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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 뒤에 도사린 필연의 법칙에 대하여(후배의 메일에서...)

깃또리 2005. 7. 12. 13:21
 

어제 내린 비가 모처럼 올림픽공원의 산책길을 말끔히하고,

푸르른 하늘과  푸른 잔디밭이 싱그럽게 느껴지던 휴일의 오후입니다. 

 

우리가 현재 있는 장소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수많은 시간과 공간이 복잡하게 얽힌 매트릭스의 한 좌표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척 어렵게 설명하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 우주에서 다시 그 우주속의 은하계 그리고

지구,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집 주거

공간과  지금의 이시간은 

 

4차원의 시간이라는 요소까지를 감안해서 표현하면 보면 아주 큰 좌

표에서 아주 작은 그렇다고 해서 표현할 수 없지는 않은 점이라는 것

이지요

 

내가 행하고 겪는 일의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앞, 뒤의 과정을  논리적

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아니 할 수는 없지만,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모든 행동과 생각에도 어떤 연결고리가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귀결인

필연이고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 만이, 그 인과관계의 도미노에서 벗어난 일이

벌어질 때를 칭하는것이라는 겁니다.

 

즉   모든 세상의 법칙은 인과관계의 일정한 틀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지요.

 

'세상만사 세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에는 이 고사성어가 인생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절망감을 보

상하기 위한 변명이나 합리화일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삶의 기저에 흐르는 복잡한 인과관계의 불가해

성을 인정하자는 선지자의 지혜가 담긴 말이라고 이해됩니다.

 

어떠한 선택이든 간에 그 순간에 이루어 진 것처럼 보여지는 '선택'은 

사실상 너무도 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한 끝에 내려진 결과물이기 때

문에 순간의 선택을 내리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는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의 산물인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판단입니다.

 

제가 경험한 이야기 입니다.

 

삼 년전쯤   제가 다니던  서울의 문정동  성당에서 가을에 갖게된 아버지

신자들을  위한 피정(일정한 기간동안 카톨릭 신자들의 신앙적인 MT(?)

라고 할 수 있는)에 참석한  때 일 입니다.

 

장소는 용인에 위치한 수녀원안에 있는 피정센터였고,   토요일 오후 늦

게 모두가 도착순서에 따라서  인원을 확인하는 점호(?)를  인솔자에게

신고하고  구내 식당에  삼삼오오 모여서 자유롭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전혀 낯설은  중년의 한 분이 제게 와서는 '형님 잘 계신가?'하고 말을 걸

었습니다.

 

문득  처음보는 분이었고,

장소가 또한 일반적인 모임과는 특이한 성격인지라

엉겹결에 저도 모르게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써보았지만

저는 전혀 기억할 수 얼굴의 신사분 이었고

저는 기억이  없는 상황이지만, 혹시 형님의 친구분이 저를 기억하고 안

부를  묻는다는 생각에 공손하게  안부를 전하면서 '기억 못해서 죄송

스럽다'고  답변드리는 과정에서

 

그 분이 놀랍게도 제 형님의 국민학교 아니, 동네 친구분이었고, 저의

유년시절(국민학교 이전)의 모습을  그날 저의 모습에서  확신을 갖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은 자취도 없어진 집이지만

 

지금의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종합청사와 사직공원의  중간에 위치했던 

내수동에 살았었고,  그 당시 유명한 프로복서 '홍수환'씨가 뒷집에 살면

서 형 동네친구였고, 저도 수환이형과  홍수환 형의 아우들과 잘 알고 지

냈기 때문에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게 안부를 묻던 그분이 바로 형의 그 당시 

동네친구였던 것을 확인할 것 이였습니다.

 

시간적으로는 그분이 제 모습을 다시 본 것은 그 당시에서  거의 4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던겁니다.

 

사실 40년 전의 사진이 제게 남아있는데 그때의 제 모습을 사진으로 보게

되면  지금의 제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당시 사진을 첨부해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외연에서 보이게 되는 무엇으로 제를 기억해 냈을 까?

궁금해 집니다.(그 당시는 그분 형님 꼬마시절 친구분에게 이러한 제 의문

을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었습니다, 상당히 의외여서라 할 까요)

 

여하튼 그분은 그 40년의 시간을 건너서 저를 기억해 낸 것이지요 ,

 

참 혼자서 그 날의 피정과정에 있던 명상시간에 그분과의 대화를 몇번씩 생

각하면서 '우연'한 만남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어 있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 표현하면 좀 더  가깝게  만나 이야기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됩니다.

 

글이 주는 또 하나의 만남이기에 그럴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목을 "순간의 선택 뒤에 도사린 필연의 법칙"이라고 했습니다만,

 

결국 지금 제가 이 글을 쓰게된 선택이 아마도 필연적으로 써야만 하는 이유

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번 단장한 김선배댁

차한잔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면서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이   병   주