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관람기

밀리언 달러 베이비 를 보고...

깃또리 2005. 4. 25. 08:59

"Million Dollar Baby" 를 보고...

2005, 4.

 

 

 

 

 나는 영화에 대하여 몇 가지 개인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음악이나 배경이 훌륭할 것 같으면 영화관을 찾고 Story 중심의 영화라면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보거나 요즘 같으면 컴퓨터로 다운 받아 본다.

 또 최근에 상영이 좀 뜸하지만 이탈리아 배경이거나 관련 영화 다시 정확히 말하면 지중해 배경의 영화라면 가리지 않는데 웬지 지중해라는 말만 들어도 짙푸른 바다와 지중해변의 하얀집들이 연상 되는 밝고 담백한 풍경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일에 밀리고 이래저래 영화관 출입이 쉽지 않은데 마침 아들 녀석이 찰스 레이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Ray" 를 강력히 추천하여 영화관 나들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후보작으로 미국의 백만장자로 평생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은둔하며 지냈던 하워즈 휴즈의 일대기인 "Aviator" 가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그리고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탄 제이미 폭스 주연의 "Ray"와 아카데미상을 경쟁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 넘어 막상 발표에는 25개의 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수상하여 사실 Jazz에 식견이 부족하고 아주 좋아하는 편이 못 되어  나는 밀이언 달러 베이비로 발길을 돌렸다.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의 감독과 남자 주인공역을 맡고 음악을 담당하면서 제작비까지 일부 감당하여 세인의 관심을 다시 불러 모았는데, 원래 70 년대에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에서 클린트이스트우드는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챙이 긴 모자를 쓰고 말을 탄 총잡이로 나와서 아직도 정감 있는 영화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거부감이 들기는 하다. 오래전에 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나선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 등은 호평을 받는 작품이라 한다.

 1930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75세로 L.A.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삼림 벌목공을 비롯하여 사회의 온갖 궂은 일을 전전하다 군대를 마치고 L.A.시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어쩌다 T.V.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 일이 결국 배우의 길을 걷게 했다 한다.

 

 원제가 "불타는 로프 Rope Burns" 인 이 영화의 내용은 한때 최고의 지혈사(Cut Man)였으나

 이제는 어느 초라한 복싱 도장의 고지식한 트레이너인 프랑키 던(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과 원작에는 없는 내래이터를 담당하기도 하는 늙은 도장 관리인 에디 스크랩(모건 프리먼 분) 그리고 31세로 복싱을 시작하는 매기 피츠제랄드(힐러리 스웽크 분)의 성공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랑키는 그 동안 애지중지하며 앞날을 위해 심사숙고하여 타이틀 전을 미루면서 8 년 동안이나 키워온 한 선수의 배신을 당한 후의 어느날 31세를 넘긴 그래서 미국에서는 베스킨 라빈슨이라 부른다는 식당 종업으로 일하면서 권투를 배우려는 처녀 매기가 나타난다. 프랑키는 처음에 입관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매기는 "나는 권투가 너무 좋은데 그것마저 포기하라면 내 삶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라고 하며 혼자서 워낙 열심히 연습하는 매기에 탄복하여 프랑키는 코치가 되어 매기를 지도하게 된다. 강인한 투지력과 연습의로 매기는 마침내 여러 시합에서 이기게 된다.

 평소 아일랜드의 게일어 시를 좋아하여 프랑키는 매기에게 W.B. Yats의 시 "이니시프리 호수의 섬"을 읽어주기도 하고 게일어 모쿠슈라 Mo Cuishe를 애칭으로 붙여주는데 이 말은 My Darling 또는 My Blood, My Family 즉 나의 가족 나의 소중한 이란 뜻이라 한다. 

 

 영화에서는 뚜렸하게 알려주지 않지만 프랑키는 하나 뿐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거부 되어 되돌아 오고 어릴적 트레일러에서 자란 가난한 매기에게도 돈 밖에 모르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을 뿐이다. 매기의 아버지는 얼마 전에 사망하였는데 키우던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힘들어하자 어느 날 삽과 강아지를 차에 싣고 숲으로 간 후 혼자 돌아 온 일이 있었다.

 

 이 두사람은 코치와 선수의 관계를 떠나 가족 문제에서 일종의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 하였다.

 매기는 타이틀전에서 프랑키가 언제나 당부한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를 잊고 순간의 방심으로 상대방의 반칙 공격에 목과 척추를 다쳐 재기 불능의 불구자가 되고 자신이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프랑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프랑키는 오래 다니던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의 신부에게 상의 하지만 신부는 사람의 목숨은 하느님만이 결정한다고 냉정히 말한다. 그러나 프랑키는 매기는 하느님이 아니라 자기에게 부탁했다고 말하며 진정으로 매기를 사랑하는 일은 매기를 죽도록 도와 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병원에 들어가 매기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 매기를 고통 속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병원을 나서 사람의 눈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그러나 요즘 미국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와 결부하여 과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남는다.

  

 보통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Happy End로 끝나는데 이 영화는 예상을 뒤엎고 너무나 안타깝게 끝나 나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이 영화는 소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비온정주의의 백미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젊은 날에 많은 힘든 경험을 밑바탕으로 인간의 깊은 내면의 세계를 그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80 세를 바라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불우한 소녀 시절을 지내고 영화 배우로 그리 외모가 출중하지 않지만 맡은 배역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해 복싱 선수역을 대역 없이 해내는 힐리러 스웽크 그리고 "쇼생크 탈출, Power of one"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68 세의 모건 프리먼 말없는 표정 등 이 세사람의 훌륭한 연기가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본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어수선한 Hit Pit 복싱도장의 벽에 쓰여 있는 글귀인데 프랑키가 매기에게도 조언하는 말로 "Tough ain't enough." 이다. 복싱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사도 거침과 힘만이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한 삶의 방식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이겠다. 

 

 

이니스프리의 호수 섬(The Lake Isle Of Innisfree)

 

 

 


Lake Isle of Innisfree

by William Butler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누리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은 온통 은은히 빛나고,
한낮은 자주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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