 못주고 산 싸구려 옷인데 언듯 보면 전문 등산복 모양이긴 하나 일반 옷인 이 옷을 입고 갔다. 물론 바지도 면바지나 청바지를 입고 그 동안 많은 산을 오르고 내렸다. 다음으로 선배는 항상 스틱을 들고 나오는며 설명에 의하면 용도가 많다고 하는데 첫째, 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일차적 기능과 산에서 만나는 뱀도 퇴치하고 깃발을 들어 묶기도 하고 뭐 이런 저런 용도가 열가지나 된다고 한다. 티타늄으로 3단 접이 형태인데 국산도 있지만 선배가 들고 나오는 것은 외국제품으로 모양은 국내제품과 비슷해도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슬쩍 보니 Leki 라는 브랜드였다. 선배는 등산모자도 자주 바꿔 쓰는거 같은데 어느날 보니 모자의 천이 보통과 달라 보여 물었더니 뒤집으면 방한용이고 다시 뒤집으면 방수가 되며 구겨져 있다가도 다시 펴면 쭉펴지는 형상기억소재로 만들어져 가격이 6 만원도 넘는다 한다. 나는 아직 스틱이 크게 필요치 않고 뱀하고 싸울 일이 있으면 나무막대기 하나 꺽어 들고 모자도 언젠가 샤모니에서 싼 여행모자를 쓰거나 애들이 쓰다가 놔둔 모자 중에서 아무거나 집에 쓰곤한다. 그러고 보니 장갑도 뭔가 다르게 보여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는 주유소에서 휘발유 넣으면 무료로 주는 면장갑을 끼었는데 선배는 등산용 장갑이라며 그의 특성에 대해 한참을 설명한다. 손수건만해도 일반 손수건이 아니고 등산용으로 개발된 색다른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수영장에서 쓰던 수건과 비슷한 천이었다. 나야 물론 일반 손수건을 쓰지만... 전화가 오면 난 황급하게 바지나 윗도리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기 바쁜데 선배의 휴대전화는 배낭 어께 줄에 떡 버티고 있어 아무 때고 쉽게 꺼냈다 넣을 수 있도록 되었다. 이런 일을 보아도 프로페셔널 과 아마추어의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등산을 십 수년 한 사람은 뭔가가 달라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 볼품도 없는 싸구려 옷차림으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남한산성을 수시로 다녔으며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경북 구미의 금오산을 군인 워카신고 올랐으며 원주의 치악산도 운동화를 신고 올랐으니 그 내력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수유리 작은 아버지 집에서 회사를 다니던 시절인 20대 초반 어느 일요일 4.19 묘지를 슬리퍼 신고 산보 삼아 나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따라 도봉산 정상까지 올랐던 일이 있을 정도로 나의 비무장 산 오르기는 역사가 오래 된 셈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도 있고 남보기에도 허술해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산에 오르기에 적절한 복장과 차림을 하나씩 준비하려고 한다.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심신을 단련시켜주는 산에 대한 최소의 예의 차원에서라도 말이다...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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