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송년음악회

깃또리 2006. 1. 28. 15:57
 

송년음악회

Beethoven Ludwig Van (1770~1827,  57)

Symphony No.9 D minor  op. 125 "Choral"

 

 

 매년 12월은 조금은 쓸쓸하고 아쉬움이 더하는 달이다.

또 한해가 지나간다는 상실감, 기온 마저 뚝 떨어져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랗고 붉은 잎새를 달고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던 나무들도 이제는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향해 벌리고 북풍에 떨고 있다.

 

 예년보다 훨씬 낮은 기온의 강추위가 지속되어 이럴땐 따뜻한 방안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읽으며 저음의 첼로곡을 듣는 것도 손쉬운 호사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12월이 되면 항상 머릿속엔 이번엔 송년음악회에 꼭 가야지 하고 다짐을 하건만 번번이 가지 못하였다.

 몇년 전엔 송년음악회를 12월 30일 열어 년말 여행과 겹쳤기 때문이고 작년엔 모임과 겹쳐 이래저래 몇년을 걸렀다.

 

 올해는 KBS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12월 15, 16일 연이틀 열리고 서울 주변 도시에서 두번 열려 15일은 빠질 수 없는 모임이었고 16일은 계획이 세워졌던 모임이 연기되어 다행이 연주회 이틀전에 입장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너무 늦은 예약으로 때가 때인지라 대부분 좋은 좌석은 없고 단지 C 석의 박스석이 남아 이 자리에도 감지덕지 예약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나들이 하기로 약속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년말 교통량 증가로 괜히 승용차 안에서 가슴 졸이기 보다 대중 교통인 전철로 예술의 전당 지하철 역에서 아내를 만나 콘써트 홀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일본 연주회의 영향을 받아 송년음악회 레퍼토리로 베토벤의 합창을 매년 연주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의 경우는 새해를 여는 신년 음악회에 합창을 연주한다고 한다.

 

오래전 부터 한해를 마무리하는 음악으로는 뭐라해도 베토벤의 합창이나 헨델의 메시아가 제격인것 처럼 느껴진다. 사실 음악 형식에서 가장 여러가지 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지는 교향곡, 그 중에서도 성악곡을 도입한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가 어루러지는 합창교향곡이야 말로 한해의 마무리에 가장 적절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내용도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뛰어 넘어 환희에 도달하는 우렁찬 인간의 합창곡을 들으며 한해의 모든 어려움과 기쁨을 아우르는데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은 가장 좋은 곡이라고 느낀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비롯한 현악기, 클라리넷, 파곳, 오보에 목관악기, 혼, 트롬본, 트럼펫 금관악기, 실로폰, 심벌즈, 템버린, 드럼등 타악기등 대부분의 서양 악기가 다 동원되어 100여개의 악기 편성,여기에 남녀 합창단 80여명이 도열한 무대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우리가 앉은 관람석 자리에서 무대의 1/4은 보이지 않았으나 다행히 지휘자 곽승의 정열적인 지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고 특히 팀파니를 연주하는 모습을 가장 적절한 높이, 각도 그리고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러고 보니 합창교향곡에서 다른 악기에 비해 타악기들의 연주는 비중이 컷으며 특히 팀파니는 연주 시간도 길고 연주에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테이프와 CD와 같은 녹음 연주에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낮은 음의 연주음을 생생하게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일이 수고를 들여 연주회장을 찾은 보람이다.

 

 연주회장을 찾은 경우에도 연주자의 연주 모습을 집중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경우가 비교적 적어서 어느 때 연주자가 치는듯 마는듯 가볍게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박자를 맞추려는 동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고 들어 보니 아주 작게 음을 내는 것이었으며 그 동안 녹음 연주에 귀가 익숙하여 저런 미세한 악기음을 미쳐 감지 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연주회장에서 뭐니뭐니 해도 지휘자의 지휘 모습은 또 다른 볼 거리와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떤 사람에 의하면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지휘봉을 보고 연주하는게 아니며 지휘자의 역할도 별게 아니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의 각기 다른 개성과 화음을 하나로 엮어내도록 하는 사람은 틀림 없이 지휘자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갈수록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에서 작은 조직 속에서도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개성과 색체가 강한 연주자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일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 곡을 붙인 합창 부분을 들을 때면 항상 베토벤이 작곡가로는 생명이나 다름없는 청력을 상실하고 자살하려고 유서까지 써 놓았다가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운 그의 처절한 마음이 전해 오는 듯하여 숙연해지고 한다.

 

연이틀 지휘한 탓인지 객석에서 요청하는 앵콜 요청에 단지 두번씩이나 무대에서 인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그냥 들어가 버리는 곽승씨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한해를 보내며 좋은 음악에 한동안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 즐거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